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줄줄 새는 수사정보… 곳곳에 ‘장윤기 사건’

성윤수,이서현 2026. 7. 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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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위 관련 판결문 분석
피의자 父 퇴직 경찰에 정보 유출
檢 재수사에 반발 ‘불송치 짬짜미’
경찰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 필요
포토라인 선 '여고생 흉기 살인' 장윤기. 연합뉴스


경찰이 사건 피의자의 아버지인 퇴직 경찰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일이 과거에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반발해 피의자와 ‘불송치 짬짜미’를 벌인 현직 경찰도 있었다. 최근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부실수사와 유착 행위가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경찰에 대한 외부 견제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일보가 8일 판결문 검색 시스템으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2024년 11월 퇴직 경찰에게 그 아들의 수사상황을 알려준 현직 경찰 A씨에게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0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도로교통법위반(사고 후 미조치) 사건 피의자의 아버지이자 퇴직 경찰인 B씨에게 수사 자료를 넘겼다. 해당 사건 담당자에게서 사건 서류를 건네받아 열람한 뒤 교통경찰업무 관리시스템에 접속한 데 이어 수사자료인 ‘사고차량의 파손부위 촬영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B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차가 파손됐고 음주운전이 의심돼 담당자가 음주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수사 방향까지 일러준 셈이다.

이는 광주 여고생 살해범인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이 동료 경찰에게서 수사 정보를 빼낸 것과 유사한 구조다. 장 경감은 아들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에게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밀을 빼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수사 대상자는 아버지를 거쳐 피고인에게서 전달받은 정보로 어떤 혐의로 수사받을지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며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에 관한 사전 정보는 일반적으로 수사대상자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되는 사항으로 최소한 피의자가 수사를 받기 전까지는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사례로 부산남부경찰서 소속 경찰 B씨는 자신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이 들어오자 피의자에게 이 내용을 유출하고 검사의 의견이 틀렸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라고 한 혐의로 2023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은 피의자에게 재수사 요청 내용을 전달하면서 ‘검사의 생각이 틀렸다는 추가 의견서를 빨리 만들어서 달라’는 등 자신이 해야 할 수사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수사 대상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대응 방안을 모의했다”고 질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이런 비위 행위를 단순히 구성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줄 문화’로 엮인 지역 경찰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한 만큼 외부 견제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지면 경찰에 대한 견제 기능이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비위 행위 중 다수는 검찰에 의해 적발되고 있다. 부산지검은 지난 1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부산 지역 경찰관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수차례 퇴직 경찰이 사무장으로 있는 법무법인에 수사기밀 및 사건 처리 계획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의 체포 상황을 법무법인에 실시간으로 알려 미검거 피의자들이 휴대전화 유심칩을 교체하거나 초기화된 기기를 들고 검찰에 출석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피의자와 짬짜미하거나 브로커를 통해 조직적으로 수사를 무마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지검은 2023년 가짜명품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알게 된 대포통장 공급업자를 입건하는 대신 오히려 대포통장 명의자를 알려주고 범죄수익금 인출을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대구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권한을 쓸 수 있는 재량의 범위도 큰데 지금은 청문감사관이라는 내부통제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 역할을 해왔는데 경찰에게 수사권이 전적으로 넘어온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이서현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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