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석 장관서 내각 2인자로…‘데이터 총리’ 한성숙의 일주일
“부처 간 데이터를 연결하면, 복합적인 과제들을 풀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계신 데이터들을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가가 우리의 중요한 숙제입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취임사는 빈말이 아니었다. 한 총리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을 불러 각 부처에 산재된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관리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그동안 부처간 칸막이 때문에 곳곳에 산재된 데이터가 제대로 통합·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취지였다.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야 정확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고, 이러한 데이터가 일반에 개방돼야 사회에 이롭다는 한 총리의 평소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취임 후 내부 회의에서도 네이버에 근무하던 시절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과학적인 정책 수립’과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관련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1997년 검색엔진 엠파스에 합류한 한 총리는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 2012년 네이버 서비스1본부장, 2015년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를 거쳐 2017년에는 네이버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주례회동에서 한 총리가 보고한 내용 중 하나도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국민생명 보호 방안’이었다. 자살·교통사고·산업재해·재난·강력사건·고독사 등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6대 요인으로 설정하고, 예방책을 만들기 위해 공공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도 한 총리에게 “기술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후 보건복지부·경찰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별도 보고를 받으면서도 데이터와 구체적 수치를 근거로 한 원인 분석과 설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가 단순하고 직관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분석이 충실하게 담긴 서면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예전보다 보고서의 양이나 서면 보고의 횟수도 늘었다”고 전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모든 분야의 국정을 통할하는 입장에서, 여지껏 자신이 잘 알지 못하던 분야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의욕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지난 7일, 한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 직후에는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농반진반으로 “앞으로도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날 회의는 의전서열 30위로 국무위원 중 말석(중소벤처기업부)이었던 한 총리가 내각 2인자에 오른 뒤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였다. 한 참석자는 “진행을 차분하고 매끄럽게 잘 하더라”며 “한 총리 덕에 회의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말씀이 많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취임 직후 ▶AI 대전환 ▶규제합리화 ▶창업 르네상스 ▶청년정책 내실화를 자신의 4대 역점 어젠더로 꼽았다. 한 총리는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주요 화두가 된 청년 정책에 관해 총리실에 “청년의 요구를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과 “단순 청년 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취임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4일 서울 신촌 원룸촌과 홍제동 행복기숙사를 방문한 그는 청년들의 건의사항을 메모장에 빼곡히 받아적곤 “현장에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같이 들으면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건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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