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비 늘린 4대 금융지주…집행 적정성 도마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공헌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사회공헌 비용 집행의 적정성을 둘러싼 지적이 제기되면서 감독당국도 실태 점검에 나섰다.
9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사회공헌 투자금액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 투자금액은 통상 기부금과 사회공헌성 사업비, 임직원 봉사활동 등을 금전으로 환산해 산출한다. 금융사별 산정 기준이 일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공헌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흐름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의 사회공헌 투자금액은 2023년 3208억원, 2024년 4380억원, 지난해 5142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전년보다 762억원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 따른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2833억원을 포함하면 지난해 투입 규모는 7263억원에 달한다. KB금융은 기부금과 사회공헌성 사업 확대가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사회공헌에 3570억원을 집행했다. 2023년 3070억원, 2024년 3410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현물 기부, 문화예술 스폰서십, 매칭펀드, 임직원 봉사활동 등을 포함한 ‘자선 기부’ 영역이 258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지역사회 투자’ 82억원, ‘상업적 이니셔티브’ 17억원 순이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기준 지난해 사회공헌 투자금액을 3218억원으로 공시했다. 분야별로는 소외계층·소상공인·사회복지시설·자원봉사단체 등 지역사회 지원에 2274억원, 서민금융 지원에 668억원을 집행했다. 사회공헌 투자 규모는 2023년 1853억원에서 2024년 2945억원, 2025년 321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기준 사회공헌 투자금액이 2024년 2837억원에서 지난해 3655억원으로 818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다문화장학재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기본재산 출연액이 증가했다”며 “기본재단의 이자로 재단이 운영되는 만큼 안정적인 재단 운영을 위해 출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업 특성상 제조업처럼 생산·운송 과정에서 환경 관련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고, 제품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인 만큼 금융사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가진 사회적 무게를 알고 있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측면에서 사회공헌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공헌은 비용이 아닌 사회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사회공헌 투자금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용 집행의 적정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들이 기업 이미지 광고나 홍보성 비용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분류해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4대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 및 광고 업무 집행 현황을 점검하는 조사에 나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회공헌 활동 관련 공시 제도가 있어 금융사가 공시한 내용이 실제 집행 내역과 맞는지, 광고선전비와 기부금 등의 분류가 적정한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려는 것”이라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점검 결과 실제 집행 내역과 공시 내용 사이에 차이가 확인될 경우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금융사들의 사회공헌 비용 산정 기준과 공시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ESG 경영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비용 분류가 부적정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단순 회계 처리 문제를 넘어 금융사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금융지주 사회공헌비 조사를 두고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국세청이 최근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찬진 원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 의도와 연결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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