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청·친명 다 넘어왔다…세 불리는 ‘전략적 친석’

161석 더불어민주당의 신(新) 권력지형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이재명 당시 대표가 이끈 총선 이래 “계파 싸움과 분당(分黨)이 잦았던 민주당계 역사상 전례 없는 단일대오”(당직자 출신 의원)를 경험했지만, 2028년 총선 공천권이 달린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4명의 전대 주자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무리짓기가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당권 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당권 도전을 이미 선언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의 계파 분화의 양대 구심점이다. 두 사람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적통 논쟁에서부터 정 전 대표의 “정권은 짧다” 발언, 선호투표제 결선 도입 등 각종 논쟁적 이슈에서 치열하게 맞붙으며 대결 구도를 선명히 하는 중이다. 여기에 2021년 대표를 지낸 송영길 의원과 친문재인계 핵심인 고민정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력 분화의 경로는 다양해졌다.

수적 다수는 친김민석계(친석계)가 점하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161명 중 50명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김 전 총리의 출마선언과 7일 김 전 총리 주관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 전 총리의 30년지기로, 정청래 지도부 최고위에서 ‘반청의 아이콘’으로 활동한 강득구 의원이 친석계의 중심 역할을 도맡고 있다. 김 전 총리의 ‘82학번 동기’인 이해식·김남근·안도걸 의원 등도 김 전 총리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전략·정책 등을 면밀히 살피는 그룹이다.
여기에 지난 1년 동안 정청래 지도부와 거리를 둬 온 ‘비청·친명’ 의원 다수가 ‘전략적 친석계’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김 전 총리 캠프 후방에서 실무를 돕는다고 알려진 김원이·염태영·윤종군·이용우 의원 등이 해당한다. 이재명 대표 시절 핵심 당직자였던 문진석·한준호·김우영 의원 등도 김 전 총리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한 친석계 의원은 “김 전 총리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차기 당권 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고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친명 최대 계파로 불린 ‘더민주전국혁신회’ 출신 김승원·김기표·김준혁·이건태·이재강 의원도 친석계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김 전 총리 관련 “기억은 사실 세월과 경험이라는 지우개 앞에 무력하다”고 썼다. 친청계가 공격하는 김 전 총리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추진을 언급하면서 김 전 총리를 옹호한 셈이다.
여기에 맞서는 친정청래계(친청계) 간판 자리에는 정청래 지도부 시절 주요 당직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조승래 전 사무총장과 김영환 전 대표 정무실장, 한민수 전 대표 비서실장, 권향엽 전 대변인, 이성윤 최고위원까지 ‘친청 5인방’이 핵심이다. 정 전 대표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임오경 의원과, 정 전 대표가 지난해 언론 입법과 관련해 “하고 싶은 것 다 하시라”며 무한 신임한 최민희 의원 역시 이번 전대에서 정 전 대표의 든든한 아군 역할을 도맡았다. 당내 인사는 “친청계가 수적으론 열세지만, 정 전 대표가 인간적 매력으로 끌어모은 사람들이라 결속력은 보다 강해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의원은 공격적으로 당내 빈 공간을 공략하며 만만치 않은 세를 끌어모으고 있다. 인천 지역에서 5선과 시장을 지낸 터줏대감답게 허종식(미추홀갑)·정일영(연수을)·박선원(부평을) 등 인천 의원들이 송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 중이다. 대표 시절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과 민병덕·민홍철 의원 등도 ‘친송계’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출마 선언 때 회견장에 온 의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른 뒤 “1주일에 몇 번씩 제 의원회관 방에 모여 ‘김밥 미팅’을 하며 전대 전략을 논의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여전히 당내 ‘캐스팅보트’ 지위를 유지 중인 옛 친문계는 고민정 의원의 출마 선언을 계기로 별도 세력화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진영 적통 논쟁이 전대의 핵심 의제가 된 상황에서, 친문계의 막판 움직임 역시 전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김영배 의원 등이 고 의원 지지 의사를 주변에 밝혔다. 노무현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으로, 현재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정태호 의원은 전준위에서 물러나 고 의원을 지지하는 방향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건 전대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당세가 이미 뚜렷이 갈라졌다는 점이다. 호남 지역구 의원 중 신정훈·김원이·박균택·전진숙 의원이 친석계로, 이성윤·권향엽 의원은 친청계로 갈 길을 정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네 명의 전대 후보군 중 유일하게 호남이 고향인 송 의원은 이개호·박지원·양부남 의원의 지지세를 업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9일 “반청 김관영과 친청 이원택이 사생결단으로 붙은 전북지사 경선이 갈라진 결정적 계기였다”며 “전대 이후에도 감정적 봉합이 쉽지 않은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나한·강보현·오소영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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