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경호처가 향한 수렁,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김수병 2026. 7. 1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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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 63년을 말한다_인물편 ⑪ 김용현] 충성의 이념화

[김수병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앞둔 2022년 5월 6일 청와대 경호동의 사무실 집기류를 옮기고 있다.
ⓒ 대통령경호처
권력은 스스로 자체를 보호하는 장치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문제는 그 장치가 필요의 범위를 넘어 하나의 당위로 굳어질 때 발생한다. 방어를 위한 수단은 점차 사고의 전제가 되고, 그 전제는 조직 내부에서 의심되지 않는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판단은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다른 선택지들은 점차 비현실적이거나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방어 논리는 조직의 공기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되고, 규범은 스스로 강화하며 확장된다. 그러면서 조직은 외형의 변화 이전에 이미 내부에서 다른 성격의 존재로 이동하게 된다. 권력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는 종종 점진적이어서 쉽게 감지되지 않지만,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진다.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당선된 뒤 3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계획이 공식 발표되었다. 당시에는 '제왕적 권력 구조의 개선'이라는 명분이 제시되었고, 청와대의 폐쇄성을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동시에 국방부 시설을 활용해 경호와 안보 대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도 강조되었다. 이러한 설명은 정책적 필요와 상징적 의미를 결합한 서사로 구성되어 대중에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권력의 자기방어를 둘러싼 논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정당화되는지를 보여주었다.

개방성과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제시되는 순간에도, 그것이 실제로 어떤 형태의 권력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공간의 변화가 곧 권력의 성격 변화를 의미하는지, 또는 다른 방식의 집중과 재배치를 낳는지는 단순한 선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제도적 견제 장치와 어떤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하지만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열려라 참깨'식의 주문으로 통하면서 어떠한 담론도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는 권력의 방어 논리가 어떻게 새로운 언어와 형식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강조되고 무엇이 가려지는지를 드러내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의 이전이 결정되었을 때,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넘어 권력의 동선과 시야, 나아가 권력을 둘러싼 경호의 방식과 기준 전반에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기존의 공간이 전제하고 있던 경호체계와 접근 통제 방식 등이 근본적으로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적·운영상의 변화로 이어질 게 자명했다. 특히 대통령의 이동 경로와 외부 노출 수준, 주변 환경과의 거리 설정 등 구체적 경호 요소들이 새롭게 설계되어야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권력을 어떻게 보호하고 동시에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기준 자체를 다시 묻는 과정이기도 했다.

모든 과정의 중심에 김용현이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김용현이 있었다. 그는 윤석열의 충암고 선배로, 육사 38기로 임관한 이후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 주요 군 직위를 거치며 군사 작전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에서 안보 정책을 총괄했고, 이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에서 부팀장으로 경호·경비 분야를 담당하며 이전을 지휘했다. 김용현의 경호처장 인선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기에는 일부 경호처 퇴직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참여해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 체계의 초기 구상을 지원한 정황도 파악된다. 이러한 흐름은 인적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결합되어 새로운 경호체계를 형성해 가는지를 보여주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김용현이 공식 내정된 것은 5월에 들어서지만, 청와대 이전 준비가 진행되던 시기부터 그는 경호처 부속청사에 임시 사무실을 두고 관련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밀접하게 관여한 인물이 김성훈이었다. 김성훈의 소속 부서가 김용현의 임시 사무실이 있던 '부속청사'에 위치해 있었다는 점은 두 사람 간 업무적 접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근접성은 공식 직위 이전 단계에서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둘러싼 해석을 낳기도 한다. 동시에 인수기라는 과도기적 상황이 비공식적 협의와 역할 확장을 용인하는 환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22년 4월 초 부속청사에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한국지사 '드론돔'의 로봇개 시연회가 열렸다. 이 역시 김용현과 김성훈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첨단경호에 관한 사항은 과학경호 부서에서 담당하는데, 드론돔의 로봇개 시연회를 통신 부서에서 관할 한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당시 과학경호를 담당했던 한 경호관은 "통신부서의 연락을 받고 갑작스럽게 시연회 장소에 갔던 기억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로봇개 사업과 관련해 드론돔 측 인사가 고가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김건희에게 공여한 의혹이 제기되어 특검에서 시계 제공이 로봇개 사업 관련 청탁과 연결된 것인지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에 경호조직의 공식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공식 네트워크가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 이전지로 용산이 결정되자, 한 저명한 건축학 교수는 건축적 환경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폐쇄성과 단절을 넘어 '국민 속으로'라는 구호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에는, 용산이 지닌 경호 환경은 상당한 부담 요인을 안고 있었다. 개방성을 확대하려는 시도와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요구가 구조적으로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공간 선택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긴장은 이후 경호 방식과 공간 운영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과학과 경호의 만남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자연 요새로 불릴 정도의 지리적·물리적 이점을 갖추었던 청와대와 달리, 용산은 훨씬 더 촘촘하고 입체적인 경호체계를 요구하는 환경이었다. 초고층 아파트 등 민간 건물과 상업시설, 외국 공관과 군 시설 등이 혼재된 공간에서 대통령의 동선은 상대적으로 더 넓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잠재적 위협 역시 불특정 다수 속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로 인해 경호는 단순한 물리적 차단을 넘어, 가시성과 접근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었다. 결국 이러한 환경은 경호를 기술적 대응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게 하고, 권력의 이미지와 상징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로 전환시켰다. 이는 곧 경호가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와도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용산이라는 확장된 공간에서 김용현의 경호처는 새로운 경호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소통과 개방의 기조에 맞추어 AI 기반 과학경호를 도입해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기술의 도입은 경호의 정밀성과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설계되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특히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방식이 안전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이는지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 과정은 경호의 언어가 어떻게 재구성되고, 그 의미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드러내는지를 추정케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경호는 '안전'의 확보가 아니라 '충성'의 발로였음을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경호처는 늘 한 발 뒤에 있었다

