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투기 논란’에…15년 전 ELW 소환

임성영 2026. 7.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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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8조원 몰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일평균 거래 10조원·교육 이수 69만명
상폐보다 규제 무게
예탁금 상향·교육 강화·LP 제도 보완 등 현실적 대안 부상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8개 자산운용사 총 16개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한 달 새 8조원 넘는 자금이 몰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투기 논란이 커지면서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오지만, 이미 시장이 빠르게 커진 만큼 현실적으로는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과거 고위험 파생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도 폐지 대신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정비했던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8일~7월 8일) 자금 순유입 상위 5개 ETF 가운데 4개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차지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3조7579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2조578억원이 순유입됐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1조7033억원)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1조948억원)까지 합치면 한 달 동안에만 8조원 이상이 몰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200에는 2359억원,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피에는 359억원이 순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자금 쏠림이 두드러진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일평균 약 10조원이 거래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투자 수단’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상폐 쉽지 않아”

시장이 빠르게 커진 상황에서 상품을 일괄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 규모나 투자자 저변을 감안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지금 와서 상품을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당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사전교육 비용을 낸 것 역시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거래하려면 금투협 교육원에서 ‘국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가이드’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상품 거래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신규 투자자는 두 과정을 모두 들어야 해 각 4000원씩 총 8000원의 교육비를 부담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해당 교육 신청자는 69만2487명에 달했다. 신규 투자자가 모두 두 과정을 수강했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 시, 교육비만 약 55억원 규모다. 이중 절반이 기존 레버리지 ETP 투자자라고 추정해도 41억5000만원 가량의 교육비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비용을 내고 교육까지 받은 투자자들의 반발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비용을 내고 교육까지 받도록 한 뒤 상품을 몇 달 만에 없애는 건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용업계 “수수료는 낮고 이익은 증권사로”

특히 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업계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현행 방식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거래가 활발해도 연 0.0901~0.29% 수준의 낮은 운용보수 구조상 수익 기여도가 크지 않은 반면, 호가와 순자산가치(NAV) 괴리 등 구조적 문제로 비판을 받는 부담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했는데도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약 50% 급등하는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제시하지 않는 동시호가 시간대에 비정상적인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진 영향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가격 괴리와 LP 제도 개선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며 “애초에 운용업계가 적극적으로 요구해 만든 상품도 아니고 거래가 늘수록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나는 증권사와 달리 운용사의 실익은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운용업계가 적극적으로 요구해 도입한 상품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당시 홍콩 등 해외 상장 단일종목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투자 선택권을 넓히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자체보다 출시 방식이 문제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을 대상으로 16개 상품을 동시에 상장하면서 단기간에 투기 수요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ELW 전철 밟나…규제 강화 가능성 ‘솔솔’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15년 전 ELW 사례를 떠올린다. 당시 ELW 시장 역시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투기와 스캘퍼 특혜 논란으로 존폐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금융당국은 상품을 폐지하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건전화 방안’을 2010~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내놨다. 금융당국은 당시 “ELW의 유동성 공급과 투자기회 확대라는 순기능도 고려해 시장 자체를 없애기보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당국은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도입해 진입장벽을 높였고, 스캘퍼 전용선 제공 금지와 방화벽 설치를 의무화했다.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방식도 손질하고 이상거래 감시도 강화했다.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ELW 시장은 자연스럽게 규모가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당시처럼 투자자 교육 강화와 투자성향 확인 절차 강화, LP 제도 개선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단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상품은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장폐지는 거래소 상장·폐지 제도 요건이 적용되는 사안이라 당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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