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끝났다"vs"아니다 더 간다" 메모리 정점 찬반 팽팽
나스닥도 메모리 반도체 주가 정점 우려에 하락
이익 증가율 둔화 불가피 vs 공급 부족 최소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우리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률 둔화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세 하락,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투자 둔화 우려 등이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론의 주요 근거다. 반면 내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감 등이 주가의 반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메모리 반도체주가 피크아웃 우려에 증시 조정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6% 내린 7452.48에 개장한 뒤 상승 반전해 오전 10시3분 기준 0.78% 오른 7716.27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은 1.25% 내린 820.85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000억원, 4000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눌렀지만 기관이 6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상승 반전을 주도했다. 전날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우리 증시도 하락 출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0.70포인트(0.25%) 하락한 5만2925.1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3.58포인트(0.45%) 떨어진 7503.8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02.47포인트(1.16%) 내린 2만5818.69에 마무리했다. 마이크론(-4.71%), 인텔(-9.66%), AMD(-6.51%), 마벨(-7.45%) 등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우리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났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 내린 213만4000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오전 10시7분 기준 3.86% 오른 228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51% 내린 29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SK스퀘어(-0.22%), 삼성전기(-1.03%), 현대차(-0.10%), LG에너지솔루션(-2.56%), 삼성생명(-4.0%) 등 시가총액 상위주는 약세다.
증시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주가의 고점을 둘러싼 찬반 주장이 팽팽하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D램 가격 상승률 둔화, 재고 개선세의 안정화, 주당순이익(EPS) 상향 조정 폭의 정점 도달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이 주가 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을 불러오며 이른바 '메모리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렸던 곳이기도 하다.
미국 현지에서는 삼성전자가 호실적에도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 전반에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크리스 머피 서스케하나인터내셔널그룹 파생상품 전략 공동 책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는 여전히 AI 하드웨어 업종 전반에 부담을 주고 메모리 관련주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이제 매수세가 과도하게 몰렸던 AI 하드웨어 대표주를 넘어 ?더 폭넓은 실적 장세와 순환매 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 하향 보고서도 나왔다. 키움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주당순이익(EPS) 상승률이 둔화하는 하반기엔 메모리 산업의 변화 요인들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률은 기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며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EPS 성장률도 현재의 시장 기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는 여전히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현재의 주가 조정은 그간 급격한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 출현에 의한 것이며 실적 전망이나 주주환원 같은 펀더멘털 요인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종전 5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최근 AI에 대한 우려는 소음에 불과하다"며 "AI 에이전트 확산은 메모리 수요를 3배, 자율주행은 5배, 로보틱스는 10배 이상 확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시장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이라며 "현재 사이클은 공간 제약으로 인해 메모리 공급이 최소 내년 4분기까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막연한 기대치와의 격차에서 오는 두려움보다는, 메모리 사이클의 위치 파악에 근거한 투자 판단이 권고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한편 나스닥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 공모에 수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ADR 공모에 글로벌 장기 투자 펀드와 기술주 전문 투자자들의 초기 수요가 강하게 유입됐다. 지난 6일 열린 경영진 대상 마케팅 콜에는 약 1000곳의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ADR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UBS는 SK하이닉스의 ADR을 매수하고 한국에 상장된 본주는 매도하는 것이 투자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새로 발행되는 ADR이 프리미엄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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