경호조직의 기본 덕목인 충성이 법과 제도, 헌정질서에 대한 충성에서 벗어나 특정 인물과 그 인물이 체화한 정치적 세계관으로 이동할 경우, 조직은 점차 이념화의 경로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용산 이전 이후 경호처 내부에서 '정권 수호'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점은 이념화 관련한 하나의 단서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신변 보호를 넘어 '자유 수호'와 같은 추상적 목표가 강조되면서, 경호의 대상과 범위가 확장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호의 목적이 어디까지 설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경계를 흐릴 수 있다. 조직이 정권과 동일시되고, 정권이 다시 대통령 개인과 중첩되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경호는 중립적 기능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는 경호조직이 수행해야 할 공적 역할과 정치적 요구 사이의 긴장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조직은 곧 정권과 동일시되었고, 정권은 다시 대통령 개인과 겹치는 양상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호처는 이전과는 다른 위상과 작동 방식을 보이는 조직으로 인식되었다. 대체로 비서실에서 요구하는 것은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때로는 청와대 주인은 경호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지만, 실상은 '비서실에서 기침을 하면 경호처는 독감에 걸린다'는 것을 빈말로 여길 수만은 없을 정도였다. 물론 경호 업무가 대통령 일정과 행사 계획에 밀접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구조적 제약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경호 활동이 비서실의 행사 계획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경호처는 늘 한 발 뒤에 있었다. 판단은 하되 드러내지 않았고, 권한은 행사하되 앞서지 않았다. 비서실의 의도와 질서 안에서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구조였다.

