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I·반도체 강국 韓, 전력 DC 전환 최적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AC 독주 깨져
반도체·배터리·로봇 등 모두 'DC 기반'
DC 표준 없어, 글로벌 연대로 푼다
"직류(DC) 기반의 전력 인프라를 만들어달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30여년간 이어져 온 교류(AC) 중심의 전력 인프라 체제가 흔들리고 직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빈센조 살메리 부사장은 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전력 인프라 기업이 고객에게 DC 기술의 장점을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객이 먼저 DC 전력 인프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있다. 현재 전력망은 AC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DC 전력으로 작동한다. 기존 전력망을 쓰면 AC 전기를 데이터센터 안에서 여러 차례 DC로 바꿔야 해 에너지 손실이 생기고 열도 많이 발생한다. 살메리 부사장은 "처음부터 DC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에 DC 시스템을 도입하면 필요 전력을 최소 5% 줄일 수 있다. 살메리 부사장은 미래 전력 인프라가 AC와 DC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DC 수요가 특히 크다고 봤다. 반도체·배터리·로봇·전기차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이 모두 DC 기반이기 때문이다. 살메리 부사장은 "한국에서는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쓰느냐보다 필요한 전력을 원하는 때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통일된 기준과 인증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전력 규정과 인증이 모두 AC 기준이어서 DC 시스템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살메리 부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비영리 조직 커런트OS(Current/OS) 재단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범했다.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표준화 기관 등이 참여해 DC 전력 시스템의 설치 기준과 안전 규칙을 만들고 있다. 5년 전 2개 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약 140개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성장했다.
살메리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표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활용하면 DC 시스템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기준을 기반으로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표준이 마련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DC 생태계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위치를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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