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도 다이어트도 아니었다"…'여기' 간 사람들 예뻐져서 온다는데[실험노트]

윤슬기 2026. 7.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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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개국 성인 5만명 분석 결과
자연 접할수록 신체 만족도 높아져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입니다. 마운자로는 올해 1분기에만 약 87억달러(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고, 최근에는 '미용 체중'을 위해 처방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며 외모 관리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줄어든다고 해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몸에 대한 만족감, 즉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는 체중계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몸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운동기구도, 주사도 아닌 자연입니다.

나무. 언스플래쉬
나이·성별·국적 상관없어…"자연서 시간 보내면 자기 긍정↑"

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al International)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자연과 신체 이미지의 관계를 다룬 연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58개국에 거주하는 18~99세 성인 5만여명을 대상으로 자연을 얼마나 자주 접하는지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나이·성별·거주 국가와 관계없이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기연민(self-compassion) 수준이 높았습니다. 자기연민은 자신의 실수나 부족한 점을 지나치게 비난하기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같은 자기연민은 다시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체 이미지로 이어졌고,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자연이 몸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자연이 사람들의 관심을 외모에서 경험으로 옮겨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숲길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할 때 우리는 '내 다리가 얼마나 가늘지'보다 '얼마나 멀리 걸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비교·평가 없는 자연…"스트레스 줄고 외모 집착 줄어"

자연은 외모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환경과 거리가 멉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광고는 타인의 외모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환경이지만, 숲이나 공원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자연이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몸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는지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또 도시보다 자극이 적은 자연에선 뇌가 잠시 쉬어갈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정보와 끊임없는 자극에서 벗어나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줄고, 자신의 몸을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외감(awe)'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거대한 숲이나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이 더 큰 세상의 일부라는 감각을 느끼면, 외모에 대한 집착이나 작은 결점에 대한 의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자연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새롭진 않습니다. 이미 기존 연구에서는 자연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증상을 완화하고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의사산책이나 숲 체험 같은 자연 속 활동을 권하는 '녹색 처방전(Green Prescription)'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운동 계획이 없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몸은 그대로일지라도, 몸을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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