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신생아 살리던 교수 “이러다 다 죽는다” 절규
주100시간 근무 시달린 교수 사직
전문의는 수도권행, 단 2명만 남아
월급 원하는대로 준다고 해도 안와
"전국 의료붕괴 알리는 빙산의 일각"
전북 유일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폐쇄 위기에 놓였다. 14년간 이곳을 지켜온 김진규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지난달 말 사의를 밝히면서다. 사직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신생아 진료 공백 우려가 커진 가운데, 김 교수를 지난 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교수에게 전북대병원 NICU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한 그는 2012년 전북대 어린이병원 개원에 맞춰 전주로 이주했다. 그는 “문을 열 때부터 이곳을 자식처럼 키워왔다”며 “임신 23주에 태어난 초미숙아를 살려내는 등 전북에 없던 진료를 만들었다는 보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함께 버틸 동료가 줄었다. 전공의의 지원은 끊기다시피 했고, 전문의는 수도권 병원으로 빠져나갔다. 김 교수는 최근 48시간을 넘기는 연속근무와 주 90시간 넘는 근무를 반복했다. 그는 “계속 우울해 정신과 진료를 받았더니 번아웃이라고 했다”며 “며칠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사직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동료를 구하려는 노력도 해봤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직접 구인 홍보물을 만들었다. 파란색 바탕에 ‘급여? 당신이 원하는 대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는 “함께 일할 동료를 찾아보려고 학회 등 외부활동 때마다 홍보물을 뿌렸지만, 끝내 지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병원 지원으로 연봉 6억~7억원 수준까지 제안해봤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높은 보수를 제시해도 선뜻 지원하는 이가 없는 건 적은 수의 의료진이 24시간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며 감당하기 어려운 진료와 당직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김 교수가 떠나면 전북대병원 NICU는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NICU는 김 교수와 입원전담전문의 2명이 24시간, 365일을 책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제가 빠지면 남은 두 사람이 당직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분들도 언제 사직하겠다고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북대병원 NICU의 위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감소와 전문의의 수도권 유출이 겹치면서 찾아왔다. 김 교수는 “2012년만 해도 전공의 4명이 있었고, 교수와 전공의가 함께 환자를 보며 전북의 신생아 진료체계를 만들어 갔다”며 “지금은 전공의 지원은 끊겼고, 전문의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남은 이들이 진료와 당직을 떠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에 따른 부담도 한몫했다. 신생아 중환자 진료는 작은 변화에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 고위험 영역인데, 예기치 못한 결과가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의료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법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NICU 진료의 특수성과 한계가 실제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며 “선의로 아기를 살리려는 의료진이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전국 소아청소년과 1년 차 전공의는 13명뿐이고, 이 가운데 8명이 서울대병원에 몰렸다. 전체 소아청소년과 유입이 끊긴 상황에서 신생아·소아심장·소아신경 등 12개 세부전문분과는 더 빠르게 고사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4~5년 뒤면 지역에는 소아과 전문의로 배출될 사람이 아예 없다. 이제 대가 끊긴다”고 했다. 그는 “서울과 일부 권역 거점을 제외한 지역은 결국 비슷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생아 수는 줄고 있지만 NICU가 필요한 고위험 신생아 진료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고령 임신과 난임 시술 증가 등으로 조산아와 극소저체중아 비율이 늘고 있어서다. 산부인과 의사가 산모는 받을 수 있어도, 태어난 아이를 24시간 돌볼 신생아 전문 인력이 없으면 고위험 분만은 불가능하다.
주변 병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버티는 방안도 논의해봤다고 한다. 전북에는 전북대병원 외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등이 신생아 진료 인프라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도에 세 병원 NICU를 통합하거나 역할을 조정해 함께 버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전북 인프라가 아예 무너진다고 간청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한 병원으로 기능이 흡수되면 다른 병원은 산부인과 운영을 축소해야 하고, 이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수가 문제로도 이어진다.
김 교수는 개별 병원이 각자 의사를 구해 버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전북 전체를 하나의 신생아 진료권으로 보고, 병원별 역할을 조정하거나 인력과 병상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문제는 한 병원이 해결할 수 없다”며 “전북도와 보건복지부, 학회가 함께 논의해 당장 무너지지 않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신생아학회도 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학회는 최근 ‘대통령과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이 마지막 한계에 도달했다”며 “특히 비수도권의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대병원 NICU 운영 중단 위기는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붕괴를 알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학회는 “이 위기는 이미 한 부처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NICU의 숨통을 틔울 긴급 응급조치와 신생아 의료 후속세대 육성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사직이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진짜 원하는 것은 예전처럼 여러 동료와 함께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속 가능하게 지키고, 후배 의사들을 길러낼 수 있는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현장의 위기를 호소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아 더 곪을 것 같았다”며 “전북도와 보건복지부, 학회가 함께 당장 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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