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인상’ 다시 꺼냈다…‘환율·물가·대출’ 충격 우려 커지나

박세환 2026. 7. 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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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미 연준 신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난 줄 알았던 미국의 금리 인상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이미 지난달 금리를 올릴 근거가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 데다 연준 인사 절반은 연말 금리가 현재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실제 인상에 나설 경우 고환율과 고물가에 시달리는 한국은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 대출금리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연준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일부 위원들이 당시 회의에서 이미 금리를 인상할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한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은 “몇몇(a few) 참석자는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인상할 근거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단순 검토한 것을 넘어 지난달 당장 금리를 올리는 방안에도 논리적 근거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이들은 실제 결정에서는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식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향후 물가 지표에 따라 매파적 의견이 실제 인상표로 옮겨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처음 주재한 FOMC였다. 연준은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반면 물가는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자신의 임기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연준 내부에서는 현재 금리 수준이 물가를 억누르기에 충분한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몇몇 참석자는 현 통화정책 기조가 아예 제약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재 금리가 경기와 물가를 실질적으로 누르는 긴축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물가 경로를 둘러싼 논의도 두 갈래로 나뉘었다. 물가 압력이 점차 사라질 경우 현재 금리를 유지하거나 향후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인공지능(AI) 투자 수요와 중동 사태, 관세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데도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연준은 AI 투자 열풍을 물가 상승 변수로 지목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장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단기적으로 수요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까지 겹치면서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뎌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인사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매파적 분위기가 확인됐다. 6월 경제전망에 참여한 연준 인사 18명 가운데 9명은 올해 말 적정 금리가 현재 목표범위의 중간값인 3.625%보다 높아야 한다고 봤다. 8명은 현 수준을 전망했고, 금리 하락을 예상한 인사는 1명뿐이었다.

사실상 절반이 연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점친 셈이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근원 PCE 물가 전망의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었다고 평가한 인사도 각각 18명 중 17명에 달했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다음 카드가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될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 기준 의사록 공개 전후 7월 0.25% 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 확률은 26.7%에서 30.5%로 높아졌다. 9월까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61.9%에서 65.7%로 상승했다.

당장 이달 인상이 유력한 것은 아니지만 연내 인상이 더 이상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평가다. 앞으로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점도표에서 인상을 전망한 9명의 의견이 실제 표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연준의 추가 긴축이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0%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보다 1.25% 포인트 낮다. 연준이 0.25% 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한은이 동결할 경우 격차는 1.50% 포인트로 벌어진다.

한·미 금리차만으로 환율이나 자금 이동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상승 기대는 달러 자산의 매력을 높여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도 지난 5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까지 높아진 배경으로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을 지목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유와 원자재 수입 비용이 늘어난다.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경우 소비자물가도 다시 오를 수 있다.

국내 물가는 이미 불안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다. 한은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높이고 국제유가와 환율을 향후 물가 경로의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한은의 동결 여력도 좁힐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한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면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한 인상 압력은 커진다.

한은은 이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장용성·유상대 위원은 2.75%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은도 향후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고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발 금리 충격은 대출금리를 통해 가계에도 번질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미 국채금리와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채 금리 등을 따라 일부 대출금리가 먼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4.19%였다.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 여력을 깎는다. 기업 역시 자금 조달 비용과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내수와 금리에 민감한 건설·부동산과 자영업,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가 성장을 떠받치더라도 고환율과 고금리가 소비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국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환율과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연준의 추가 긴축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다시 물가와 한은의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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