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지구를 구한다는 기분을 사셨습니까?

맹경환 2026. 7.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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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책과 길]
일상 질문 사전
전성원 지음
유유, 520쪽, 2만2000원
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 수많은 물건이 있다.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그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특히 인터넷 검색이 사전을 삼키고 인공지능이 모든 정답을 대신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마음’도 잃어버렸다. 30년 동안 계간지 ‘황해문화’를 만들며 세상의 온갖 지식을 엮고 공부한 전성원 편집장은 “질문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물을 낯설게 만들어 새롭게 느끼고, 나와 연결된 사물을 기꺼이 궁금해하는 마음, 즉 호기심을 부추기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의 부제는 ‘100가지 물건으로 일상을 다르게 보고 뒤집어 생각하는 법’이다. 저자는 우리 일상 속 100개의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면서 익숙했던 물건들은 어느새 낯설어진다.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던 물건을 낯설게 만든다는 것은 비판적 시각을 키운다는 것과 다름없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이제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스마트폰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인류가 획득한 신체 밖 두뇌이자 저장장치”라고 정의한 뒤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방대한 지식을 즉시 호출할 수 있다. 대신 사색과 숙고의 시간을 잃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검색이 사색을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우리는 심심할 틈이 없다. 권태와 무료함의 시간은 다른 의미에선 우리 자신과 대화하고, 상상하고, 생각이 싹틀 수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단 1초도 창의적 권태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에코백’은 영어 같지만 사실 ‘콩글리시’다. 본래 명칭은 토트백. 2007년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토트백에 ‘나는 비닐봉지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으면서 ‘에코’라는 서사를 획득했다. 저자는 명칭과 달리 에코백에 숨은 역설을 지적한다. 힌드마치의 에코백은 재사용과 윤리적 소비라는 가치가 입혀지면서 수만명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등 세계적인 광풍을 일으켰고, 희소성 때문에 재판매 시장에서 수십 배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가방을 소유하고자 또 다른 소비 열풍에 가담하는 행위는 우리가 본질(환경)보다 사물이 주는 이미지(정체성)에 얼마나 쉽게 매몰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지구를 구하고 있을까, 아니면 지구를 구한다는 기분을 사고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주민등록증’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숫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시스템을 경고하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서는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간섭받기 싫어하는 고립된 개인들의 섬”이라는 상징을 읽어낸다.

다양한 물건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가령, 솜사탕 기계를 발명한 사람은 놀랍게도 치과의사였다. 1887년 제과업자 존 워튼과 함께 윌리엄 모리슨이라는 치과의사는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해 기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솜사탕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엑스포 당시 ‘요정의 치실’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여 당시 입장료의 절반에 달하는 고가였음에도 6만8000개가 팔렸다고 한다. 이후 1921년 개량된 기계로 현재 쓰이는 ‘솜사탕’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사람도 요제프 라스코라는 치과의사였다. 순수한 동심의 상징이지만 충치를 유발하는 솜사탕이 치과의사의 작품이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시나 낯설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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