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헌신·희생 오래 기억하고 감사하는 자리 이어갈 것”
국내외서 펼쳐진 보은의 여정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했다. 무려 1129일에 달하는 긴 기간이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이 기간 국군 62만1900여명과 유엔군 195만7700여명이 참전했다.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했던 미국은 전쟁 기간 178만9000여명으로 막대한 규모의 병력을 한반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보냈다. 전체 유엔군의 91.4%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였다. 미국을 제외한 21개국도 16만87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해 자유의 헌신에 동참했다.
휴전 후 73년이 흘렀다. 그사이 6·25전쟁에 참전했던 국군과 유엔군들은 고령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참전 국군 용사 중 생존자는 2만7192명이었는데 불과 6개월 후인 지난 5월 말에는 2만423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년 만에 3000여명이 별세한 것이다.
20년 동안 6·25전쟁 참전용사 보훈 행사를 이어오고 있는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가 참전용사에 감사하고 위로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교회가 국내외 참전용사 보훈 행사를 시작한 계기는 우연과도 같았다. 소강석 목사가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틴 루서 킹 퍼레이드’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한국전 참전용사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1921∼2013)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제임스는 한국에 다시 가보고 싶어 했고 소 목사는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6월 제임스를 한국에 초청하면서부터 보훈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교회는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필리핀 태국 등 6·25전쟁 참전용사와 후손을 국내로 초청하거나 현지를 방문해 감사를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사업도 지원했으며 코로나19 때는 온라인 회의 시스템과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보훈 행사도 진행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2024년부터 해마다 나라 사랑 보훈음악회도 열고 있으며 참전용사에 대한 어린이 감사 편지쓰기도 이어오고 있다.
교회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도 수시로 방문해 고령의 참전용사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나라 사랑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와 함께 진행했다.
이 모든 보훈의 여정은 새에덴교회 교인들의 헌신으로 쌓은 감사의 탑이다. 교회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에 대한 민간 차원의 예우와 보훈 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동안 7700여명의 국내외 참전용사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각지로 초청해 보훈 행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교회는 100억원을 웃도는 재정을 보훈 행사를 위해 집행했다.
교회 차원의 보훈 행사가 장기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진행했던 건 교인의 희생 덕분이었다. 이 교회 교인 중에는 3대에 걸쳐 참전용사 보훈 행사에 참여해 봉사하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회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소 목사도 수시로 이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소 목사는 7일 “올해 진행했던 6·25전쟁 참전용사 보훈 행사가 20주년 기념행사였는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남녀노소를 불문한 전 교인이 나라 사랑의 마음을 모으고 적극적인 기도와 헌신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차원의 보훈 행사를 통해 전쟁의 참화를 딛고 고도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 대사 역할도 감당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유엔군 참전용사를 국내로 초청하면 수도방위사령부와 해군 2사령부, 현충원, 미 8군사령부, 판문점, JSA 부대, 도라전망대를 비롯한 군 시설 견학과 함께 서울타워와 삼성전자, 전쟁기념관, 이태원 등도 방문했다. 이중 서울타워와 삼성전자를 방문하면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 연거푸 ‘원더풀’을 연호했다.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고 파병 왔던 가난했던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이다.
보훈 20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교회의 바람은 하나다. 마지막 참전용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들의 피와 땀, 희생정신을 기억하며 감사를 전하는 일이다. 또한 전국 교회들이 민간 차원의 보훈 행사에 동참하고 국민 모두의 보훈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
2007년부터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보훈 행사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 장로는 “교회가 20년 동안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건 분명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훈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것도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참전용사 여러분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감사하는 뜻깊은 자리가 앞으로도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보은 행사 이끈 소강석 목사
“동두천, 의정부, 수원….”

2007년 미국에서 만난 한 6·25전쟁 참전용사의 더듬거리는 목소리와 허리의 총상 흉터가 눈물 어린 약속의 시작이었다. 소강석(사진) 새에덴교회 목사는 당시 그 자리에서 참전용사에게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한국 초청을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6·25 참전용사 초청 보훈 행사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새에덴교회 보훈 행사는 민간과 종교단체로서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음악회 등을 통해 보훈 문화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소 목사는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동안 교회 초청을 받아 방한했던 참전용사들이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눈물로 확인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이 일을 위해 헌신한 교인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면서 “20년의 긴 역사는 새에덴교회의 온 교회와 함께 쌓아온 보훈의 금자탑이었다”고 밝혔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는 마지막 생존한 참전용사를 위한 앞으로의 보훈 행사까지 이어지는 보은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진행했던 현지 행사는 찾아가는 보훈 행사의 마지막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소 목사는 “6·25전쟁이 휴전한 지 73년, 그동안 세월이 흘러 생존 참전용사분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우리가 보훈 행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고 자유를 지키며 우리 자녀들에게 보훈 정신을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어떤 모습으로든 보은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면서 “민간외교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보람이 무척 크다”고 덧붙였다.
민간 차원 보훈의 역사를 써 온 소 목사는 “이제 참전용사들께 은혜를 갚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마지막 한 분의 참전용사까지 기억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국민이 보훈 문화 확산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용인=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