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친절하더니… 온라인 플랫폼의 덫이었다
엔시티피케이션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흐름출판, 456쪽, 2만4000원

먼저 제목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부터 이해해야 한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 앞에 접두사 ‘en’(~이 되게 하다), 뒤에 ‘~화(化)’라는 의미와 명사형을 만드는 접미사 ‘fication’을 붙인 것이다. 캐나다의 SF 소설가이자 기술 비평가인 저자가 2022년 온라인 플랫폼의 붕괴와 쓰레기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다. 플랫폼의 열화(劣化) 현상에 공감하고 있던 대중과 언론의 폭발적 지지를 받으며 미국방언학회(2023)와 호주 매쿼리사전(2024)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떤 현상에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저자는 엔시티피케이션의 개념을 발전시켜 단순히 구글, 아마존, 메타 등 플랫폼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어떤 제도적 배경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모든 엔시티피케이션에는 동일한 패턴이 있다. 가장 먼저 사용자에게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기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물건을 팔았고,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파격적인 무료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심지어 손해까지 감수했다. 페이스북도 초기엔 이용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내용만 보여줬고,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를 모토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했다. 이용자들은 열광했고 플랫폼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플랫폼은 광고주와 판매자, 콘텐츠 제작자 등 비즈니스 고객들에게 다가간다. 아마존은 처음엔 판매자들에게 잘했다. 상품을 정가로 매입하고 자기 고객에게는 원가 이하로 판매했다. 반품과 고객 서비스 비용도 보조했다. 검색 엔진도 깨끗하게 운영하면서 고객이 입력한 검색어에 가장 잘 맞는 항목이 최상단에 올라갔다. 페이스북은 광고주에게는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 딱 맞는 광고를 노출하겠다고 유혹했고,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원치 않는 사람들한테도 콘텐츠를 꽂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이들도 인질이 된다. 당연히 사용자들에게는 희생이 따른다. 검색 결과보다 광고가 먼저 나오고, 피드에 광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단계. 사용자와 비즈니스 고객 양쪽 모두 플랫폼을 떠날 수 없게 갇히는 순간, 플랫폼은 본색을 드러낸다. 아마존은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을 베껴서 원조 판매자의 상품 검색 순위를 뒤로 밀어버리고, 자기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판매자 역시 검색 순위를 강등시킨다. 페이스북은 어떤가. 광고의 가격을 올리고 표적 광고의 정확도는 곤두박질친다. 실제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이 2018년 연간 2억 달러의 광고 예산을 삭감했지만 매출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그동안 표적화하려던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봤거나, 아니면 아무도 보지 않는 광고에 수십억을 들였다는 의미였다.

결국 우리가 찾으려는 정보가 광고에 밀리고, ‘맞춤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는 약탈당하고, 검색 품질도 나빠지면서 플랫폼은 거대한 ‘똥 더미’가 된다. 오로지 이익은 플랫폼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에게만 돌아간다. 저자는 “거대한 똥 더미 밑바닥에는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저자는 경쟁, 규제, 상호 운용성, 테크 노동자의 권력이라는 그동안 엔시트화를 억제하던 제약들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저자는 반독점과 관련해 지난 40여년간 미국을 지배해 온 ‘소비자 후생 기준 이론’이 플랫폼의 폭주를 방조했다고 비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아무리 덩치를 키우고 경쟁사를 잡아먹어도, 당장 소비자 가격만 올리지 않으면 독점이 아니었다. 몸집을 키운 플랫폼은 천문학적인 로비 자금을 쏟아부으며 규제도 무력화시켰다. 초기 인터넷은 서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가 연동되는 ‘상호 운용성’이 있었다. 가령, 페이스북은 초기에 마이스페이스(MySpace) 사용자를 뺏어오기 위해 마이스페이스의 메시지와 친구 목록을 긁어와 연동해 주는 봇(Bot)을 합법적으로 활용했다. 권력을 잡은 플랫폼 공룡들은 후발 주자들이 자신들에게 똑같은 방식을 쓰지 못하도록 지식재산권(IP) 법과 기술적 자물쇠로 철저히 문을 걸어 잠갔다. 때문에 사용자가 애플이나 페이스북을 탈출하고 싶어도 그 플랫폼 안의 친구 목록이나 데이터를 그대로 옮겨주는 서드파티(제3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플랫폼이 똥 더미가 되려 할 때 내부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 테크 노동자도 대량 해고 등을 통해 무력화됐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좋은 인터넷은 가능하다”며 “인터넷의 엔시티피케이션에 제동을 걸고 후진 기어를 넣으려면 테크 기업들의 기강을 잡는 네 가지 힘(경쟁, 규제, 상호 운용성, 테크 노동자의 권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정책이 시동을 걸었고, 아이폰의 보안을 뚫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암호화된 메시지 전송 가능성을 확인해 준 기술도 나왔다. 결국은 좋았던 옛 인터넷의 세계로 되돌리려면 법적 강제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마틴 루서 킹의 말을 인용한다. “법 때문에 누가 날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법은 그 사람이 날 린치하는 걸 막을 수는 있습니다. 난 이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여러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공정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한 인간으로 생각하도록 법이 강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을 두려워해서 공정하게 대우하고 존엄성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섬뜩한 똥 더미 플랫폼 기업의 세계
·그들에게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글의 현란함이 살짝 거슬리긴 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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