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명가에서 글로벌 IP 기업으로…YG 30년, 다음 과제는 '새로운 30년'
직접 곡 쓰는 '뮤지션' 정체성으로 차별화
지난해 매출 5692억…글로벌 IP 기업 도약
"과거 유산 벗어나 새 세대 설득할 쇄신 필요"

국내 힙합과 R&B의 대중화를 이끈 YG엔터테인먼트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힙합 전문 기획사로 출발한 YG는 빅뱅과 블랙핑크 등을 앞세워 K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K팝 산업이 세대교체 국면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의 30년은 차세대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안착과 새로운 세대가 공감할 음악, 비주얼, 무대를 제시하는 혁신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YG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현기획'에서 출발했다. 첫 그룹 킵식스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힙합과 R&B, 뉴잭스윙을 중심에 둔 음악적 방향성은 이후 YG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1997년 데뷔한 지누션은 '가솔린'과 '말해줘'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힙합을 대중음악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어 원타임은 힙합에 대중적인 멜로디와 퍼포먼스를 결합해 장르의 저변을 넓혔다. 획일적인 아이돌보다 개성과 음악성을 앞세우는 이른바 'YG 스타일'도 이 시기 자리 잡았다.
YG는 이후 'YG패밀리'를 중심으로 한 자체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페리와 테디 등 전속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고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랩을 쓰고 곡을 만드는 창작 중심 체계를 만들었다. 가수를 단순한 퍼포머가 아닌 뮤지션으로 육성한 전략은 YG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혔다. 고(故) 휘성과 거미, 빅마마를 통해 한국형 R&B와 보컬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세븐은 퍼포먼스형 솔로 가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렉시와 마스터우, 스토니스컹크, 45RPM 등은 힙합과 레게 등 비주류 장르를 기획사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며 음악적 외연을 넓혔다.
YG의 전성기는 빅뱅과 투애니원(2NE1)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빅뱅은 '거짓말',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뱅뱅뱅'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아이돌이 음악과 패션, 공연 문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특히 지드래곤은 프로듀서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K팝 창작자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투애니원은 걸그룹의 공식을 바꿨다. 힙합 기반의 음악과 강렬한 스타일,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우며 '파이어(Fire)',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을 히트시켰다. 기존 걸그룹의 이미지를 넘어선 이들의 음악과 콘셉트는 이후 K팝 걸그룹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 들어 YG는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K팝 세계화의 전환점이 됐다. 악뮤(AKMU)는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했고, 에픽하이는 문학적인 랩과 밴드 감성을 더했다. 이하이는 YG의 R&B 계보를 이었고, 위너와 아이콘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과정을 공개하는 새로운 육성 방식을 정착시켰다.

YG를 글로벌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도약시킨 결정적인 주인공은 블랙핑크다.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블랙핑크는 아시아 걸그룹 최초로 미국 음악 축제 코첼라 헤드라이너에 올랐고, 월드투어와 유튜브, 글로벌 브랜드 협업을 결합한 활동으로 K팝 걸그룹의 시장을 세계로 확장했다. 이제 블랙핑크는 음원과 앨범을 넘어 공연과 패션, 플랫폼, 브랜드 사업까지 연결하는 YG의 대표 IP로 자리 잡았다.
사업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YG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5692억원, 영업이익 869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음원과 음반 판매 중심이던 수익 구조는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월드투어와 MD, 유튜브, 브랜드 협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 30년의 과제는 차세대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현재 트레저는 아시아 투어를 통해 팬덤을 확대하고 있으며, 베이비몬스터는 라이브와 퍼포먼스를 앞세워 YG의 색깔을 이어가고 있다. YG는 오는 9월 신인 보이그룹을 선보인 데 이어 새 걸그룹 '넥스트 몬스터'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년간 프로듀서들과 함께 준비한 베이비몬스터의 새 앨범이 곧 공개되고, 약 한 달 뒤에는 트레저의 새 앨범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준비 중인 신인 그룹들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YG가 30년 동안 구축한 브랜드 자산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YG는 2000년대 초 힙합과 R&B로 K팝의 외연을 넓혔고, 빅뱅과 2NE1으로 YG만의 아이돌 문법을 완성했다"며 "앞으로는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말고 새로운 세대가 공감할 음악과 비주얼, 무대로 과감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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