이러한 기존 질서는 김용현의 등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윤석열에겐 전통적 의미의 정치적 가신 그룹이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른바 '윤핵관'은 집권 초기 정치적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에 가까웠고, 검사 출신 인맥은 수직적 충성 구조라기보다는 근무연에 바탕한 네트워크 성격이 강했다. 이에 견줘 김용현은 충암고 인맥에 24시간 맞춤 경호를 하는 '친위대'을 이끌며 윤석열이 생각하는 것을 즉각 실행했다. 특히 경호조직을 기반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기능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부각되었다. 이전 같으면 대통령실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도 김용현을 통하면 모자람이 없이 처리했다. 용산 이전 초기 비서실이 체계를 갖추기 전에 김용현에게 맡겼던 관행이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이는 권력 내부에서 신뢰 관계와 실행 구조가 필요에 따라 재편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하겠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한 "권한은 자원과 함께 온다"는 원칙은 용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용현이 경호와 비서 기능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안을 직접 챙기면서, 그의 역할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었다. 이에 상응해 영향력도 강화되었다. 시설 공사와 공간 재배치, 예산 집행과 경계 설정 등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서는 성격을 띠었다. 그것은 공간을 재구성하고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며, 권력의 동선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이러한 집행 권한이 경호처를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조직의 위상 또한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경호조직이 전면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주체로 이동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그렇게 별다른 잡음 없이 주도권은 경호처를 향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하계 휴가 준비 방식 역시 기존 관행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통상적으로는 대통령실 부속실과 총무비서관실 등이 일정 조율과 준비를 담당해 왔으나, 경호처가 행사 전반을 관장하는 형태로 추진되었다. 휴가 일정이 확정된 이후에는 김용현의 지휘 아래 기획실장과 차장으로 있던 김성훈이 관할하는 특정 부서에 업무가 집중되어 총동원령이 내려지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지 행사 준비나 물자 조달 등 다양한 업무가 경호 인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해서 저도 해안가에서 폭죽놀이가 펼쳐지고, 제주도 다금바리 공수 등이 이뤄졌다. 윤석열의 저도 하계 휴가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경호관은 "대통령실의 일부 수석이나 비서관들이 가족과 함께 머물기도 했는데 그들은 행사 참석자였고 경호처 직원들이 휴가지의 진행요원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정부 시기 김용현이 이끄는 경호처는 권력관계의 미세한 재편을 통해 권한을 확대했다. 경호처가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배경에는 공간의 변화, 위협 인식의 재구성, 권한과 자원의 이동 등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히며 조직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김용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존에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던 조직이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고, 조정과 절충의 언어보다 긴장과 위협을 강조하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힘을 얻었다. 이는 단순한 조직 위상의 상승을 넘어,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조직 내부의 문화와 관계 형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흔히 말하는 근묵자흑(近墨者黑)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는 표현처럼, 권력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 성격과 방식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한남동 관저와 삼청동 안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특정한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정적제거용 '비상대권'이라는 권력 내부 의사결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권력이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반드시 제도적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비공식적 관계와 공식적 권한 구조가 교차해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권력의 심장부에서 '충성'은 언제나 미묘한 긴장 위에 놓여 있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 헌법 질서에 대한 충성,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 교차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지점에서, 경호처는 스스로 기준과 좌표를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러한 긴장은 경호조직이 단순한 물리적 보호를 넘어 어떤 가치와 원칙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요구받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결국 충성의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격과 역할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충성의 방향을 둘러싼 긴장은 경호조직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끊임없이 되묻게 만드는 근본적 조건으로 작용한다.

충성 기준 기울기 가늠하게 한 상징적 장면

김용현 시기의 교육과 훈련은 변화하는 충성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전개되었다. 일부 직무교육과 초청 강연에서는 국가 위기 담론이나 비가시적 위협에 대한 인식, 특정 이념에 대한 경계 등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직원 직무교육과 초청 강연 등에서 국가 위기 담론, 보이지 않는 음모, '종북 좌빨'에 대한 경계 등이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현의 경호처에서 이뤄진 이념 지향의 교육과 강의는 단순한 직무교육의 변화가 아니었다. 일정한 방향성이 존재했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전술·기술 훈련을 넘어 조직 구성원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경호 조직 내부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담론의 축적은, 충성의 기준이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하겠다.

김용현의 경호처에서는 매주 월요일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하는 현안점검회의가 정례적으로 열렸다. 2023년 가을에 진행된 현안점검회의는 기존과 다른 형식을 보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 연구자가 초청되어 '북한의 대남 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외부 인사를 초청한 교육이 통상 법정 의무교육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초청 강연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 인사가 대통령 경호조직 내부 회의에서 안보 담론을 직접 전달하는 강연은 반공시대의 이념교육을 방불케 했다.

경호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2024년 상반기 직무교육에서는 '공작'과 '포섭'이 정규 강의로 편성되었고, '하이브리드전'은 경호관들의 필수 과목이 되다시피 했다. '공작'에 대한 강의 관련해 한 수강생은 "21세기 들어 북한과 연계된 간첩단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북한에서도 통일전선 전략을 폐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간첩에 의한 공작이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이념 편향의 교육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였던 셈이다.

