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맛 좋다”…최근 제주 등장한 ‘푸른꽃게’ 알고보니

최충일, 박진호 2026. 7. 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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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직접보고 잡았다...아열대화 체감도 높아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제주바다에서 잡은 청색꽃게.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청색꽃게를 잡으려던 관광객이 밀물에 고립되고,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가 한치낚시 어선 아래를 유유히 헤엄쳤다.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최근 제주 해역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고래상어나 청색꽃게는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직접 목격했고, 포착 과정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해 더 주목을 끌었다. 나비고기, 노랑거북복, 범돔, 쏠배감펭 등 잠수 전문가가 찍어낸 기존의 사진·영상과는 다른 일상의 영역이다. 제주바다의 아열대화 체감도가 달라진 셈이다.


제주바다는 이미 아열대 진입 수준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제주바다에서 포착한 아열대 어류 쏠배감팽.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는 제주바다의 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아열대 서식 개체들의 수산자원 활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 해역은 이미 연평균 수온이 아열대 기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열대 바다는 수온에 따라 구분하는데, 보통 연평균 수온이 20도 이상이 되는 해역을 말한다. 제주 바다가 뜨거워진 증거는 각종 조사에서 확인된다.

한반도 해역 수온 58년간 1.6도 올라...세계 평균의 2배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제주바다에서 포착한 아열대 어류 노랑거북복.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8년간(1968~2025년) 우리나라 주변 표층수온은 약 16.0도에서 17.6도로 1.6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폭(0.76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5월 제주 연안 수온의 연간 변화폭은 더 컸다. 이 시기 제주 연안 표층수온은 18.7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7도)보다 2.13도 높았다.

맛있는 청색꽃게 잡느라, 밀물 고립 사고까지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제주바다에서 잡은 청색꽃게가 집게를 들고 있다.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제주바다의 변화는 청색꽃게의 등장이다. 지난 4일 오후 10시쯤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교 인근 간출암에서는 청색꽃게를 잡기 위해 야간 해루질에 나섰던 20대 관광객 2명이 밀물에 고립됐다가 해경에 구조됐다. 구조 과정에서 해경대원 1명이 발목을 다쳤다. 청색꽃게는 인도양과 서태평양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종이다.

난류타고 제주로...5년 사이 제주 해안 정착 가능성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제주바다에서 포착한 청색꽃게.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최근 5년 사이 제주 연안 전역에서 어획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색을 띄는 외피가 예쁘고, 꽃게와 맛이 비슷하다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청색꽃게의 유입 경로와 분포 변화, 생태계 영향, 산업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윤병일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대만과 오키나와에서 제주로 이어지는 난류를 따라 유생이 이동한 뒤 제주 해역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유입 경로와 분포, 개체수 변화는 물론 생태계 영향과 산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해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활용 가능성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엔 3~4m 추정 고래상어 목격


지난 6월 30일 오후 8시 30분께 제주 낚시어선 승룡호에서 낚시객들이 목격한 바닷속 고래상어의 머리 부분. 사진 승룡호
제주바다의 아열대화 증거는 또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제주시 애월읍 앞바다에서 몸길이 3~4m로 추정되는 고래상어가 목격됐다. 관광객들을 태운 낚시어선(승룡호)이 한치낚시를 하던 중 어선 아래를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이 촬영됐다. 열대 아열대 해역에 주로 사는 고래상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류로 몸길이가 10m 이상까지 자라는 멸종위기종이다. 제주 해역에서 어망에 걸리거나 폐사한 사례는 있었지만 살아 있는 개체가 연안을 유영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은 드문 일이다.

동해안 상어출몰도 수온상승이 이유


지난 2023년 7월 6일 혼획된 백상아리. 연합뉴스
이는 최근 동해안에서 잇따라 포착한 상어 출몰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강릉해경에 따르면 지난 4일 경포해변 동쪽 앞바다와 안목해변 동쪽 4㎞ 해상에서 상어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9일 삼척항 인근에선 1.8m 크기의 백상아리가 그물에 혼획됐다. 전문가들은 고래상어나 백상아리가 먹이사슬 변화의 영향으로 제주와 강릉으로 각각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온이 오르면서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이 늘고, 이를 먹는 작은 어류와 대형 회유성 어종까지 북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 수온 2도쯤 오르며 아열대 생물 살아남아”


제주바다에서 포착한 청색꽃게의 크기를 재는 중인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직원들. 사진 아열대수산연구소
고준철 아열대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예전보다 겨울 수온이 약 2도 정도 올라가면서 아열대성 생물들이 살아남고 번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청색꽃게와 고래상어 등의 등장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강릉=박진호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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