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투기가 드디어 한국 심장을 얻었다!"…한화에어로, 국산 항공엔진 첫 공개[르포]
5500lbf급 터보팬·1400마력 터보프롭 공개
K방산 미래 달린 항공엔진 국산화 첫발
1만lbf급·첨단항공엔진 개발에도 도전
6일 오후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사업장 시험동.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을 하루 앞둔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감돌았다. 옅은 기름 냄새 속 행사 주인공인 5500파운드(lbf)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은 무대 위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와 함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무인기 엔진 2종 시제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국산 무인기 엔진들은 조립을 마치고 지상 시운전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시운전은 약 10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최대 출력 상태는 3분가량 유지한다. 이를 4번 반복해 엔진 성능과 안정성을 점검한다.

5500lbf급 터보팬 엔진은 현재 개발 중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탑재할 예정이다.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KF-21 전투기와 함께 정찰, 전자전, 공격 등 임무를 수행한다. 이 엔진은 향후 시험 개발 단계를 거쳐 실제 체계를 장착한 비행 시험을 2030년 초 진행할 계획이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은 "5500lbf급 엔진 개발에 실패한다면 사실상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다"며 "미래 무인기 체계와 유무인 복합 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체계로 가기 위한 기술적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공개한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장시간 비행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중고도 무인기에 탑재된다. 현재 운용 중인 중고도 무인기에는 프랫&휘트니 캐나다의 PT6 엔진이 탑재돼 있다. 1400마력급 엔진 역시 시험 개발 단계를 거쳐 2030년 초 비행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한 두 엔진은 온전히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장수명(수천 시간 이상 사용 가능) 항공엔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과연 주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업체들이 미사일용 단수명 항공엔진을 독자 개발해 양산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 완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수명 기준은 엔진 종류마다 다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장수명 엔진은 3000~4000시간 수준의 운용 능력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엔진 시험동에서 차로 2분 정도 이동하자 스마트엔진 가공공장이 나타났다. 보잉 737 맥스, 에어버스 A320네오 등 민항기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공장에 들어서자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품 이동부터 가공, 최종검사까지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무인운반로봇(AGV)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제품과 공구를 싣고 생산라인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엔지니어는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을 통해 가공 공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장비 에러 발생 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국산 항공엔진 개발은 항공산업의 핵심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항공기 수출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항공엔진 기술은 모든 엔진 중 개발 난도가 가장 높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글로벌 방산 선진국들이 기술을 꽁꽁 싸매고 있어 진입장벽도 높다.
가장 큰 난관은 엔진이 내뿜는 1500도 이상 고온을 견디는 소재기술 개발이다. 산업용 가스터빈과 달리 별도의 외부 냉각기를 사용할 수 없어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온도를 엔진 자체 냉각기술만으로 조절해야 한다. 고온·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핵심 부품 역시 초소형·초정밀 수준의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게다가 완전한 기술을 보유한 소수 국가는 당연히 기술을 내놓지 않는다.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규제를 통해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도입한 엔진을 정비·개량하거나 해당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를 수출할 때 원 제작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술로 개발한 KF-21과 FA-50 등을 수출할 수 없다.
국산 전투기에 국산 엔진을 탑재하면 이 같은 제재 없이 방산 수출 시장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이곳 직원들이 항공엔진 독자 개발을 "천지개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향후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항공기-엔진-항전장비-무장' 등이 수직 계열화될 경우 가격과 성능, 정비 조건 등을 유연하게 조정해 수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항공기 판매 이후에도 엔진 정비, 부품 교체, 성능 개량 등 MRO 사업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엔진 소재 설계부터 제조, 정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기술 역량을 갖췄다. 회사는 향후 스텔스 무인기에 탑재될 1만lbf급 터보팬 엔진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엔진은 올해 시제업체 선정을 거쳐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2만4000lbf급 첨단항공엔진 개발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김종호 팀장은 "첨단 항공 엔진은 미드사이즈 엔진 가운데 출력이 가장 높고 효율이 우수하다"며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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