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에 날아든 주주서한…최태원 발표 호남팹, '이사회 패싱' 지적

이규선 기자 2026. 7. 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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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운용 "대규모 투자 계획, 이사회 심의 전 대주주의 대주주가 발표"

SK하이닉스 "개별 주주서한에 공식 입장 별도로 없다"
이재명 대통령,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기업투자 계획 발표 후 발언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김학성 기자 = 흥국자산운용이 SK하이닉스 이사회를 향해 공식 주주서한을 보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부가 주도해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의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했다.

정식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 전에 대외적으로 투자가 발표된 것은 글로벌 거버넌스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운용 주식운용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보내는 서한: 일반주주의 자리는 어디에 있습니까?'를 발송했다.

흥국운용은 서한에서 "최근 일련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며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와 기업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성원도 아닌데…"대주주의 대주주가 통제"

흥국운용은 대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의 발표 과정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 원칙'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흥국운용은 "당사 이사회 임원이 아닌 당사 대주주의 대주주가 행정부 수반과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 내부의 충분한 심의와 결의를 거치기 전에 사외의 주체가 천문학적인 현금흐름의 방향성을 먼저 통제하는 구조는 과거의 관행일 수는 있어도 결코 모범적인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사내외 이사들 간에 어떠한 심도 있는 논의와 숙의가 있었는지 투명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최대주주, 즉 SK㈜의 최대주주인데도 이사회 승인 전에 대규모 투자를 주도했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장래사업·경영계획'에 따르면, 서남권 클러스터(400조원)를 포함해 총 1천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사회 결의일(결정일)' 항목을 공란(-)으로 남겨뒀다.

회사 측 역시 공시의 중요사항을 통해 "구체적인 일정과 투자 계획은 향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되는 시점에 추가 공시할 예정"이라고 명시해,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이 이사회 심의 전에 먼저 발표되었음을 자인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이사회 구성원도 아닌 그룹 회장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사회 승인 전에 발표한 것은 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향해 즉시 이사회를 개최해 해당 투자 계획을 심의하라고 촉구했다.

◇"역대급 호황에도 주주 자리는 없어…배당성향 후퇴"

반도체 업황 호황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흥국운용은 하이닉스의 성장이 임직원의 헌신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믿고 위험 자본을 기꺼이 공급한 주주들의 성과"라면서도, "산업의 역대급 호황 속에서 현금흐름은 몰라보게 개선되었고 임직원 보상과 막대한 투자는 발표되는 반면, 주주의 자리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마이크론의 경우 최근 잉여현금흐름(FCF)의 전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발표한 반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배당에서는 오히려 배당성향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예측 가능하고 모범적인 주주환원 정책만이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널뛰는 주가를 안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인공호흡기 단 개미들…계열사 터널링 여지 1%도 없어야"

흥국운용은 지난 2001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마이크론에 단돈 5조 원에 매각될 뻔했던 위기 당시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살려낸 역사적 사실도 언급했다.

2001년 말 당시 하이닉스의 대주주 지분은 9.3%, 외국인은 7.7%에 불과했으나, 개인주주들이 '우리기업 살리기 운동'으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무려 82.0%의 지분을 보유하며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인공호흡기 역할을 자처했다.

흥국운용은 "현재의 일반주주들은 바로 그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간 주주들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그대로 승계받은 이들"이라며 대주주의 이익 추구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되는 관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흥국운용은 "과거처럼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일반주주의 몫이 아닌 대주주나 일부 이해관계자의 먹잇감이 된다면, 그 어떤 투자자도 대한민국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보유하는 시장이 아니라 단기 차익만을 챙기고 이탈하는 단기 매매 시장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향후 SK하이닉스가 준비 중인 장기공급계약(LTA)과 관련해 그룹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터널링)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감시도 주문했다.

흥국운용은 "만약 장기공급 계약의 상대방이 SK그룹 계열사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사업 등 복합적인 거래 관계와 얽혀 있다면, 당사의 정당한 이익이 타 계열사로 부당하게 이전되는 '터널링'의 여지가 단 1%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사회가 하이닉스 법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같은 주주서한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개별 주주서한에 대한 공식 입장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kslee2@yna.co.kr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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