현대전은 더 이상 군복을 입은 병사들만의 전장이 아니라, 언론과 시민단체,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호요원 역시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요하다. 경호상의 위협은 국경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유입될 수 있으며, 위협 주체 또한 비가시적이고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내부의 균열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협 인지 능력을 높이고 내부 보안과 정보보호 역량 등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전 개념은 범위가 매우 넓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시민의 집회나 언론 비판, 정책에 대한 반대까지 포괄적으로 위협으로 간주될할 경우, 경호의 대상과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호조직이 정치적 갈등에 개입하는 정권 방어의 주체로 오인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브리드전 교육이 정치적 현실을 해석하는 특정한 틀로 작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작과 포섭 관련 교육 역시 정보 수집이나 심리전 수행 등으로 확장되면, 경호조직의 본래 기능과 역할을 재정의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의 정체성과 기능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경호조직이 '안보'라는 명분 아래 정보 영역과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 원칙이 약화될 수도 있다. 특히 물리적 대응을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이 복합적 안보 기능까지 동시에 수행하려 할 경우, 내부 역할 분담과 책임 구조에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교육과 방향 설정에 대해 조직 내부에서 충분한 문제 제기나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김용현 시기 경호처에 나타난 충성의 방향성 변화의 의미

그렇다면 김용현 시기의 경호처에서 나타난 충성의 방향성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단순히 보수적 성향의 강화로 환원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오히려 국가와 정권, 대통령과 체제를 하나의 연속선상에 놓고 이해하려는 인식이 강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을 경우, 동일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점차 잠재적 위험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국내 이념 갈등에 대한 담론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과정에서, 경호요원들의 인식 속 경계선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호 환경 분석이 물리적 위해 가능성에 국한되지 않고, 정권의 정당성이나 안정성을 흔드는 언행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호의 범위와 대상이 어디까지 설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2023년 8월부터 중앙부처 4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정철학의 이해' 교육을 실시하면서 경호처 역시 대상에 포함했다. 2024년 상반기에 인재개발원장 김채환이 용산청사 대강당에서 경호처 직원을 대상으로 윤석열의 어록을 중심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명확한 안보관을 중심으로 강의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자유·시장·안보 등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해석과 함께 반공과 반좌파 정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국정철학을 설명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정책 설명을 넘어 일정한 가치 체계를 전달하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특히 경호조직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해당 교육이 단순한 이해를 넘어 인식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공무원 조직이 국정 기조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정 운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내용과 전달 방식이 어디까지 허용할 범위인지, 정치적 중립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등에 대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경호조직처럼 권력의 물리적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내면화되는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결국 공적 조직의 충성 기준이 제도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특정한 가치 체계로 확장되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러한 교육이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기준이나 위협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경호조직의 중립성과 전문성이 어떠한 방향으로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이념적 색채가 짙은 강의가 반복될 경우, 조직 내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남길 것은 자명하다. 충성의 기준 역시 헌법적 가치와 제도에 대한 충성에서 특정한 권력 구도에 대한 충성으로 이동할 여지가 생긴다. 예컨대 공작과 포섭에 대한 교육이 강조될수록, 경호조직은 피경호인의 물리적 안전을 넘어 확장된 역할을 상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은 조직의 사명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경계를 모호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으로 조직의 결속과 사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더불어 민주적 통제와 책임의 기준을 흐릴 위험도 있다. 세상을 적과 아군으로 이분하고, 비판을 침투로 해석하며, 내부의 이견을 균열로 간주하는 인식이 강화될수록 조직은 외형적으로 단단해 보일 수 있다.

충성이 다원적 가치 사이의 균형이 아니라 하나의 중심에 대한 절대적 헌신으로 수렴될 때, 급격히 한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리드전 개념 역시 단순히 북한의 전략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의 갈등을 안보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틀로 작동할 위험이 따른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 언론'과 '심리전의 매개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시민적 저항'과 '적의 포섭 활동' 사이의 구분 역시 모호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충성의 기준을 헌법 질서가 아닌 권력 질서 쪽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과 조직을 이념적 전위로 재구성하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따라서 이 경계가 어디에서 설정되고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공적 조직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념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의 폭이 갈수록 좁아졌다는 점이다. 비판적 언론 보도나 거리 집회, 야당의 공세가 정책 경쟁의 일부라기보다 '국가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었다. 때로는 극우 유튜브나 메시지 등이 비공식적으로 공유되며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통령 행사장에서의 강도 높은 통제와 차단 역시 '위험 요소의 사전 제거'라는 논리로 설명되었고, 내부적으로는 이를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히 위협 감소라는 기술적 기준을 넘어, '대통령을 둘러싼 위험에 단호히 대응했다'는 의미 부여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나아가 집회나 시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조직 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충성의 기준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드러나는 장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경호의 시선이 과잉으로 치닫게 되는 순간

