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일터에서 찾은 해답…한기대 학생, 고공 노동자 웨어러블 슈트 개발
현장 경험 녹인 인체공학 설계

“소외된 고공 로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디자인했죠”
풍력발전기 수리원인 아버지를 보며 자란 대학생이 고공 로프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웨어러블 슈트를 개발했다. 단순히 외형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로프에 매달려 수차례 실험을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디자인공학과 박선찬·권현빈 학생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디자인공학과 졸업연구작품전시회에서 고공 로프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인체공학적 웨어러블 슈트를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장시간 공중에 매달려 작업하는 빌딩 외벽 작업자와 풍력발전기 유지보수 작업자 등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
아버지 일터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프로젝트는 권현빈 학생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권현빈 학생의 아버지는 실제 풍력발전기 유지보수 현장에서 고공 로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높은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겪는 신체적 부담과 위험성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권현빈 학생은 “아버지를 통해 거친 현장의 실상과 고충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다”며 “작업자가 겪는 신체적 부담과 위험성을 곁에서 깊이 체감했기에 이를 실질적으로 돕고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공 로프 작업자는 빌딩 외벽 도장과 유리창 청소는 물론 육·해상 풍력발전기 유지보수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작업 특성상 추락 위험은 물론 목과 어깨, 팔 등 상체 전반에 큰 부담이 가해져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박선찬 학생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에 비해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디자인을 통해 이들의 작업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매달려 완성한 웨어러블 슈트
두 학생은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았다.
관련 연구 논문은 물론 국내외 고공 로프 작업자 커뮤니티까지 조사하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작업 중 발생하는 신체 부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설계적으로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추(목)와 상지(팔·어깨)를 핵심 보조 부위로 선정했다.
이후 목과 어깨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작업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상에서 사용하는 보조장비와 달리 공중에서는 무게 중심과 하중 이동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도 거의 없었다.
결국 두 학생은 직접 몸으로 검증에 나섰다.
학교 연구실에 철제 행거를 설치하고 로프를 연결한 뒤 직접 매달려 프로토타입을 반복 착용하며 착용감과 움직임, 무게 균형 등을 하나씩 확인했다.
권현빈 학생은 “실제 건물 옥상에서 시험하기에는 안전상 위험이 컸다”며 “학교 연구실에서 로프를 설치하고 직접 매달려가며 착용감과 구조를 계속 수정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이 만든 결과물
두 학생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이 아니라 인체공학과 기구 설계가 함께 적용된 제품이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
박선찬 학생은 “디자인공학과에서는 외형을 예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 모터 구동 원리와 기구 구조까지 직접 설계하도록 배운다”며 “심미성과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두 학생은 다음 학기부터 근활성도 분석을 포함한 본격적인 인체공학 실험을 진행해 웨어러블 슈트의 효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할 계획이다.
이들은 “보기 좋은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보다 사회 곳곳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사회에 필요한 디자인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한국기술교육대는 모든 학부 3~4학년 학생이 산업현장에 적용 가능한 졸업연구작품을 직접 설계·제작하는 것을 졸업 필수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졸업연구작품전시회를 통해 결과물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에서 취업률 82.8%로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1위를 기록했으며,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은 11.24대 1을 기록하는 등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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