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잡으려 “청년” 외쳤지만…‘선출’ 청년최고에 당황한 與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룰을 정하는 산통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처럼 공개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고 있지만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적잖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1명을 청년으로 채우는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 여부를 논의했다. 지난 9일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청년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것을 넘어, 청년이 직접 정치를 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최기상 의원)며 8년만의 제도 부활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전대에 출마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내 2030 위기론에 따라 경쟁적으로 청년 공약을 발표 중이다. 박성준 의원이 12일 출마 회견에서 “청년들에게 과감하게 정치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며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2030 경청투어’를 정례화하고 ‘2030 정책위원회’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건태 의원은 지난 7일 “청년들의 주거·자산·일자리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했고, 3선으로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김영호 의원도 당내 ‘청년 민심 회복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약속했다. 지난달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낸 박선원 의원 역시 ‘청년부’를 신설한 후 30대 중반 청년에게 장관을 맡기자는 파격 정책을 제안했다.
문제는 “청년”을 외치는 4050 최고위원 후보들이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의 등장을 마냥 격려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데 있다. 지난 7일 전준위가 청년 최고위원 도입을 공식화할 때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지명직일 것”(재선 의원)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준위는 “제2의 박성민·박지현은 안된다”며 기존 선출직 몫을 한 자리 줄여 청년 최고위원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5명이던 비(非) 청년 최고위원 자리는 돌연 4명으로 줄어들었다. 안그래도 10여명 출마로 과열 양상인 최고위원 선거판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청년 최고위원제를 주장했던 최고위원 후보는 “지명직 청년 최고위원 정도 생각했지, 선출직은 생각도 못 했다”며 “청년 표심 얻으려다 되레 당선 확률이 줄었다. 발언을 철회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도 “청년 최고위원 도입으로 계파별 교통정리가 더 복잡해졌다”며 “청년 최고위원이 전대뿐 아니라 차기 지도부 운영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선출직 5명, 지명직 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선출직 한 자리가 청년 몫으로 돌아가면서 당권 주자들의 러닝메이트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수도권 의원은 “친김민석계와 친정청래계 모두 차기 지도부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갖기 위해 ‘선출직 3대2 우위’ 구도를 그려왔는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친석도, 친청도 아닌 박선원 의원을 제외한 세 자리를 갖고 양대 캠프가 다투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지명직 최고위원 중에 1인을 청년에 할당하되, 당대표가 임의로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선출 방식을 통해 뽑힌 사람을 지명하자”고 제안했다. 선출 형식을 따르되, 지명직 몫으로 청년 최고를 돌리자는 발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도 통화에서 “평당원 최고위원처럼 투표 1위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는 게 맞다”고 했다.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정치 인플루언서정민철씨는 아직 이렇다 할 계파 성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 인사는 “당권 주자들이 둘을 접촉하고 있지만, 러닝메이트를 성사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를 거듭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2시간 30분의 회의 후 “비공개 최고위는 속개하지 않는다”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당규를 개정하고자 했었지만, 이견이 있었고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당규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오자,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링 코너에 몰아놓고 집중적으로 펀치를 맞는 느낌”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 없이 진행하겠단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친청계는 1인1표제 도입 때처럼 전 당원 투표 등을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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