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마지막 올스타전… ‘별 중의 별’은 첫 출전 허인서
4안타 맹타… ‘미스터 올스타’ 등극
최형우, 42세 6개월 최고령 출전
철거되는 잠실구장서 마지막 추억

2026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11일 서울 잠실구장에 2회초 한국판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가 등장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거포 포수 랄리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을 붙인 이는 바로 한화 이글스의 신예 안방마님 허인서였다. 최근 잠재력을 꽃피우며 차세대 대형 포수로 떠오른 그를 두고 팬들이 붙인 ‘허랄리’라는 별명을 풀어낸 퍼포먼스였다.
허인서는 생애 첫 올스타전 선발 출전이라는 부담이 무색하게 첫 타석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안타 4개를 몰아쳤다. 전날 홈런더비 예선에서 선두권과 같은 7개의 홈런을 치고도 비거리 규정에 밀려 결선 진출이 무산된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냈다. 마지막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뒤에는 “MVP를 놓친 줄 알았다”며 머리를 감싸 쥘 만큼 간절했던 그는 결국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를 안았다.
허인서의 맹타를 앞세운 나눔 올스타는 드림 올스타를 10대 2로 완파하며 올스타전 5연승을 달렸다. 나눔·드림 구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2020·2021년 코로나19로 취소) 상대 전적도 6승 4패로 벌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허인서의 생일이었다.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별 중의 별이 된 그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팬들이 ‘허랄리’라는 별명을 부르며 즐겁다면 나도 행복하다”며 “오늘 한화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았는데 후반기에도 이 감각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잠실구장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아 야구팬들은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잠실구장 내야 흙 담기 행사는 5000명의 팬이 몰려 조기 종료됐고, 잠실구장의 역사를 조명한 특별 전시장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원년부터 MBC 청룡과 LG 트윈스를 응원해 온 김민석(56)씨는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꼭 오고 싶었다. 잠실은 한국 야구의 메카이자 내 유년 시절과 청춘이 담긴 공간이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은 허문 뒤 2032년 돔구장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2만3750명의 팬들을 위해 선수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최다 득표자 양의지(두산 베어스)는 잠옷 차림으로 등장해 그룹 아이오아이의 ‘갑자기’에 맞춰 춤을 췄다. 오스틴 딘(LG 트윈스)은 첫 타석에서 보안관 복장으로 등장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선 한복을 입고 ‘잠실 오씨’ 족자를 펼쳐 보였다.
진기록도 쏟아졌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는 42세 6개월 25일의 나이로 출전해 오승환이 2024년 세운 올스타전 최고령 출전 기록(41세 11개월 21일)을 경신했다. 나눔 올스타는 장단 22안타를 몰아쳐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양 팀이 기록한 31안타 가운데 홈런은 하나도 없어 역대 5번째 무홈런 올스타전으로 기록됐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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