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 속 양심… 눈치 보지 말고 진리 말해야”

임보혁 2026. 7. 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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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전 출판기념회 열린
박조준 목사 인터뷰
박조준 목사가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목회 여정을 회고하고 있다. 그는 “교회는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구원의 방주로서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 굳건히 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목사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입니다. 교회가 다시 사회의 양심이 돼야 합니다.”

박조준(92) 갈보리교회 원로목사는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를 묻자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교회가 사회의 양심 노릇을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앙과 목회의 결론이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원로목회자인 박 목사는 37세에 영락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한국교회의 부흥기를 이끌었고 이후 갈보리교회를 개척했다. 교단의 권력화와 교권주의를 비판하며 독립교회 운동을 시작했고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제도와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길을 걸어왔던 그의 신앙과 목회 철학을 담은 평전 ‘신앙과 자유의 파수꾼 박조준’이 최근 출간됐다. 평전에는 군사정권 시절 권력 앞에서도 강단의 독립성을 지켰던 그의 삶과 신앙이 담겨 있다.

평전 출간을 기념해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박 목사를 만났다.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전할 때 박 목사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평전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자신의 업적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먼저 말했다. 90년이 넘는 세월을 돌아보면서도 성공이나 명예보다 “어려움이 나를 훈련했다”는 고백을 먼저했다. 그는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게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며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훈련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가 평생 붙들어온 핵심 가치는 평전 제목처럼 신앙과 자유다. 그는 자유를 정치적 개념보다 영적 개념으로 설명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처럼 참된 신앙은 진리이고, 진리를 가진 사람은 마음의 자유를 누립니다. 몸은 구속할 수 있어도 양심은 구속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것은 인격을 주신 것이고, 인격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박 목사는 1970~80년대 권력과 거리를 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호실장 차지철의 요청으로 참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성경을 가르쳤지만 정권과 교회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끝까지 지켰다고 회고했다. 신군부가 등장한 뒤에는 설교 강단에서 군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행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요청을 모두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박 목사의 말이다. “무엇보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었죠. ‘대통령 수행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전도 여행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불이익도 있었지만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담대함을 주셨기 때문이죠. 일제강점기 때도 할아버지는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요구에 저항하셨습니다. 그 DNA가 어디 가겠습니까.”

박 목사는 교회가 사회를 향해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교분리는 교회가 침묵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교회는 사회의 양심이고 나침반입니다. 배가 어디로 갈지는 선장이 결정하지만 나침반은 배가 향해야 할 바른 방향을 알려줘야 합니다. 교회가 나라를 대신 통치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뜻에 맞는지 아닌지는 말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교회가 시대 앞에서 침묵하는 이유를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성경은 ‘듣든지 아니 듣든지 외치라’고 하는데 오늘날 교회가 이해관계를 따지며 침묵해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갈이었다.

박 목사는 최근 된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소식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신 소식과 기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평생 특별한 재주 없이 말씀만 전했다”며 설교를 소명으로 여겼다. 박 목사는 AI 시대에도 설교만큼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AI는 자료를 모으고 분석은 잘하지만 영감이 없습니다. 그러나 설교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전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는 작업이지요. 중요한 것은 성경 지식이 아니라 그 말씀이 오늘 나와 성도들에게 어떻게 살아 움직이느냐입니다.”

박 목사는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질 때까지 씨름했다”고 말했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어떻게 하면 지친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그 뜨거움이 없으면 설교도 생명이 없습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도 기술보다 먼저 사랑과 영성을 갖추라고 박 목사는 당부했다. “목사는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무리를 불쌍히 여기셨기에 ‘오병이어의 기적’도 일어났습니다. 목사는 복음을 전하는 통로입니다. 지친 심령에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목사가 돼야 합니다.”

박 목사가 주도한 독립교회 운동 역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제도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나 직분이 복음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그는 “교회가 기업처럼 운영되고 목사가 CEO가 되면 안 된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순을 넘긴 박 목사는 자신의 목회를 ‘심부름’이었다고 표현했다. “목사는 하나님 심부름꾼입니다. 교회가 내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목회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잘했다는 말 한마디만 들으면 좋겠습니다. 더 열심히 섬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교회를 향한 소망을 다시 한번 전했다. “교회가 교회 구실을 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진리를 말하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교회가 사회의 양심 역할을 바로 감당한다면 한국교회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용인=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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