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민지 잔재 그만"…우간다, 법정 호칭 두고 공방
영국식 관습법 남아…개혁 찬반 논쟁
우간다에서 판사를 '마이 로드(My Lord)', '마이 레이디(My Lady)'라고 부르는 등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법정 관행을 바꾸려던 시도가 사법부의 반발에 부딪히며 본격적인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우간다변호사협회(ULS)가 최근 회원 변호사들에게 법정에서 판사를 '마이 로드'나 '마이 레이디' 대신 '판사님(Mr. Judge 또는 Madam Judge)' 등 보편적인 호칭으로 부르도록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식 법체계를 도입했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법복과 가발, 법정 호칭 등 식민지 시절의 유산을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오랫동안 찬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우간다 역시 1894년 영국의 보호령이 된 뒤 약 70년 가까이 영국의 통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행정과 교육, 사법제도 전반에 자국의 제도를 도입했고, 영국식 관습법과 법정 문화도 함께 자리 잡았다. 1962년 독립 이후에도 우간다는 기존 사법 체계를 대부분 유지했고, 현재도 영국식 관습법을 기반으로 한 법률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법정에서 고위 법관을 부를 때 사용하던 '마이 로드', '마이 레이디'라는 호칭과 법복, 법정 예절 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영국에서는 상급 법관 상당수가 귀족 계층 출신이었던 만큼 이런 경칭이 자연스럽게 사용됐지만, 독립 이후에는 식민지 시대의 권위주의적 유산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ULS는 "해당 표현은 영국의 봉건·식민 시대에 유래한 경칭으로, 법관을 시민보다 우월한 존재처럼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사와 소송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크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관행도 중단하고,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바른 자세로 의견을 진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간다 사법부는 변호사협회의 지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정에서 사용하는 호칭과 절차는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며 외부 단체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에레미에 우간다 사법부 대변인은 BBC에 "변호사협회는 판사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를 지시할 권한이 없다"며 "법원은 앞으로도 기존의 법정 예절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제도 개선 논의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적절한 협의 절차를 통해 제안해야 하며,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의견이라면 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케냐에서는 2011년 당시 대법원장이던 윌리 무퉁가가 전통적인 법복과 가발 착용 관행을 비판하며 정장 차림으로 취임 선서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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