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39억 빼돌렸는데도 여전히 '방치'…'차단 요청'에도 심의조차 안 한 방미심위[코인 무법지대]④
2022~2023년에는 '심의중지' 되풀이
수년 걸리는 판결 기다리다 피해만 쌓여

"중국과 한국의 가상화폐 시세 차이가 크니 환전 의뢰인들의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해 환가한 후 환전해 주고 남은 시세차익을 나누자고 합의했다.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 A에서 이더리움 등을 구매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B의 피고인 계정 전자지갑으로 이체하는 등 총 416회에 걸쳐 약 139억원을 송금해 외국환 업무를 업으로 했다." (2025년 6월2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상자산 범죄의 진화 속도가 초 단위로 빨라지자 수사·금융 당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온라인 불법 유통망과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접속을 차단해야 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전 방심위)의 행정 제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미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신고 외국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요청한 접속차단 등 조치 협조 건(2025년 8월7일 및 8월22일·2026년 1월12일)은 최초 요청 이후 10개월 가까이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가 수장 공백, 여야 간 위원 추천 갈등 등으로 장기간 공전하며 심의 마비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방미심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지난달 19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외 불법 거래소 방치는 위원회 마비 사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의 자체가 정상적으로 열렸던 2022년과 2023년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당시 FIU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차단을 요청한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정보에 대해 위원회는 단 한 건의 접속차단 시정요구도 내리지 않은 채 전원 심의중지 처분만을 되풀이했다.
방심위 제2022-8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FIU가 심의 요청한 안건은 총 47건에 달했다. 이는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설·운영하며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제공한 명백한 불법 행위였다. 그러나 위원들은 수사 기관에 책임을 미루며 차단을 거부했다. 한 위원은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그래서 저는 의결보류라고 그래야 될까요? 심의중지 의견입니다"라며 선제적으로 안건 심사를 거부했다. 다른 위원 역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고 이런 상황들을 감안할 때 잠시 심의를 중지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동조했고, 또 다른 위원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의를 중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동참했다. 이에 위원장은 결국 "이 건 전원 심의중지로 의결하겠다"며 안건을 덮었다.
행정 방치는 이듬해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답습됐다. 제2023-85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추가로 심의 요청된 6개 사업자, 총 15건에 대해서도 위원회의 판단은 같았다. 한 위원은 "지난해 12월5일 심의중지한 결정과 내용적으로는 차이가 없죠. 지금 사이트가 좀 늘어났을 뿐이고?"라고 물은 뒤 "지난번에도 심의중지했는데 또 다른 판단을 내리면 일관성이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똑같이 심의중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가 오히려 증가했음에도 '전년도에 심의를 안 했다'는 이유로, 일관성을 명분 삼아 재차 심의를 중단한 셈이었다. 다른 위원 역시 "전례에 따라서 심의중지의 의견 드린다"고 거들었고, 위원장은 전원 심의중지로 의결했다.

문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사이 위원회 마비와 과거의 반복된 심의중지 처분이 맞물리며 사기 세력들에게 우회로를 열어준 꼴이 됐다. 사기 세력들은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허술한 인증 절차를 틈타 수십 시간 만에 자금을 국경 밖으로 빼돌리고 있지만 위원회는 수사 상황을 핑계로 실질적인 차단 조치를 전면 방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신고 거래소에 대한 차단 조치가 바로 이뤄질 수 있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영기 김앤장 변호사는 "당국이 해외거래소 차단을 방미심위에 요청하지만 현행법상 명확한 근거 조항이 없으면 행정기관 입장에서 즉각적인 접속 차단을 단행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단속 현장의 현실과 제도적 입법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패스트트랙으로 긴밀한 행정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림 AXIS 대표변호사는 "방미심위의 심의중지 사유는 '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이지 '수사 단계'가 아니며 수년간 걸릴 판결을 기다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쌓이게 된다"며 "FIU는 미신고 불법 영업인지를 가리는 판단지표를 마련했다. 방미심위에서 이를 활용해 불법 의심 사이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뒤 사업자에게 사후 소명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패스트트랙을 설계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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