[의료 AX의 미래]⑥"슈퍼카 만들었는데 도로가 없다"…지방 공공의료의 현실

조인경 2026. 7. 1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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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도 안 된 지역의료원
의료격차+기술격차 '이중 위기'
국가 GPU 자원 우선 할당하고
'공공 AX 전용망' 추진
종이·CD 없는 'AI 의뢰·회송 체계'
끊김 없는 진료환경 구축
편집자주
한국 의료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역 의료격차 심화는 기존 의료체계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그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을 넘어 의료 전반을 재설계하는 의료 AX(AI Transformation)에 주목한다. AI가 단순히 의사의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아시아경제는 빠르게 발전 중인 AI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짚어본다.

①진단에서 처방까지 3분…AI가 바꾸는 '골든타임'

②"AI는 의료진이 환자 곁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기술"

③의사보다 더 빠른 눈…지역병원 의료공백 메꾸는 AI

④"지치지 않는 AI, 의사에겐 최고의 내비게이션"

⑤"시골 살아도 서울 수준의 진료를"…정부가 의료AI에 팔 걷은 이유

⑥"슈퍼카 만들었는데 도로가 없다"…지방 공공의료의 현실

⑦수가 공백·데이터 파편화 넘어야…지속가능한 AX의 조건

(ChatGPT 생성 이미지)

강원도 영월의료원의 유일한 외과의사인 조승연 과장은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 쏟아지는 '인공지능(AI) 전환(AX)' 논의를 접할 때마다 깊은 괴리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AI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진료 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중환자실에 AI 감시 체계를 도입해 심정지 위험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가 매일 마주하는 지역 의료 현장의 현실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조 과장은 "우리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은 아직도 종종 다운되곤 한다"며 "최첨단 AI를 논하기 전에 기본적인 전산 인프라의 안정화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의료원 등 지역 거점병원들은 AI 도입은 고사하고 기본 전산 인프라를 유지·보수할 전문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료 AI 대전환을 선포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본력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 공공병원이나 1차 의원급 의료기관은 이런 거대한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 간 고질적인 의료 인프라 격차에 AI 기술 격차까지 더해진 '이중 격차(Double Divide)'가 생길 경우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할 수 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지방의료원 중에는 최첨단 AI는커녕 기본적인 디지털 전환(DX)조차 미비한 곳이 수두룩하다"며 "기술은 2020년대를 질주하고 있는데, 제도는 과거 2010년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 결국 최고급 슈퍼카를 만들었지만 정작 달릴 도로는 비포장 흙길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포장도로를 고속도로로 탈바꿈하는 작업은 개별 의료기관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기술 격차로 인한 의료 양극화를 막기 위해 직접 인프라 기반을 조성하고 전국 의료기관을 실시간으로 잇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에 나섰다. 개별 공공병원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초고성능 연산 자원을 정부 허브를 통해 공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권역 및 지역 책임의료기관에 국가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우선적으로 할당하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 환자의 민감한 임상·의료 정보가 유출 없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오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 AX 전용망'도 별도로 구축된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의료 데이터를 AI가 즉각 인식할 수 있는 표준 데이터로 자동 변환해 주는 상호운용성 기술 개발 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5개년 간 총 361억원의 국비가 투입돼 진행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1·2·3차 의료기관 간 데이터를 촘촘하게 연계하는 것이다.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국민이 대한민국 어느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끊김이 없는 보편적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종이·CD 없는 병원 이동… "의료 전달 체계 효율성 극대화"

이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당장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병원을 옮김)할 때마다 두꺼운 종이 진료기록이나 영상 CD를 바리바리 들고 이동해야 했던 극심한 불편이 사라진다. 올해 하반기 본격 도입될 'AI 기반 의뢰·회송 체계'는 병원별 EMR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환자가 이동할 때 AI가 기존 진료 기록과 영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요약·정리해 다음 의료기관으로 안전하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 검사와 이로 인한 환자의 의료비 부담까지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으로 돌아갈(회송) 때 AI가 정밀한 사후관리 지침과 상세 진료 정보를 함께 전달하게 된다. 이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를 높여 고질적인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신현웅 실장은 "공공의료가 AI 활용의 보편적인 기본 틀(인프라)을 단단하게 다져놓고 민간의료가 그 위에서 창의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의료 AX를 개별 병원 간의 무한경쟁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공이 도로를 닦아 국민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기관 간의 긴밀한 데이터 연계는 의료체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단초"라며 "공공의료가 앞장서서 표준화된 AI 틀을 완성한다면, 향후 민간 의료기관들까지 이 고속도로에 자연스럽게 합류해 대한민국 전체 의료 전달 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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