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골든타임을 사수하라"…서울해바라기센터 가보니
응급키트 활용해 성폭력 가해자 DNA 확보
초동대응부터 사후지원까지…병원·경찰 연계
지난 10일 방문한 종로구의 서울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에게 상담·의료·법률·심리지원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지원 기관이다. 2010년 문을 연 이 센터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경찰과 변호사가 상주하고 서울대학교병원과 연계해 각종 의료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정명신 서울해바라기센터 행정소장은 "피해자들은 초동 대응부터 사후 지원까지 안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초기 진술 확보와 법의학적 증거 채취가 가능해 사법적 권익 보호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을 근거로 성평등가족부·지자체·지방경찰청·수탁병원 등 4개 기관 협약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피해자가 여러 기관을 반복 방문하거나 동일 진술을 여러 차례 해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해바라기센터의 출발점은 2003년 성폭력 피해를 당한 4살 아이가 35시간 동안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면서 통합 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현재 해바라기센터는 위기지원형 18곳, 아동형 7곳, 통합형 16곳 등 전국 41곳으로 확대됐다.
정 소장은 "피해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를 가장 고민한다"며 "피해 직후 골든타임 내 응급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통합지원센터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신체에서 가해자의 DNA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은 핵심이다. 서울해바라기센터 의료지원팀의 심현지 간호사는 "사건 발생 72시간 내 응급키트를 활용해 증거를 채취한다"고 설명했다. 속옷 확인부터 손톱, 생식기, 구강 등 12단계 절차를 통해 DNA를 최대한 확보한다. 샤워·양치·소변 등은 증거 소실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 진술의 정확성을 위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진술조력인이 수사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외국인 피해자에게는 전문 통역사가 배정되며, 이주여성상담센터 등과 연계해 지원한다. 아동학대·지적장애 피해자는 법정 출석 대신 센터 내 '영상증인신문실'에서 안정된 환경에서 증언도 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해바라기센터에는 1900여명이 다녀갔다. 센터의 인력난은 지속적인 과제로 꼽힌다. 정 소장은 "상담·심리·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처우가 낮아 구인난이 심각하다"며 "특히 지방 센터는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렵다. 사명감만으로는 지속하기 힘든 구조"라고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전국 해바라기센터 이용자는 총 2만4755명으로, 이 중 70.8%가 성폭력 피해자였다. 이어 가정폭력(16.7%), 교제폭력(0.8%), 스토킹(0.7%), 성매매(0.6%) 순으로 나타났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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