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역화폐로 지급" 삼전·SK하닉 성과급 논란에 與 법안 발의…노동계 반발

서지영 2026. 7.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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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법안 발의
민주노총 "거부 못하는 노동자 나올 수 있어"
한국노총 "노동자 임금 정책 수단으로 활용"
카드형 경기지역화폐 이미지로 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지급될 성과급 규모 역시 천문학적 수준이 예상되면서 기업 내부 보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기업이 지급하는 성과급이나 보너스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노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 되는 선순환 기반"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을 경우,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반드시 현금(통화)으로 전액 직접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자금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 상당수가 본국으로 송금돼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해묵은 과제도 명분으로 내세웠다.

정부 지원 속 성장…형평성 논란도

실제로 최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공적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로또 수준'의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환원해 온 국민과 나누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관련 이미지. 아시아경제DB

정부는 2023년 'K-칩스법'을 통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해 최대 20% 세액공제를 제공했고, 최근 2년간 두 기업이 받은 세제 혜택은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인프라 지원과 정책금융까지 더해지며 산업 전반에 공적 지원이 집중됐다. 특히 불황기에는 산업은행이 저리 대출을 공급하는 등 금융 지원이 이뤄졌고 도로·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역시 정부 주도로 구축됐다.

노동계 "임금 지급 원칙 훼손…실질 임금 삭감 효과"

법안이 공개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임금 통화 지급 및 직접 지급 원칙'의 붕괴다. 한국노총은 "임금은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받아야 할 재산권"이라며 "이를 특정한 소비 방식으로 유도하거나 사용처를 강제 제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법안이 전제로 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 역시 냉혹한 노동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인사권과 고용권을 쥔 사측과의 힘의 불균형 속에서 근로자의 동의는 실질적인 자유의사일 수 없다"며 "채용 과정이나 인사평가, 사내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사실상 동의를 강요받는 노동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산사랑상품권 이미지로 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 행정안전부

특히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대기업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이를 방어할 수 있지만, 사측의 압박에 취약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처가 제한되고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지역화폐의 특성상, 물가 상승 흐름 속에서 이는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野 윤상현 "근로자의 소비 선택권 제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9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근로자가 왜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까지 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통제당해야 하는가"라면서 "성과급을 받았으니 지정된 지역과 가맹점에서만 돈을 쓰라는 것은 근로자의 소비 선택권을 제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런 논리라면 언젠가는 국민연금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어르신들, 노후 연금이 나왔으니 동네 지정 마트에서 지역화폐로 장 보십시오'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무리한 지역화폐 밀어붙이기가 낳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폭주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며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 대가와 소비 선택권을 볼모로 삼는 지역화폐 만능주의 입법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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