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도 책 읽으며 온몸에 전율 일어... 반헌법행위자들, 역사의 법정에 세우다
[고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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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촬영 기념촬영 하는 <반헌법행위자열전> 1차분 출간 국민보고회 참석자들 |
| ⓒ 고창남 |
지난 2026년 7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1차분 출간 국민보고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책 출간 기념회를 넘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고문조작, 헌정유린의 가해자들을 역사의 공소장에 영원히 기록하는 '역사의 법정' 그 자체였다. 이어 오후에는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으로 자리를 옮겨,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열사들에게 책을 바치는 뜻깊은 헌정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13년간의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5천 원이 만든 기적
국민보고회의 사회를 맡은 장해랑 편찬위원회 공동대표(전 EBS 사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단상에 오른 이만열 상임공동대표(전 국사편찬위원장)는 감격과 엄숙함이 교차하는 목소리로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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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열 인사말을 하는 이만열 상임공동대표(전 국사편찬위원장) |
| ⓒ 고창남 |
특히 "최근 12·3 내란 사태를 거치며 이 열전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탄식을 들었다"라며 "헌법을 지키는 힘은 헌법 조문이 아니라, 그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기억과 감시에서 나온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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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인순 축사를 하는 남인순 국회 부의장 |
| ⓒ 고창남 |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책임은 기록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반헌법행위자열전>은 바로 현실의 법정에서 다 묻지 못한 책임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위대한 작업입니다."
남 부의장은 국회 역시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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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홍구 경과보고를 하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
| ⓒ 고창남 |
이어 한 교수는 "재정 압박 속에서도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와 희생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라며,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 공휴일이 겹쳐도 빠짐없이 555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인물들을 검토하고 한 편당 일곱 번, 여덟 번씩 원고를 뜯어고쳤다. 50대에 시작한 연구진이 이제는 평균 연령 60대 후반의 초고령 팀이 되었다"라고 경과를 보고해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당초 계획했던 405명의 집중검토 대상자 중 박근혜 정부 시기를 제외하고 노태우 정부까지로 범위를 한정하여, 최종적으로 312명이 수록 대상자로 확정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 4권은 1권 총론·대통령 편, 2권 법원 편, 3·4권 검찰 편으로 구성되었다. 한 교수는 "당초 판검사들은 뒤쪽에 배치되어 있었으나, 검찰개혁 논란과 계엄 사태를 거치며 사법 엘리트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시민들이 뼈저리게 체감했기에 사법 편을 먼저 내게 되었다"라며, 보안사·중앙정보부·경찰 등을 다룬 2차분은 내년 상반기 발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도올 김용옥 "인간을 빼놓고 역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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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올 기념 강연을 하는 도올 김용옥 선생 |
| ⓒ 고창남 |
"사마천은 '인간을 빼놓고 역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그 인간이 결국 역사의 핵심이자 구조라는 생각에서 전기를 역사의 핵으로 삼은 것입니다. 사마천이 신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열전에 올린 기준은 오직 하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어떠한 자라도 올렸다는 점입니다."
이어 역사에서 칭찬하는 '포(褒)'보다 잘못을 야단치고 깎아내리는 '폄(貶)'의 역사가 훨씬 쓰기 어려움을 지적하며, "이 <반헌법행위자열전>이야말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장 독창적이고 준엄한 '폄의 역사'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세계사에서 얼마나 유니크한 위치에 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라고 극찬했다.
그는 "올해 내 나이가 여든이다. 현대사를 다 안다고 자부했고 지식이 많기로 유명한 도올마저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무식한 놈이었는가' 절절히 깨달았다"라며 고백했다. 조봉암의 처형, 4·19 혁명 등 겉으로만 알던 사건들이 어떤 역사적 인과관계와 사료를 통해 필연적 불행으로 연결되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는 것이다.
특히 도올 선생은 인공지능 시대를 향한 선구적인 제안을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제 이 <반헌법행위자열전>의 방대한 사료와 사관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기본 데이터베이스(DB)가 되어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논할 때 반드시 이 책의 관점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답변하도록 전국적인 디지털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정 밖의 가해자들을 역사의 단두대로… 전문가들의 준엄한 서평
이어 진행된 서평회에서는 현대사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본 서적들이 지닌 학술적·사회적 무게감을 더했다.
제1권 총론·대통령 편 서평을 맡은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는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관점에서 본 서적을 평가했다. 정 전 교수는 "한국 현대사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한 과거사 청산 입법이 30여 개에 달하지만, 5·18 특별법을 제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통탄했다. 국가 주도의 과거사 정리가 가해자 처벌을 방기해 온 정치적 타협의 한계를 시민사회가 스스로 뛰어넘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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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회 <반헌법행위자열전> 서평회에 참가한 참석자들 |
| ⓒ 고창남 |
김 변호사는 "이 책은 판사들이 저항했다는 사법부 내부의 신화를 깨부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법 권력을 국민이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편의 서평을 맡은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홍구 교수 대독)와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독재정권의 사냥개를 자처했던 공안정치의 실상을 고발했다.
김인회 교수는 "이 책은 건조한 공기록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피와 눈물의 기록이자 고문으로 인간성을 파괴한 가해자들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공소장"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공안검사들이 자백배제법칙을 무시하고 폭행과 협박을 묵인·조작했던 교과서적 판례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법조 윤리의 실종과 법치주의의 양면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오후 마석 모란공원 이동… "열사들이 열어준 길, 깨어있는 시민들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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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정 '반헌법행위자열전' 민주열사에 헌정하는 최현덕 경기도 남양주시장(가운데)과 참가자들 |
| ⓒ 남양주시 제공 |
편찬위원회의 '헌정사'는 참석한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가해자였으나 단 한 번도 가해자로 불리지 않은 자들, 국민의 흉기가 되어버린 그 권력의 얼굴들을 이 열전의 책장 하나하나에 낱낱이 새겼습니다. 정부 지원 한 푼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편찬한 이 책은 용서를 구하지 않은 가해자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공소장입니다. 이곳에 잠든 님들이여 보고 계십니까.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이, 여의도를 가득 채운 응원봉이, 남태령 고개에서 농민들을 환대한 청년들이 당신들이 내어준 그 길을 따라 지금도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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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가자들 <반헌법행위자열전> 1차분 출간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
| ⓒ 고창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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