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쏠림의 역설… ‘범용 공백’ 파고드는 중국산 메모리

박선영 2026. 7. 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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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TC 제품, 레노버 탑재돼 美유통
대만 PC업체들도 중국산 부품 채택
韓 반도체 기반 수익원 잠식 가능성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특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이 기존 범용 시장의 ‘공급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한 완제품 업체는 물론, 주요 PC 메인보드 제조사들까지 잇달아 중국산 부품에 빗장을 풀고 있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최근 레노버 보급형 노트북 일부 모델에 자사 SSD를 탑재하며 글로벌 완제품 공급망에 진입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노트북체크에 따르면 현재 레노버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씽크북 14 G9 IPL’ 노트북 모델에는 YMTC의 512기가바이트(GB) 용량 SSD 제품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 대상인 중국산 SSD가 글로벌 브랜드 완제품에 실려 미국 시장에 공식 판매된 것은 처음이다. YMTC는 2022년 미 상무부의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돼 미국산 기술과 장비 반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다만 레노버가 해당 부품을 탑재한 제품을 미국 내에 유통하는 행위는 직접적인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 역시 또 다른 제재 대상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BC가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내수용 기기에 한해 CXMT D램 탑재를 검토하는 동시에 미 정부에 해당 부품의 사용 범위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PC 메인보드 산업을 주도하는 대만 기업들 역시 중국산 부품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I는 최근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한 메인보드 제품군에서 CXMT의 최신 DDR5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다. 에이수스 역시 최근 자사의 프리미엄 게이밍 부품 인증 마크인 ‘ROG Certified’ 파트너 명단에 중국 메모리 공급사들을 대거 추가했다. 이는 중국산 부품이 저가 보급형 시장을 넘어 가장 까다로운 품질이 요구되는 하이엔드 PC 생태계까지 침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당장 이들이 HBM이나 고용량 기업용 SSD(eSSD) 등 첨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양측 간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YMTC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CXMT도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범용 메모리 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과 제품군 확보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기반 수익원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어떤 분야든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는 순간 중국에 치고 올라올 기회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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