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뜯는 사람은 착해요” 손톱 만 개 만진 네일리스트의 결론[한우물보고서]

“사십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저도 고칠 수 있을까요.”
지난 7일 오전 10시40분, 대구 중구 교동에 있는 네일숍 ‘바이소은’의 문을 열고 첫 손님이 들어왔다. 경남 진주에서 온 강모(42)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자차로 1시간 45분을 달려왔다.
강씨는 살면서 손톱깎이를 써본 적이 없다. 깎을 손톱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손톱을 콤플렉스로 여기면서도 선뜻 관리받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이 먹고 고쳐서 뭐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씨 마음을 바꾼 것은 11살 딸이었다. 어느 날 딸의 손톱은 한 번도 잘라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딸이 엄마를 따라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딸도 나아지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두 달을 고민했다. 예약일을 기다리는 동안만이라도 손톱을 뜯지 않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작업대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강씨가 “결국 또 뜯어버렸다”며 머쓱하게 웃자 ‘바이소은’ 원장 박소은(36)씨가 말했다. “안 뜯으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박씨는 물어뜯는 손톱, 병원에서도 포기한 문제성 손톱을 전문으로 교정한다. 색을 칠하고 장식을 붙이기도 하지만, 손톱을 물어뜯거나 반복해서 뜯는 사람, 사고나 질환으로 손톱 모양이 변한 사람, 곰팡이나 세균 문제로 손을 감추게 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최근에는 손님의 80~90%가 이른바 ‘문제성 손톱’ 관리를 받으러 온 이들이다.

물어뜯는 손은 재생을 위해 큐티클(손톱을 덮는 굳은살)을 과하게 만들어낸다. 박씨는 큐티클을 정리하기 위해 핸드피스(전동 드릴)를 들었다. 사람 피부에 쓸 수 있는 가장 연한 사포를 사용해 큐티클 정리를 시작하자 하얀 가루가 쏟아졌다. 작은 솔로 털어내고 다시 손끝을 확인하고, 니퍼로 덜렁거리는 큐티클을 걷어냈다.
큐티클 정리가 끝난 손톱 위에는 아크릴을 올린다. 아크릴은 옛날에 이를 때우던 레진 계열의 재료다. 박씨가 리퀴드를 머금은 붓을 아크릴 파우더에 찍자 반죽이 생겼다. 밀가루 반죽처럼 생겼지만, 아크릴은 반죽을 만드는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굳기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은 1~2분. 그 안에 모양을 잡아야 한다.

아크릴은 손님 손의 체온, 계절, 그날의 습도에 따라 굳는 속도가 매번 다르다. 비가 온 이날, 박씨는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 좀 더 시원하게 틀게요”라며 온도를 내렸다. 굳었는지는 눈이 아니라 귀로 안다. 손톱을 탁탁 두드려 나는 소리로 강도를 가늠한다.
박씨는 첫 방문에 길고 매끈한 손톱을 만드는 것보다 지금 이 손이 어디까지 아크릴을 견딜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한다. 이날도 강씨의 손톱 양옆 경계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곳에는 무리하게 씨커브(손톱의 곡선)를 만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 예쁘고 얄쌍하게 만들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숨어있던 손톱이 자라나면서 아플 여지가 있어요. 길고 예쁘게 해주고 싶어도 안전하게 가야죠.”

박씨의 소셜미디어(SNS)에는 시술 전후 사진 약 2900개가 쌓여 있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들면 올리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업로드가 끊기자 예약이 끊겼다.
‘내가 뭐가 됐든 계속 보여줘야 선택받는구나.’ 2년 전 이를 깨닫고부터 매일 기록했다. 지금도 그는 퇴근 후 새벽 4시까지 전후 사진과 릴스를 편집한다.
물어뜯은 손톱 사진 밑에는 어김없이 악플이 달린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박씨의 생각은 정반대다. “뜯는 손님들 특징이 너무 착하세요. 화가 나면 욕도 하고 풀어버리면 되는데 그걸 못 하는 거예요. 자기가 당장 통제할 수 있는 게 신체밖에 없는 거예요. 손톱, 발톱, 머리카락, 입술…. 저는 오히려 고치려고 의지를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야말로 정신이 건강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병원 보내야지 뭘 하고 앉아 있냐’는 댓글에 박씨는 대댓글로 맞선다. 병원까지 갔다가 마지막으로 온 분들이라고. 그런데 그런 싸움이 뜻밖의 홍보가 됐다. 악플러에 맞서 손님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고 찾아왔다는 손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말로 해명해봤자 그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믿어요. 그래서 전후 사진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아픈 손톱은 고칠 수나 있지, 입이 더러우면 고칠 수 없어요.”
사실 박씨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심정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몇 년 전 한 단골이 ‘우리 엄마 손을 교정해달라’며 50대 모친을 데려왔다.

