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부대 마라톤 강행해 취사병 사망…사단장 등 검찰 송치

무더위 속에서 충분한 안전 대책 없이 부대 마라톤 대회를 열어 20대 취사병이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단장 등 군 책임자 4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해당 부대 사단장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육군 8사단은 지난해 영천대첩 승전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9.13㎞ 부대 마라톤 대회를 기획했다. 예하 여단에서 복무하던 입대 4개월 차 취사병 지수혁 일병도 참가했다.
지난해 9월 5일 포천천 일대에서 대회가 열렸다. 당시 최고기온은 31도, 습도는 약 70%였다. 지 일병은 약 8㎞ 지점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열사병에 따른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위험성 평가·의료 대응 모두 부실
경찰은 부대가 처음 시행하는 대회였음에도 군 규정상 필요한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았고 환자 발생 등에 대한 대비도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참가자의 체력과 달리기 경험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취사병이던 지 일병은 평소 취사 업무로 체력단련 기회가 부족했고 대회 전 약 4㎞를 한 차례 달린 것이 연습의 전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회 당일에도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직후 곧바로 출전했다. 함께 달린 인원도 체력이 비슷한 전우가 아닌 선임 병사와 부사관이었다.
현장 의료 대응도 미흡했다. 군의관은 현장에 없었고 지 일병은 119 구급차가 아닌 군 차량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열사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다시 옮겨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경찰 “관리·감독 의무 위반”
군은 처음에는 지휘관 2명만 경찰에 이첩하고 사단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유가족이 사단장 등을 고소했고 경찰은 사단장에게도 위험성 평가와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고 모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군 규정에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 송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임 병사와 부사관은 행사 관련 권한이나 책임이 없었다며 불송치했다.
유가족은 “함께 달린 선임자들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체력의 한계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했을 것인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니 유감”이라며 “지 일병의 억울한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안전을 도외시한 채 성과주의에 매몰된 지휘부의 명백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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