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클로드·챗GPT 시대는 끝났다고?…AI도 이젠 ‘가성비’ 싸움 [주末머니]
단일 LLM 대신 ‘라우팅’으로 비용 낮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던 최첨단(프론티어) 모델들의 독점 체제가 깨지고, 후발 주자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무기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오픈AI의 챗GPT, 앤스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 선도 모델의 희소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론티어 모델 기업들이 기술력만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기업 고객들도 업무 성격에 따라 여러 AI 모델을 골라 쓰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스페이스X는 지난 9일 그록(Grok) 4.5를 선보이며 AI 모델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김 연구원은 "여러 성능 측정 평가(벤치마크)에서 클로드 페이블 5, 클로드 오푸스 4.8, 오픈AI GPT 5.5 등과 필적하는 수준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가격 경쟁력이다. 그록 4.5의 가격은 출력 100만 토큰 기준 6달러로 이전 모델보다 3.5 달러 올랐지만, 토큰 효율성도 함께 강화됐다는 점에서 경쟁 모델 대비 비용 부담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먼저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자금을 확충한 스페이스X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펼치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직면한 토큰 가격 인하 압박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엔 중국의 생활서비스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이투안이 AI 모델 롱캣(LongCat) 2.0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강화학습과 추론 효율화 등을 통해 모델 성능을 더 끌어 올리는 작업의 성과를 달성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며 "미국산 가속기가 아닌 중국산 가속기로도 이런 작업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프론티어 AI 모델의 희소가치를 낮추는 요소"라고 짚었다.
단일 AI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모델을 조합해 최적의 효율을 내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도 프론티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일본의 사카나(Sakana) AI가 공개한 푸구(Fugu)는 독립적인 모델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대형언어모델(LLM)을 선택·검증·종합하는 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한 번만 호출하면 내부에서 최적의 모델들을 골라 역할을 부여하고 답변을 만들어낸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은 AI 도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업무 성격에 따라 모델을 다르게 선택하는 '라우팅(rou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은 점차 작고 값싼 모델로 최고의 성능을 내는 방향으로 진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형 프론티어 모델은 전체 작업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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