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경 써보니 [AI 딥다이브]
인공지능(AI) 안경이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기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안경을 쓰고 눈앞의 사물을 바라보며 질문하면 AI가 곧바로 답을 들려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메타가 국내 시장에 진입했고, 삼성·구글·애플도 참전을 준비하며 시장 기대감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기술 잠재력은 크지만 프라이버시 문제와 사회적 수용성이 시장 확산의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눈앞 책·그림·간판이 곧 검색창
메타로부터 레이밴 메타 젠2 스카일러 모델을 사용해봤다. 외관은 ‘스마트 기기’보다 평범한 선글라스에 가깝다. 안경다리가 조금 두껍고 전면 모서리에 카메라와 LED가 배치됐을 뿐이다. 제품 가격은 69만원.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쓸 수 있다. 렌즈에 화면이 뜨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안경알만 시력에 맞춰 바꾸면 된다.
안경집처럼 생긴 충전 케이스에서 꺼내 쓰니 귀 옆으로 연결음이 들린다. 스마트폰에 메타 AI 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기본 준비가 끝난다. 사용법은 단순했다. “헤이 메타”라고 부르면 기기가 반응한다. 오른쪽 안경다리 윗부분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 찍히고 길게 누르면 영상 촬영이 시작된다. “사진 찍어줘” “동영상 찍어줘”라고 말해도 된다. 오른쪽 안경다리 옆면을 손가락으로 쓸면 음량이 조절된다. 한 번 두드리면 음악이 멈추거나 다시 재생된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눈앞 사물에 대한 질의응답이었다. 책 표지를 바라보고 “이 책 줄거리 알려줘”라고 말하자, AI가 제목과 저자 정보를 파악한 뒤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창을 열고 책 제목을 입력하던 과정이 사라진 셈이다. 로이터통신 기사 화면을 바라보며 번역을 요청해보니, 잠시 뒤 한국어 해석이 귀 옆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실시간으로 한국어 번역본과 비교해보면 해석은 정확하다.
토익 문제 풀이도 시도했다. 토익 독해 지문과 문제를 바라보며 풀이를 요청하자, AI는 짧은 정적 뒤 문제 해설과 정답을 제시했다. 시험 부정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왜 나오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식단 코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접시 위 빵과 달걀, 우유를 바라보며 “다 먹으면 몇 칼로리야”라고 묻자, AI가 음식 하나씩 짚어가며 열량을 추산했다. 다이어트나 건강관리에 참고할 만한 생활 도구로 쓸 만했다.
단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적잖았다. 주변 소음이 커지면 음성 인식이 자주 흔들렸다. 올해 처음 국내에 출시된 제품인 만큼 한글 읽기, 맥락 파악 능력도 부족했다. 가령, 책을 펼치고 읽어달라고 하면 한글을 잘 인식해 읽다가도 ‘온몸이 천근만근이다’란 단어를 ‘원흉이 뱅그르르이다’라고 들려주는 식이다.
AI 특유의 ‘환각 현상(AI가 사실이 아니거나 없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오류)’도 있었다. 식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알려달라고 하자, AI는 식탁 위에 없는 ‘컵’을 설명했다. 시야 안에 여러 물체가 한꺼번에 들어오니 대상을 혼동한 것이다. 눈앞에 답변을 검증할 화면이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총평. AI 안경은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먼저 보완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 단계의 ‘핸즈프리 AI’에 가까웠다. 단 안경이라는 1인칭 시점의 물건이 AI의 눈과 귀가 됐다는 점에서 체감 변화는 작지 않았다.

규제 논쟁 핵심은 ‘프라이버시’
AI 안경 산업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에 따르면, 글로벌 AI 안경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서 올해 56억달러(약 7조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판매량 역시 600만대에서 2000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 역시 AI 안경 시장 규모가 올해 1000만대를 넘어 2030년이면 3500만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두는 메타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의 세계 AI 스마트 안경 시장점유율은 85.2%다. 레이밴·오클리 등 안경 브랜드와 손잡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접근한 전략이 통했다. 무겁고 비싼 증강현실 기기보다 가볍고 비교적 저렴한 AI 음성 비서형 안경에 집중한 실용주의가 초기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함께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 안경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의 AI 제미나이, 퀄컴 전용 칩, 삼성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구도다. 애플 역시 고가 헤드셋 비전 프로 이후 더 가볍고 일상적인 안경형 기기를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진다. 중국 기업들은 저가형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규제 논쟁은 시장 성장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사생활 침해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AI 안경에서 촬영 사실을 알리는 LED가 켜지지만, 작은 불빛만으로 주변인이 촬영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야외나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더 그렇다. 스마트폰 촬영은 손에 든 기기와 자세로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지만, 안경 촬영은 시선만으로 촬영 구도가 만들어진다.
시험장 부정행위 문제는 이미 현실화했다. 최근 국내 토익 시험장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교육 현장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 은행, 병원, 회사, 학교처럼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공간에서 AI 안경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스마트 글라스는 기술적으로 매우 강력한 기기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핵심 변수”라며 “어떤 공간에서 사용을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촬영음 의무화 의견도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위원회법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안경과 같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사진을 촬영할 경우, 반드시 기기 외부의 LED 불빛이나 알림음 등을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촬영 사실을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반면, 현재 판매되는 일부 AI 안경은 촬영음보다 LED 표시등에 의존하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에는 촬영음이 적용되고 있는데 스마트 글라스만 예외가 되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며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정부가 스마트폰과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 법체계 한계도 지적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 처리자’를 규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촬영처럼 개인이 사적 목적으로 타인을 찍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와 개인정보 처리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일반 개인이 쓰는 AI 안경에는 적용 한계가 있어 영상정보와 영상정보처리기기 전반을 다루는 통합적 법체계가 필요하다”며 “모든 개인 이용 행위를 규제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범위의 최소 기준과 안전 기준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7호(2026.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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