“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엄마가 20대 때 급정거하는 버스 안에서 남들한테 손톱이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손잡이를 못 잡아 넘어져서 골절을 당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부터는 어떻게 해야 이분들한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정을 잘해줄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매달렸던 거 같아요.”
박씨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렌즈 대신 안경을 고수한다. 렌즈를 끼면 시술에 집중하는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아 눈이 마르고, 시야가 흐려져 시술의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네일이 앉아서 수다 떨면서 색깔 칠하는 고상한 직업인 줄 아는데 형태만 다르지 거의 노가다예요. 먼지 뒤집어쓰고, 약품 만지고. 전혀 고상하지 않거든요.” 박씨의 몸이 그 증거다. 온종일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굽힌 채 일한다. 예약이 밀리면서 1년 새 체중이 훌쩍 늘었고, 허리 디스크가 왔다.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대전의 한의원까지 찾아가보니까 손님들이 저한테 올 때의 간절함을 알겠더라고요. 포항에서 손톱 하나 때문에 한 시간 반을 운전해서 오는 건 간절하지 않으면 못 하거든요.”

오후 2시, 포항에서 온 오모(39)씨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왼쪽 엄지손톱 하나 때문에 자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왔다. 3년 전부터 손톱이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포항의 웬만한 피부과를 다 돌았고, 부산까지 갔고, 대학병원도 가봤다. 어딘 무좀이라고 했고 어딘 신경을 건드렸다고 했다. 주사를 놨고, 연고도 발라봤지만 낫지 않았다. 미관상 가장 잘 보이는 왼손 엄지. 오씨는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박씨를 접했다. DM으로 보낸 첫마디가 ‘살려달라’였다.
두꺼워진 손톱과 무좀 손톱은 질감부터 다르다. 자극받아 두꺼워진 손톱은 힘 있게 두껍고, 무좀은 찐 고구마를 으깬 질감으로 바뀐다. 색과 냄새, 손톱이 비집고 나오는 구멍의 모양. 오씨는 손톱이 나오는 구멍 주변 피부가 부어서 손톱 가운데가 눌린 경우였다. 비슷한 유형이었다가 반년 만에 매끈해진 손님의 전후 사진을 보여주자 오씨의 얼굴이 처음으로 풀렸다.

시술이 끝나고, 남성 손님 전용의 자연스러운 색으로 마무리된 엄지를 내려다보며 오씨가 말했다. “저 병원 온 거예요. 진짜 낫고 싶어서 온 거니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요.”

20대 중반, 박씨는 백화점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옆 매장 언니는 휴게실에 들어올 때마다 손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어느 날 오른손잡이인 언니가 왼손으로 오른손을 칠하다 말고, 옆에서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던 박씨를 불렀다. “소은아, 언니 오른손 좀 칠해줄래?”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칠해줬다. 솜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날부터 박씨는 언니의 ‘오른손 담당’이 됐다. 얼마 뒤에는 언니가 미안했는지 박씨의 손톱을 대신 칠해줬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하루가 매일 똑같았거든요. 근데 그날은 이유 없이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손이 깨끗해 보이고.”
그때부터 매니큐어를 하나둘 사 모았다. 새벽 4시까지 바르고, 지우고, 다시 발랐다. 잘된 날에는 엄마에게 사진을 보냈다. 미용사인 엄마는 자신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딸을 한눈에 알아봤다. “엄마가 학원비 내줄게, 네일 학원 한 번 다녀봐.”

네일이 국가자격증이 된 첫해인 2014년, 박씨는 학원에 등록했다. 자격증 코스만 이벤트 가격으로 듣고 한 번에 합격했다. 2017년에는 미용실 한켠을 빌려 ‘머리카락을 먹어가며’ 1년을 버텼고, 2018년 5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지금의 자리에 독립했다.
독립하던 해, 박씨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격증 제도의 역사가 긴 일본에서, 시험 시즌마다 일주일씩 머물며 현지 스쿨에서 마지막 점검을 받고 시험을 쳤다. 3급을 붙어야 이듬해 2급에 응시할 수 있는 방식. 그렇게 3급부터 1급까지, 하급부터 상급까지 일본 네일 자격증 여섯 개를 모두 땄다.

