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이 주도, 트럼프 직접 전화”…발로건 ‘징계 철회’ 전말
미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시키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트럼프 행정의 고위 당국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의 발로건 징계 철회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통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신속한 대응 속에서 이뤄졌다”며 FIFA의 징계 철회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막후에서 직접 움직인 정황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월드컵 32강전에서 발로건이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고 6일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대책 회의에 착수했다.
WSJ은 특히 백악관은 해당 판정을 국가적 사안으로 바꿔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FIFA의 결정을 뒤집기 위한 대응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트닉 장관은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책임자인 앤드루 줄리아니와 함께 이번 조치가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경기 당일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면서 출전 정지 조치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미 대표팀의 8강 진출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과 함께 움직인 앤드루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 뉴욕시장인 루디 줄리아니의 아들이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징계 철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행정부는 법적 대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유력 변호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발로건이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은 행위가 레드카드 사안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FIFA가 슬로모션 화면을 활용한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곧바로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설명했지만, 경기 후 미국축구협회가 해당 판정에 대해 규정상 항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WSJ은 이러한 과정에 대해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대담한 계획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016년부터 FIFA를 이끈 인판티노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다져왔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했으며, 마이애미에서 열린 이종격투기(UFC) 경기부터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축구와 무관한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WSJ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발로건 판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을 때 인판티노 회장이 사안을 살펴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자리에서 판정 번복을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러나 며칠 후 다시 통화할 때, 인판티노 회장은 출전 정지 처분이 철회될 것이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리고 FIFA는 실제 징계위원회가 재량을 발휘해 제재를 검토·조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제27조를 적용해 발로건의 출전정지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미국에 통보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루스 소셜에 “옳은 일을 해 거대한 불의를 바로 잡은 FIFA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자 인판티노 회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잘 모르겠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는 (FIFA의 결정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나는 ‘재검토를 해야 하며, 그 선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발로건이 출전 정지된) 상황에서 그들(벨기에)이 이긴다면, 나는 2020년 대선처럼 조작됐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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