본래 경호는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작동하는 '침묵의 기술'에 가깝다. 위험을 차단하되 존재를 과시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경호의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방패를 넘어, 끊임없이 위협을 가정하는 상황 인식 위에서 작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위협은 특정한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가 조직 내부에 자리 잡을 경우, 경호의 감각은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군중 속 발언 하나, 온라인 게시물 한 줄, 현장의 손팻말에 적힌 문장까지도 하이브리드 위협의 단서로 읽히면서 경호의 시선은 과잉으로 치닫게 된다. 이로 인해 경호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판단 기준을 더욱 엄격하고 선제적인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그 결과 경호는 예방적 대응을 넘어 과잉 대응의 경계에 접근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게 된다.
▲ 대통령 축사 도중 항의하다 제지 당하는 졸업생 2024년 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현 시기 경호처에서 공유된 하이브리드전 담론은 본래 탐지와 예방을 위한 분석 틀로 제시되었다. 그러다가 개념이 반복적으로 확장되면서 조직의 상황 인식은 점차 전시적 상상력에 가까워졌다. 공격이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여론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시작될 수 있다는 설명은, 경호요원들이 새로운 형태의 '전장'을 상정하게 만들었다. 그 전장은 더 이상 행사장 외곽에 한정되지 않고, 발언과 표정, 질문과 구호가 오가는 공간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경호의 범위와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일부 현장에서는 이른바 '입틀막 경호'로 불린 대응 방식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동선 인근에서의 고성이나 항의 표현, 질문 시도 등을 신속히 차단하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관찰되면서 경호의 기준이 끝없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대응은 단순한 현장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형성된 인식 체계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말과 표현이 더 이상 중립적인 행위로 간주되지 않고, 심리전이나 선동의 일부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경호의 개입 기준도 변화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물리적 위해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현 행위를 즉각적으로 차단한 '입틀막 경호'를 문제 삼으며, 경호 범위를 넘어선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의 비폭력적 항의를 제한하는 조치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조직 내부에서는 강력한 대응이 효과적인 조치로 평가되었다. 대응의 강도와 선제성이 성과의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경호 현장의 분위기도 술렁였다. 김용현의 경호처에선 과잉의 정도가 표창의 두께로 여겨지곤 했다.

충성의 기준이 단순화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극우화의 노선이 형성된다. 헌법과 법률, 민주적 절차라는 복수의 기준 대신 '현직 권력자와 그 권위'가 판단의 중심으로 수렴되는 순간, 조직의 의사결정은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재편되기 쉽다. 대통령에 대한 물리적 위해를 차단하는 것이 곧 국가 수호라는 명제가, 점차 대통령을 둘러싼 불편한 질문이나 표현까지 관리의 대상으로 확장되면 경호의 임무는 미묘하게 변형된다. 여기에 전시적 상황 인식과 하이브리드 위협 해석이 결합되면, 행사 공간 전체가 잠재적 전장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경호요원의 대응은 물리적 위험 차단을 넘어 표현과 행위 전반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총구를 막기 위한 경호요원의 손이 마이크와 팻말 등을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인식이 반복될수록 경호조직은 스스로를 더욱 결속된 집단으로 인식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응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는 자의식은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형성하는 한편, 다른 관점이나 이견을 수용하는 여지를 좁힐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충성은 다층적 가치 간의 균형이 아니라 하나의 중심을 향한 일방향적 태도로 재구성될 여지가 있다. 국가와 헌정질서, 시민의 권리와 권력자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소극적 태도로 평가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은 조직 내부에 긴장과 피로를 누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은 때론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김용현의 경호처에서 젊은 경호관은 물론 중견 경호관까지 상당수가 육아휴직을 하고 퇴직자가 되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광장은 통제의 공간이, 침묵은 질서로 포장

