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둥이’ 다섯 살 유나…3명에 생명 전하고 하늘로[아살세]

2020년 7월 전남 순천에서 엄마가 얼른 보고 싶어 뱃속에 있은 지 25주 만에 세상에 나온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출생 직후 뇌출혈과 수두증으로 뇌압을 조절하는 큰 수술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아이는 부모의 애틋한 걱정이 무색할 만큼 환한 미소를 가진 ‘사랑둥이’로 자라줬다. 쌍둥이 동생보다 1분 먼저 태어났으면서도 늘 동생을 살뜰히 챙기던 의젓한 누나였다. 주인공은 바로 다섯 살 소녀 오유나양이다.
가족의 행복이었던 유나는 지난 5월 초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병원의 필사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유나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부모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슬픔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모는 유나를 세상에 영원히 남길 수 있는 숭고한 결단을 내렸다.
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오유나 양이 지난 5월 1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환자에게 심장과 폐, 신장(양측)을 나누고 인체조직인 혈관도 함께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대학생 시절부터 장기기증에 관심을 가져온 엄마 심지영씨의 오랜 뜻이 딸의 마지막 길을 환하게 비추었다.
심씨는 “목숨처럼 사랑하는 딸의 일이 되니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유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렇게라도 유나를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유나는 언제나 주변을 환하게 밝히던 아이였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유나가 웃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할 만큼 늘 미소를 띠고 있었다.
퇴근길 품에 안기던 온기, 가족 여행에서 처음 물놀이를 하며 터뜨리던 웃음, 초콜릿을 좋아하던 입술까지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됐다.
심씨는 “처음 엄마라고 부르던 순간부터 모두 선명하게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는 안아줄 수 없는 딸에게, 엄마는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띄웠다.
“사랑하는 유나야, 엄마랑 아빠는 유나로 인해 너무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내 사랑둥이야. 영원히 우리에게 첫째 딸이고 사랑스러운 딸 유나로 잊지 않고 살아갈게. 나중에 다시 만나면 엄마가 달려가 꼭 안아주고, 못다 한 사랑을 다 줄게. 사랑한다”
유나의 선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혜자들을 향한 간절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심씨는 “건강하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표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짧은 삶이었지만 오유나 양이 세상에 남기고 간 생명의 불씨는 그 무엇보다 크고 아름답다”며 “다른 이들을 위한 숭고한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감사드리며, 유나 양의 고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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