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가자마자 협박… “유럽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강태화 2026. 7. 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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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유럽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스페인을 향해선 “무역을 원하지 않는다”고 압박까지 나섰다. 반면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에 더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대화를 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스페인을 향해 “나토의 끔찍한 파트너”라며 “우리는 더는 스페인과 무역하고 싶지 않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총리실은 "양국의 무역 관계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유럽에서 미군이 철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닫지 않은 채 “유럽이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유럽 동맹국들이 전쟁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백악관 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3분의 1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가 전통 동맹보다 훨씬 충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한 직후 튀르키예에 F-35 전투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것이 우리가 (이번 회의에서)내리려는 결정”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대화를 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여러 면에서 우리가 충실할 것으로 생각하던 (나토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충실했고, 이는 분명히 좋은 계획으로 여겨진다”며 F-35 판매 재개 결정의 배경을 튀르키예가 보여준 ‘충성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F-35에 대한)제재를 해제할 것이고 그럴 때가 됐다”며 “우리는 친구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토 동맹국에 대해선 “매우 실망했다”며 “솔직히 말해 (정상회의가) 내 친구가 매우 강력한 지도자로 있는 튀르키예에서 개최되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산 S-400 방공미사일을 도입하자 F-35 개발 프로그램에서 튀르키예를 퇴출했다. 러시아 방공망을 구축한 튀르키예가 F-35를 확보할 경우 미국의 스텔스 기술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18년 9월 22일, 에섹스 상륙기동단(ARG) 소속 미 해군 항공 보트스웨인 메이트가 와스프급 상륙함 USS 에섹스(LHD 2)에서 F-35B 라이트닝 II를 이륙시키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 대한 F-35 판매로 스텔스 기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전혀 우려가 없다”며 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밝혔다.


“미군 철수할 수도…유럽 존재하지 않게 될 것”

반면 유럽의 전통적 동맹국들에 대해선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매우 실망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이란전쟁에서 보인 유럽 동맹국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우리가 이란에서 어떤 일(전쟁)을 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유럽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베스테페 대통령궁으로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병합 의지를 보여온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그린란드 문제가 “(미국과) 나토의 관계를 다치게 한 이유”라며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닌 미국에 의해 통제돼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그들(유럽)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러시아 문제에 대처하고 유럽을 돕기 위해 쏟아부은 자금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우리 군인들을 모두 철수시킬 수 있다”며 미군 철수 또는 병력 감축 문제를 그린란드 영유권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지을 수도 있다며 동맹국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은 이민과 에너지 문제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만약 이 두 가지 문제에 신중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유럽이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전쟁 중 미군 3분의 1 감축안 검토”

이와 관련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진행되던 지난 봄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3분의 1 감축하는 방안을 실제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 도중 ‘유럽 내 미군 병력을 3분의 1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를 토대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분의 1 축소’에 버금가는 과감한 감축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내부 협의 끝에 계획이 변경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대화를 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 내 미군 배치에 대해 6개월간 들여다보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비협조를 문제 삼아 훨씬 더 큰 규모로 유럽 내 미군 감축에 나서려다가 일단 ‘6개월간의 검토’로 물러섰다는 의미다.

이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앙카라에 도착하자마자 나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과의 회의에 앞서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자신의 의중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기선 제압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병력의 추가 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지켜보겠다”며 유럽의 태도와 미군의 감축 문제를 연동시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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