충성의 극우화는 상황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하게 해석한다. 복잡한 사회를 하나의 전선으로 환원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잠재적 위협으로 묶어내는 사고방식. 경호처 내부의 상상력이 전시의 지도 위에 고정될수록, 광장은 안전의 공간이 아니라 통제의 공간이 된다. 그러면서 침묵은 질서로 포장된다.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물리적 차단이 아니라 정당성이다. 질문을 막아 얻는 고요는 오래가지 않는다. 오히려 억눌린 말은 다른 경로로 증폭된다. 경호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신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체제의 정당성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방패는 무거워지고, 손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충성의 극우화는 상황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기보다, 이를 구도로 환원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복합적인 사회를 하나의 전선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의견과 표현을 잠재적 위협으로 묶어내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경호의 시선은 그 틀 안에서 작동하게 된다. 경호조직의 상상력이 전시적 상황 인식에 고정될수록 광장은 참여와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 과정에서 침묵은 질서로 해석되고, 배제는 안정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안전은 물리적 차단만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제도와 권력에 대한 정당성에서 비롯된다. 질문과 비판을 억제하여 만들어낸 일시적 고요는 장기적인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표현의 통로가 제한될수록 갈등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어 방패를 무겁게 만들고 손은 거칠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입틀막 경호'로 불린 일련의 대응 방식은 극우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전시적 상상력 속에서 태어난 어두운 시대의 상징이다. 이는 물리적 충돌이 없는 상황에서도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시민과의 접점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경호 활동은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신체적 위해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따라서 구호나 피켓과 같은 표현 행위는 그 자체로 즉각적 제압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호의 범위가 확대되어 '불편함'이나 '정치적 부담'까지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될 경우, 그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호의 법적·제도적 한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제기한다. 이는 경호조직이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 민주적 기준과 어떻게 접점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그렇다고 김용현 시기 경호처 내부에서 자기 교정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틀막 경호'와 관련해서도 일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었고,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의 일방적 통제나 과잉 대응이 초래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때마다 합리적 목소리는 '강경 전위대'를 자처하는 핵심 측근에 의해 잦아들기 일쑤였다. 과잉이 충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되면서 더 많은 차단과 넓은 통제, 강한 물리력이 '확실한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잉 대응이 사실상 충성의 적극적 표현으로 인식될 여지도 생겨났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현장 대응뿐 아니라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을 넓게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법적 근거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예컨대 2024년부터 추진된 '지능형 유무인 복합 경비안전 기술개발사업'은 경호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5년간 24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다양한 기술을 통해 경비·안전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술은 생체 신호를 활용해 긴장 상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적 가능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자칫 시민의 생체 정보와 심리 상태가 국가의 감시·통제 대상으로 악용된 누구든 대통령 주변에 가면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과잉 설계의 극치
 김용현 경호처장이 2023년 4월 10일 증강현실(VR) 글라스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기반 경호훈련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 대통령경호처
당시 김용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호 고도화 구상을 의미있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첨단 기술을 통한 위험 탐지와 대응 역량 강화는 정책적 설득력을 갖지만, 동시에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실제 의사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법적 기준이나 제도적 통제보다 기관장의 판단과 기조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될 경우, 특정 정책이나 기술 도입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내부 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정권의 안정과 국가의 이익이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인식이 강화되면 정책 판단의 기준 역시 특정 방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호처는 이념으로 무장해 자신을 단순한 보호 기관이 아니라 체제의 최후 보루로 상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 변화 속에서 경호처의 역할은 갈수록 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충성의 대상이 제도적 원칙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집중될 경우, 그 충성은 강하게 설계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전은 단순한 예우를 넘어 권위의 상징을 유지·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개인이 국가와 동일시되는 상징 구조가 형성되면서, 경호와 의전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경호 대상이 단순한 개인을 넘어 체제와 안보를 대표하는 존재로 재해석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그 결과 충성의 기준이 헌법적 균형보다는 특정 인물 중심으로 응축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도한 의전은 단순한 지시 이행을 넘어 조직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 문화예술경연대회가 2023년 11월 3일 용산청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 대통령경호처
이러한 과잉 설계의 극치는 2023년 12월 17일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였다. 조직의 탄생을 기념하는 자리에 경호처 스스로 또 다른 상징을 덧붙이려 했다. 공교롭게 행사일이 윤석열의 생일과 맞물리면서, 기획의 중심에 축하의 정서가 배치되었다.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바람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헌신했던 조직의 역사를 기리는 자리였지만, '창설 60주년'이라는 제도적 의미보다 '대통령의 생일'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였다. 결국 무대는 조직의 역사보다 한 개인을 축하하는 형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었다. 그 상징적 정점에 '헌정가'가 자리했다.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이라는 주제를 경쾌하면서도 경건한 리듬과 템포에 실어 윤석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해 충성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헌정곡은 국가와 지도자를 동일선상에 놓는 어휘로 채워졌고, 충성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 인물을 향했다. 제도와 역사, 혹은 조직 공동체에 바쳐야 할 헌정의 언어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숭배의 형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직의 역사적 정체성이 현직 권력자의 시간표와 포개지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충성은 다층적 균형을 잃고 단일한 중심으로 응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행사에 대해 누군가는 생일을 맞아 마련된 인간적 축하의 자리라고 평가했지만, 국가기관이 쌓아온 상징 자산이 특정 개인의 의미에 종속되는 순간이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충성이 헌정질서와 제도적 원칙이 아니라 권력자의 존재와 감정에 묶이는 순간, 조직은 스스로 정치적 색채를 입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경호처의 상징과 의례가 한 사람을 향해 재설계된 이 장면은, '충성은 없다'라는 도발적 선언이 왜 필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어두운 역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16일 대통령경호처에서 생일 선물로 준비한 액자를 김건희씨에게 설명하고 있다.
ⓒ 대통령경호처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물리적 차단이 아니라 존재의 정당성이다. 경호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신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체제의 정당성이어야 했다. 그런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이념적 방패는 국민 신뢰를 가로막는 차단벽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경호의 전문성은 정치적 선명성에 종속되었고, 합리적 위험 관리는 상징적 강경함에 자리를 내주었다. 조직은 스스로 강해졌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유연성을 잃어갔다. 유연성을 잃은 조직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더욱 급박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피로에 지친 구성원들, 과잉 설계된 대응, 적대적으로 형성된 외부 시선이 겹쳐지면서 조직은 갈수록 고립의 궤도로 밀려났다.

