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3억 어디서 구하나”…KB, 주담대 6억→3억 초강수에 ‘멘붕’

박세환 2026. 7. 9. 05: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사옥 전경. 국민일보 DB

KB국민은행이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낮춘다.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절반 수준까지 줄인 것이다. 기존 대출 한도를 기준으로 주택 구입 자금 계획을 세워온 매수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한도가 줄고, 별도의 최대 대출 한도 규제가 없었던 비규제지역에도 동일하게 3억원 상한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대출자의 실제 자금 조달 여력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2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현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하면 최대 4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서는 앞으로 최대 3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다른 대출 규제를 모두 충족하더라도 부족한 1억8000만원은 매수자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 규제상 가능한 대출 금액과 실제 은행 창구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매매 계약이나 잔금 계획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기존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과 기금 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 자금 대출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금 증액이 없는 KB국민은행 대환대출과 재대출, 상속에 따른 채무 인수도 예외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매매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최대 2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 차원에서 가계여신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자체 제한사항으로 수도권 및 규제 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시내 atm 기기. 뉴시스

KB국민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주담대에 대해서도 별도의 월별 총량 목표치를 부여했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지난해 말 대비 약 4조3000억원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치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달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총 648조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35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이미 소진한 셈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영향으로 올해 잔액 증가 여력이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작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해 주담대 가능 금액을 줄였다. 다른 은행의 신용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KB국민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일부 대출 방식도 제한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제공해온 주담대 우대금리 쿠폰도 지난달 18일 종료했다. 대출 한도와 보증, 금리 혜택을 잇달아 축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자체에 3억원 상한을 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MCI와 MCG 신규 가입을 제한했다. 다음 달 실행 예정인 대출모집인 채널의 주담대 접수도 이달 2일 중단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배정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이번 조치가 다른 은행의 추가 대출 제한을 자극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대출 수요가 한도가 상대적으로 넉넉한 다른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KB국민은행에서 필요한 금액을 빌리지 못한 매수자가 다른 시중은행으로 이동하면 해당 은행의 대출 총량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은행 역시 한도 축소나 신규 접수 제한에 나서는 연쇄적인 대출 조이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4일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앞으로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증가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된 데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1금융권의 대출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에서 주담대와 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남은 대출 여력을 관리하기 위해 추가 제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매수를 앞둔 실수요자는 정부의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뿐 아니라 개별 은행의 자체 대출 한도와 접수 중단 여부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소득과 같은 주택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어느 은행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주담대 최대한도를 3억원까지 낮추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른 은행들의 추가 제한 조치 여부에 따라 하반기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