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품권 성과급’ 사흘만에 철회…“與 내부서도 당혹스러워했다”

성과급 등 임금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0일 결국 철회됐다. 삼성전자 노조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발의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제가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철회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방법을 더 세심히 준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과 ▶명시적 동의의 방법과 절차, 현금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안 이유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한 지역균형 발전에의 기여”를 들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은 현금으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법령·단체협약에 의해서만 현금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거나, 노동자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 차원에서 사용자 측과 합의했을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는 건데, 개정안은 이러한 과정 없이도 현금 외 지급을 가능케 하는 셈이다.
개정안의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노동계에선 “법안이 통과되면 기본급보단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성과급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으면 성과급 등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임금 지급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역사랑상품권이 통화와 다를 바 없다고 확신한다면, 이 실험적인 시도를 근로자의 임금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발의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적용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전날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임금은 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 비판했고, 민주노총 또한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처와 지역이 제한되고 유효기간이 있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효과”라고 지적했다.
법안이 철회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에도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장이 사원 한 명 한 명에게 ‘상품권으로 받는 것에 동의하라’고 하면 거부하기 쉽겠느냐”며 “‘명시적 동의’라는 단서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공세를 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약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정말 믿고 있다면 해괴한 법안 발의보다는 직접 실천으로 보여달라”며 “민주당 국회의원, 당직자부터 급여의 상당 부분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고, 그 상품권을 쓰면서 생활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여론이 급격이 악화하고 우군인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민주당 지도부도 해당 법안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발의 전에 원내지도부와 전혀 논의되지 않은 법안”이라며 “법안 내용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우리 내부에서도 나왔다”고 했다.
김나한·오소영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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