극우적 이데올로기로 체제의 수호자로 등극하며 윤석열을 향한 헌정곡까지 부른 것에 대한 일정한 보상도 뒤따랐다. 용산공원 일대 미군 장교 숙소를 리모델링해 관사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되었고, 특수활동비 일부를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새로 설계해 특정직 직원에게 지급하던 경호수당을 인상하는 조치도 이루어졌다. 경호처 직원 복지 정책이자 처우 개선이었지만, 충성을 매개로 내부 응집력을 높이는 일종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정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잉 경호에 대한 외부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헌신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위험을 향해 앞서 뛰어드는 이들에게 물질적 보상으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보상 구조는 충성이 제도와 헌법이 아니라 특정 권력 구도와 결합될 때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남게 된다.

김용현의 경호처는 약 27개월 동안 충성의 방향을 재구성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기간 동안 충성은 헌법이나 제도보다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일상적인 경호 활동 속에서 상시적 위기의식이 뿌리를 내렸다. 전시를 상정한 상상력 역시 점차 궤도에 진입해, 경호의 판단 기준을 평시의 논리에서 차츰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미 경호처 내부에는 친위적 성격을 띠는 지휘부가 구축되어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한 운영 관행이 자리 잡아 있었기 때문에, 누가 차기 경호처장으로 임명되더라도 구조와 분위기는 상당 부분 유지될 수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석열은 2024년 8월 12일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이후 약 한 달간 경호처장의 자리가 공석이었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차기'를 예감한 친위 그룹이 존재했고 조직 운영에 별다른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뜻밖의 인사, 박종준 임명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되는 2025년 1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구역에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
ⓒ 권우성
김용현의 국방부 장관 취임으로 공석이던 경호처장 자리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호실 차장을 지낸 박종준이 2024년 9월 9일 임명되었다. 그는 경찰청 차장으로 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경호실 차장으로 안정적인 경호체계를 뒷받침한 경력을 갖고 있었기에, 경호처 내부에서는 그의 임명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다. 무엇보다 합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충성의 극단적 편향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박종준의 차장 재직시절을 기억하는 한 경호관은 "조직이 정치운명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과도한 로열티를 보여 경호하는 직원들에게 정치적 색깔이 덧입혀지기도 했다"면서 "인적 청산을 통해 조직문화를 새롭게 혁신할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박종준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는 충성이 다시 제도와 헌정 질서의 방향으로 회귀하기를 염원하는 조직 내부의 절박한 심정이기도 했다.

