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시행 1년…상장사 둘 중 하나 “소송 우려 커져”

차량용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는 A사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M&A) 건이 주가에 미칠 영향과 투자금 회수 가능 기간을 짚으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A사 관계자는 “다양한 시각에서 안건을 검토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신속한 투자가 필요한 안건 등이 지연되지 않도록 이사들을 위한 명문화한 판단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개정 상법 시행 1년을 맞아 상장사 3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4.3%가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법무·준법팀의 사전 검토 등 사내 점검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고 법률·회계 등 외부 전문가 자문 확대(45.7%), 이사별 찬반 의견 등 이사회 의사록 상세 작성(4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이사회 운영 방식 변화가 경영에 미친 영향을 묻자 응답 기업 10곳 중 4곳(39.6%)은 “의사 결정의 책임이 커지고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10곳 중 2곳(22.4%)은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 비용이 늘고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등 기업의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소송 증가와 의사 결정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응답 기업의 절반(53.7%)은 이사충실의무가 확대 시행된 후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청구 등 소송 우려 커졌다고 답했다. 또 10곳 중 2곳(21.7%)는 법적 검토 강화로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보류·취소됐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사업·M&A 등 신규 투자·사업 진출 관련 안건이 지연된 경우가 30.8%로 가장 많았고 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보수 책정(16.9%) 등의 안건 지연 사례가 뒤를 이었다.

최은락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은 이사회 운영방식을 바꾸며 제도 준수에 힘써 왔다”며 “정부가 현장사례를 반영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실무 부담을 덜어주는 현장 밀착형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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