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X의 미래]⑤"시골 살아도 서울 수준의 진료를"…정부가 의료AI에 팔 걷은 이유
한계 직면한 의료시스템
사후 치료 중심 체계에서
'예측·예방'으로 전환
의료 모세혈관 잇는 '인프라 혁신'
편집자주
한국 의료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역 의료격차 심화는 기존 의료체계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그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을 넘어 의료 전반을 재설계하는 의료 AX(AI Transformation)에 주목한다. AI가 단순히 의사의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아시아경제는 빠르게 발전 중인 AI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짚어본다.
①진단에서 처방까지 3분…AI가 바꾸는 '골든타임'
②"AI는 의료진이 환자 곁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기술"
③의사보다 더 빠른 눈…지역병원 의료공백 메꾸는 AI
④"지치지 않는 AI, 의사에겐 최고의 내비게이션"
⑤"시골 살아도 서울 수준의 진료를"…정부가 의료AI에 팔 걷은 이유
⑥"슈퍼카 만들었는데 도로가 없다"…지방 공공의료의 현실
⑦수가 공백·데이터 파편화 넘어야…지속가능한 AX의 조건

"돈이 없어도, 시골에 살아도, 처음 찾은 동네 의원이라도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역과 소득, 의료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국민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의료체계 구축에 나섰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 AI 전문가들이 논의 중인 'AI 기본의료'는 단순히 병원에 고성능 AI 장비를 보급하는 사업이 아니다. 진단과 치료를 넘어 질병의 예방, 일상적인 건강관리, 장기적인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보건의료 전 과정에 AI를 혈맥처럼 연결하는 의료 인프라의 고도화, 바로 의료AX(AI Transformation)다.
의료 AI가 개별 의사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도구라면, AX는 환자가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진단·치료·회복·지역사회 관리까지 의료 서비스 전체의 흐름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개념에 가깝다. 궁극적으로는 AI를 국가 의료체계 전반에 적용해 보건의료 인프라 자체를 혁신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처럼 의료 AI 도입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우리 의료체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고혈압·당뇨·심부전·치매 등 만성질환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료 분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만성질환(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의 80.3%를 차지했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의료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 지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사후 치료 중심이었던 기존 의료체계를 AI 기반의 '예측·예방·자가관리' 중심으로 전환해 만성질환 발생과 악화를 막고 불필요한 입원과 중복 검사, 과잉처방을 최소화해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차의료 단계에서부터 AI를 적극 활용해 질병의 조기 발견과 초기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는 최근 국내 의료계가 현존하는 AI를 진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매년 최대 21조3000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헬스기획팀장은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에서 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며 "의료자원의 집중으로 인한 건강 불평등이 없도록 AI로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공공의료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과 수도권 간의 극심한 의료 불균형도 AI 도입을 재촉하는 이유다. 현재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은 상시화됐고, 지역으로 갈수록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AI를 활용해 도농 간, 소득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고 '국민 건강 형평성'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동네 의원에서도 AI의 도움을 받아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영상 판독을 받고, 원격 협진을 통해 거주 지역이나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서울 전문의의 진료 역량을 공유하는 환경을 만들어 취약지 의료 공백과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업무와 의료 전달체계 전반을 혁신하는 의료AX가 필수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임상 데이터 네트워크', '의료 데이터 중심병원' 사업 등을 통해 민간과 공공의 의료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류하고 활용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AI 스타트업이 이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거나 임상 현장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의료AI와 AI 신약 개발, 디지털치료제(DTx) 등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박정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병원 경계를 넘어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어디서나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AI 기본의료의 핵심"이라며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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