오래전 공직을 떠나 초야에 머물고 있던 박종준이 경호처장에 임명된 것은 많은 이들에게 뜻밖의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나 정치적 인연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경호처 직원들은 조직 혁신의 실낱같은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 실제로 취임 직후 박종준이 전 직원에게서 조직 전반의 문제를 진단한 '생각편지'를 취합한 것은 고무적인 조치였다. "뭔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제도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곧바로 박종준은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정책 개선을 결정하고, 일부 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재정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끝내 김용현 시절 경호처 친위 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차장과 경호본부장 인사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혁신의 범위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윤석열에 대한 개인적 로열티의 결을 놓고 보면, 박종준은 두 핵심 측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었다. 윤석열이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일면식도 없던 박종준을 경호처장으로 임명한 것은, 징검다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윤석열의 마음속에서 실질적인 경호처장의 이미지는 김성훈에게로 기운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김성훈 역시 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실세로 불리는 이들에게 경호처의 실질적 지휘 라인은 박종준이 아니라 여전히 김용현의 연장선에 놓여 있었을 수 있다. 실제로 김성훈과 이광우는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국방부 청사와 한남동 국방부장관 공관을 수시로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울타리 안의 네트워크를 유지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겨냥한 박종준의 인사 조정안을 윤석열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종준의 경호처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광우가 주도했던 과잉 조치에는 제동이 걸렸고, 보고와 지시의 흐름도 더 이상 김성훈의 입과 시선에만 맞춰지지 않았다. 기관장의 의중을 미리 가늠해 정치적 코드를 맞추어야 했던 보고 문화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아무리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경호처의 상왕처럼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도, 공식적인 경호 시스템 안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김성훈과 이광우에 대한 인사 조처가 끝내 가로막힌 상황에서, 박종준이 선택할 수 있는 개혁의 방향과 속도에는 구조적 한계는 명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이 진정한 기관장이기보다는 이미 구축된 권력 구조를 가리는 '임시 기관장'에 가까운 존재라는 자괴감 속에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복합적 상징 남기고 막 내린 박종준 경호처

이러한 구조는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가시화되면서 한남동 관저 경호에 들어갔을 때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형식상 박종준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지만, 김성훈과의 관계는 전통적인 기관장과 참모의 관계로 보기 어려웠다. 윤석열이 주도한 주요 논의의 자리에 실질적인 핵심 참석자로 포지셔닝된 인물은 김성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와중에 박종준은 2025년 1월 5일 대국민 입장 발표를 통해 "영장 집행에 따르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같은 해 1월 7일 두 번째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그는 1월 10일 경찰에 출두하며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해서 박종준의 경호처는, 제한된 개혁 시도와 구조적 제약, 그리고 헌정 위기 국면에서의 마지막 결단이라는 복합적인 상징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용산 이전은 물리적 공간의 이동이었지만, 그 공간에서 전개된 것은 충성의 내용과 방향을 다시 쓰는 작업이었다. 충성이 제도와 헌법이 아니라 특정 이념과 인물에 결합될 때, 경호처는 더 이상 단순한 경호안전 담당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행위자로 비쳐질 위험을 떠안게 된다. 겉으로는 화려한 연출 장면과 새로운 경호의 패러다임이 강조되지만, 실제 드라마는 항상 보이지 않는 균열에서 시작된다.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그 균열이 서서히 깊어질수록, 조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때 충성은 보호의 언어를 빌려, 사실상 권력 작동 방식의 변화를 은폐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그렇게 재구성된 충성의 서사는 결국 경호조직을 안전의 수호자가 아니라 권력 서사의 공모자로 위치시키는 위험을 내포한다.

윤석열 시대의 경호처가 향한 수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작은 언어의 변화, 사소해 보이는 관행의 수정, 문제를 삼지 않은 침묵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만든다. 특정 표현이 자연스러운 상식처럼 반복될 때, 경계는 이미 안쪽으로 한 번 이동한 셈이다. 그리고 위기의 마지막 순간, 모두가 놀라 되묻게 된다.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가. 그 답은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충성이 다원적 가치 사이의 균형이 아니라 하나의 이념과 인물로 수렴되는 순간, 경호는 이미 길을 잃었고, 충성은 스스로 파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충성은 없다는 말은, 결국 충성이란 이름으로 제도와 원칙 위에 덧입혀진 모든 편향과 과잉을 끝까지 의심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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