오후 4시30분, 대구 시내 카지노에서 일하는 유소진(22)씨가 방문했다. 셀프네일을 즐기던 유씨는 두 달 전 열 손가락에 진균이 생겨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손님에게 “손톱이 불결하다”는 항의를 받고 실직 직전까지 갔던 상황이었다. 병원 두 곳을 한 달씩 다녔지만 차도가 없었고, 임시방편으로 인조 손톱을 붙이고 다녔지만 한계가 있었다.

회사에서 잘릴 위기라는 말에 박씨는 지난 5월 휴일에 시간을 내 유씨를 불렀다. 두 달, 세 번의 시술 만에 진균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유씨는 “사실 제가 파츠도 붙이고 싶고 연장도 하고 싶다고 매번 조르는데 그때마다 ‘네 손톱 낫는 게 먼저다. 절대 안 된다’라고 거절을 한다”며 “그때마다 정말 손톱에 진심이구나 싶어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관리가 끝난 유씨의 손톱이 지난달보다 몰라보게 좋아진 모습을 보이자 박씨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곳엔 다른 네일샵에 없는 제도가 하나 있다. ‘졸업’이다. 교정의 목표는 단골을 만드는 게 아니라 떠나보내는 것이다. 손님들도 서둘러 졸업하려 든다. 선착순 예약에 여러 번 실패하다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하다’며 씩씩거리며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세 번 시술받고 그가 남긴 말은 이랬다.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자기만 알고 싶다고. 그러나 저 같은 사람들이 대기 타는 걸 아니까 빨리 졸업하겠다고.
“다 똑같이 말해요. 나 같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거 아니까 빨리 졸업하겠다고. 근데 또 뜯으면 와도 되죠? 이러면서요.” 박씨는 이 관계를 팀이라고 불렀다. “저희는 한 팀이에요. 서로 피드백 주고 같이 잘되려고 노력하는.”

오후 7시30분, 이날의 마지막 손님이 찾아왔다. 경북 영주에서 찾아온 4인 가족이었다. 약 1년 전부터 학업 스트레스로 엄지손톱을 뜯는 첫째 딸을 위해 보호자가 예약했다. 작업대 위에 올려놓은 송모(12)양의 왼쪽 엄지손톱은 이미 까맣게 변해 있었다. 박씨는 아크릴 시술을 끝내고 돌아가는 송모양의 손에 말랑이 장난감을 하나 들려 보냈다. 물어뜯는 손톱으로 방문한 손님에게 박씨가 항상 주는 선물이다. 박씨는 송양에게 “공부할 때 반대 손에 쥐고 있어”라고 말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자 박씨는 앞치마를 벗고, 그날 쓴 드릴 비트를 비트꽂이에서 전부 꺼내 한 통에 담았다. 쓴 기구를 한데 모아 소독 기구에 넣고, 하루 매출을 정산해 기록했다. 피가 났거나 균이 있던 손님의 기구는 아예 따로 빼서 소독한다. 그리고 밀린 DM에 답한다.

박씨는 최근 한 손님이 ‘이 일을 하신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을 때에야 손가락을 꼽아봤다. “벌써 10년이 넘었더라고요. 그냥 좋아하는 거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우물만 파는 사람이 돼 있었어요.”
박씨는 자신의 20대를 ‘방황하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성악을 비롯해 예체능을 여럿 거쳤다. 대학에서 작업치료학을 전공하다가 3학년에 자퇴를 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공장 알바를 전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작업치료학과에서 배운 생리학과 행동 교정과 심리가 십수 년을 돌아 손톱 앞에서 되살아났다. 쓸데없는 상상과 과한 감정이입이라고, 단점이라고만 여겼던 기질은 하루 네 명의 불안한 손을 읽는 공감 능력이 됐다.

뷰티 일을 하고 싶다는 후배들이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았느냐고 물을 때마다, 박씨는 이렇게 답한다. “좋아하는 거를 바로 찾는 게 인생이 아니라, 나랑 안 맞는 거를 지워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고 얘기해요. 여러 가지를 해보고, 아 이건 나랑 안 맞았네, 하고 지워가다 보니까 그제야 저랑 맞는 게 남아 있더라고요.”

대구=글·사진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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