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성호 “보완수사권 폐지 대안 없으면 與에 부담될 것”
더불어민주당이 9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전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 “대안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힘없는 서민이 경찰의 부실 수사로 피해를 입게 되는데, 민주당에 부담 또는 피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은 만찬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여권이 추진하는 데 대해 “결국 힘없는 서민이 경찰의 부실 수사로 받는 피해에 대응하는 게 취약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민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우려가 크고, 결국 그 서민 계층이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만큼 보완수사권 폐지로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취지다. 만찬은 22대 국회 하반기 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무부의 상견례 성격으로 진행됐다. 다만 검찰 개혁 강성파인 김용민 의원은 불참했다.

그간 정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정부 기본 입장은 보완수사권 폐지”라고 하면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국회에 보완책을 요구해왔다. 이날 만찬에서도 부실 수사, 수사 지연, 피해자 보호 문제, 경찰 부패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 부실 및 은폐 의혹이 불거진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도 언급됐다고 한다.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만찬에서 “8·17 민주당 전당대회 전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복수의 주장이 나오자, 정 장관은 “피해자 보호에 신중해야 한다”며 속도전만 강조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의원들과 보완수사권 관련 대화를 이어가던 정 장관은 “모든 일은 다 순리대로 되는 게 아니겠냐”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만찬 참석 의원은 통화에서 “정 장관의 민주당 지지자 피해자론은 공감할 수 없다”며 “다만 순리라는 표현을 쓴 건 당원이 원하는 대로 간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결국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수사 지연 방지와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숙고해달라는 뜻”이라며 “강성파가 주도하는 현 상황에 대해 초연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도 “피해자 보호라는 사법 체계의 대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우려처럼 법사위 내부에선 강성 법사위원을 향한 비토 분위기도 거세지고 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강성파가 논리 없이 합리적인 토론을 못 하게 법사위 분위기를 겁박하는 게 가장 큰 문제”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민이 보완수사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으로 선동하고 있다”며 “전당대회라는 정치 이벤트와 엮어서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몰입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과의 만찬에 앞서 전날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강경파가 회의를 주도하며 보완수사권 폐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에 대해 “검사가 영장 단계에서 (장윤기의) 리얼돌을 압수수색하라고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검사가 놓쳤다”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검찰 단계에서 보완한 사항이 11개나 된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는 말아 달라”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법사위 종료 뒤 정 장관에게 다가가 “검찰이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수사 상황을 매일 유출한다”며 “그게 윤석열·한동훈이 하는 짓”이라고 따졌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 의원은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쇼츠 정치”라고 혀를 찼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강경파의 뜻대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한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9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당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며 “장윤기 사건 같은 경우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확인한 건 맞지만 반드시 보완수사만이 해결 방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날 법사위에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이 상정된 데 이어 이날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1개월 내에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징계 요구 및 수사기관 교체가 가능하다. 피해자 보호 방안으론 불송치 사건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 허용을 담았다. 김한규 수석은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감독 강화, 피해자와 고소인 보호 강화 등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규·오소영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 사고사” 딸은 몰랐다…유품정리사 얼어붙은 ‘욕실 물건’ | 중앙일보
- 패륜 장남, 이젠 유산 못받는다…효녀가 꼭 챙겨야 할 ‘증거’ | 중앙일보
- ‘만삭 아내’ 기괴한 죽음…의사 남편, 빈소서 노트북 켜고 한 짓 | 중앙일보
- 어린이 78명 ‘HIV 집단감염’…“병원서 주사기 재사용” 부모 울분 | 중앙일보
- ‘메시와 불륜설’ 여기자 “메시 아내도 연락 와, 난 표적 됐다” | 중앙일보
- 비행 훈련중 문 열고 뛰어내렸다…베테랑 교관 마지막에 아르헨 충격 | 중앙일보
- 버스 추락해 40명 사망…“승객이 기사 목 잡았다” 이 나라 발칵 | 중앙일보
- “예쁘고 맛 좋다”…최근 제주 등장한 ‘푸른꽃게’ 알고보니 | 중앙일보
- [단독] 암투병 딸 죽음 뒤…‘독약 짬뽕’ 먹여 남편 살해한 아내, 왜 | 중앙일보
- “여학생 건강검진, 속옷 꼭 벗어야 하나”…발칵 뒤집힌 이 나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