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에 생사 걸린 홈플러스…"1700억원 마련 해법 메리츠가 거절"
메리츠 "매각 대금은 채권 회수에 써야" 거절
업계선 "쉽게 받기 어려워…배임 가능성도"
홈플러스 회생의 최대 관문인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 마련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리츠금융그룹이 폐점 점포 매각대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국회 측 제안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메리츠 측은 해당 점포들이 담보물인 만큼 매각대금이 채권 회수에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최소 2000억원의 외부자금 조달 계획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고, 이후에도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는 자금 마련을 위한 책임 공방을 거듭해 왔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관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폐점 예정인 37개 점포 가운데 매각 가능한 점포 3곳의 매각대금은 약 2300억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이미 매매계약이 체결된 2곳의 대금만 약 17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가운데 일부를 홈플러스의 긴급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메리츠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폐점 대상 37개 점포 중 19개는 홈플러스 소유 점포로, 국회 측은 이미 계약이 체결된 2개 점포 대금만으로도 운영자금 숨통을 틔울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는 이러한 요구에 난색을 표하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는 향후 추가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대금 전액을 채권 회수에 사용하는 조건으로만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긴급 운영자금은 법적으로도 최우선 변제를 받는 자금인 만큼 메리츠 입장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성격"이라며 "그런 점을 설명했지만 메리츠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다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국회 '최우선변제' 논리'에 반론…업계선 "담보권이 앞서"

'자산을 팔면 돈이 생기는데 왜 쓰지 못하느냐'는 국회 측 문제의식과 '적법한 담보권을 왜 포기해야 하느냐'는 채권자 측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셈인데,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처럼 매각 대상 점포가 메리츠의 담보물일 경우 그 처분대금은 담보권자에게 우선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근거로 든 '긴급 운영자금의 최우선변제'는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우선순위를 뜻하는 개념으로, 특정 담보물의 매각대금에까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시점도 변수다. 회생절차 폐지가 이미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운영자금 최우선변제'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일 때 작동하는 개념인 만큼, 폐지가 확정돼 파산 절차로 전환될 경우 채권 간 우선순위를 규율하는 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상정한 '운영자금 우선 사용' 논리가 현재 국면에서도 유효한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리츠가 '전액 회수'를 고수하는 데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다. 담보권 행사는 계약과 법에 기반한 적법한 권리인 데다, 회생절차가 폐지돼 청산 가능성이 커진 회사에 확보된 담보를 풀어 회수가 불확실한 운영자금으로 내주는 것은 그 자체로 금융회사 경영진의 배임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와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로서 확정적 채권 회수를 불확실한 미래 회수와 맞바꾸기 어렵다는 항변이다.
한편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이 기간 안에 항고하면서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 계획을 소명할 경우 재판부가 폐지 결정을 재고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항고가 없거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홈플러스는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행 훈련 중 뛰어내린 교관…여학생 홀로 극적 비상 착륙
- "49세 우리 아들, 한번 만나 볼래요?"…사진 들고 '대리 맞선' 나선 日 부모들
- "최태원 회장님, 우리 애 아빠 화가 잔뜩 났어요"…고점 물린 개미들 '웃픈 밈'
- 스팸인줄 알고 버렸는데…"10조3000억원, 올해 주인 찾습니다"
- "비싸서 하나씩 내려놓게 되네"…마트만 다녀오면 지갑이 '텅', 韓 식료품값 'OECD 2위'
- "한국산 차원이 달라"…3배 비싸도 '압도적 당도'에 불티나게 팔리는 이 과일
- '최고급'이라더니 먹고 다리 마비…수천 냥이 집사들 '분노'
- "며칠째 설사가 안 멈춰요"…1000명 감염시킨 기생충, 감염원 아직도 못 찾았다
- "전성기엔 10만명이 몰렸는데"…사람 떠나 사라지는 '이곳', 한국도 예외 아니다
- 국민연금이 사들이고 있다…미국·유럽서 줄기차게 팔려 브랜드보다 제조사에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