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청문회 이후, 한국 축구 정상화를 위해 해야할 일 [데스크 창]

이영재 2026. 7. 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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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문화스포츠부장

이번 월드컵 참사는 축구계에선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홍명보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대한축구협회만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 세계가 즐기고 있는 지구촌 축제에서 한국은 일찌감치 소외됐다.

출발은 예상과 달리 나쁘지 않았다. 체코전에서 황인범과 오현규가 ‘홍명보호’를 살렸다. 기자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을 속여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홍 감독이 혹시 한국을 먼저 속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홍 감독의 전술 역사상 손에 꼽는 ‘교체 카드 적중’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멕시코전은 객관적인 열세가 분명했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최약체’로 손꼽힌 남아공을 상대로 0-1로 뒤진 상태에서 수비수를 투입하는 믿기 힘든 전술은 국민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초등학생마저 “지고 있는데 왜 수비수를 넣느냐”고 질타할 정도로 다시는 등장하기 힘든 역대 최악의 전술이었다.

‘손흥민 선발 제외’ 등 많은 논란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우리보다 약한 팀을 상대로 0-1로 끌려가고 있는데 공격을 강화하지 않고 수비에 올인하는 건 전술·전략의 기본조차 안 된 태도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반대로 우리나라에 0-1로 지고 있던 독일은 골키퍼까지 골대를 비우고 한국 골문 앞으로 달려와 공격에 가담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젖먹던 힘을 다해 질주한 끝에 추가골을 넣었던 장면은, 사실 독일 입장에서 보면 수비수는 물론이고 골키퍼까지 공격에 투입했기 때문에 얻게 된 실점이었다. 아무도 독일의 두 번째 실점을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지고 있는 팀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장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남아공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특유의 ‘스리백’을 고집하며 수비에 힘을 실었다. 모두에게 충격적인 순간이었지만 홍 감독은 홀로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외국에선 ‘승부 조작’이 아니냐는 조롱이 나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졸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탈락하는 역대급 수모를 당했다. 비록 패배하고 탈락할지언정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투지의 한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무기력했다. 월드컵 내내 홀로 돋보였던 이강인이 경기가 끝난 직후 그라운드를 내리치는 장면은 많은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남았다.

홍명보 전 감독은 104초짜리 사퇴문을 읽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퇴장했다. 공항에 운집한 팬들에게 고개 한 번 숙이지 않았다. 이어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늑장 사퇴’ 이후에도 측근들을 움직여 협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몽규가 축구협회장을 맡은 지난 세월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잃어버린 13년’이 되고 말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개최한다. 무려 2년 동안이나 대한축구협회가 뭉개고 있던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수많은 규정 위반 논란, 이미 축구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축구협회 운영의 여러 문제점과 의혹을 규명하는 자리다.

청문회 증인으론 대한축구협회 카르텔 최정점에 있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해 홍 전 감독,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13명이 채택됐다. 참고인으로는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 위원장과 이영표·박주호 혁신위원, 이번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던 손흥민과 황희찬 등도 포함됐다.

홍 전 감독은 입장문을 내고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을 비롯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 위반을 저지른 당사자인 이 전 기술총괄이사는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규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무리하게 홍 전 감독을 선임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전 총괄이사의 참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 이 전 총괄이사가 캄보디아 프로 축구팀 나가월드FC의 기술이사로 취업하면서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과 이 전 총괄이사가 빠진 ‘맹탕 청문회’에서 홍 전 감독만 질타를 받다 끝나는 방식으로는 한국 축구를 바꿀 수 없다. 홍 전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망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축구계에선 이미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전략과 전술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무능력의 대명사’ 홍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규정 위반과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적반하장 격으로 홍명보 선임 논란을 폭로한 박주호 전 전략강화위원을 향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와 관련된 경찰 수사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이제서야 다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 대부분, 아니 어쩌면 전원이 ‘홍명보 질타’에만 열을 올리는 청문회가 될까봐 우려된다. 홍 전 감독은 앞으로 한국 축구를 지휘하는 자리로 가선 안 된다.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현재 상황을 보면 아마도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선 곤란하다. 홍 전 감독을 혼낸다고 해서 무너진 한국 축구가 정상화되진 않는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은 엄중 조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일은 회장 한 명이 좌지우지 할 수 없는 협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올곧은 축구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축구계를 이끌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잃어버린 13년을 회복하기 위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긴 시간을 두고 한국 축구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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