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가자”…디지털 망명 줄줄이 선언
개정 정보통신망법(7·7법) 시행을 맞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레딧(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해외 공론장으로 떠난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망명 선언’이다. ‘허위조작정보’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등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선 예상 가능한 법 시행의 부작용을 바로잡지 않으면 ‘7·7법 포비아(공포증)’를 넘어 ‘엑소더스’나 줄소송 등 집단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6일 중앙일보가 인공지능(AI) 클로드를 이용해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 1~3위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에펨코리아·루리웹)에서 정통망법 개정안을 언급한 게시물(댓글 포함) 총 1만57건을 분석한 결과, 부정적 반응은 63.2%(6354건)에 달했다. 댓글을 제외하고 정통망법 개정안에 관한 게시물 본문(2769건)만 분석하면 부정적 반응은 80.4%(2227건)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반면에 개정 정통망법에 긍정적 반응으로 분류된 게시물은 1.1%(109건)뿐이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본보기로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였다. 개정 정통망법을 가치 중립적으로 언급한 반응은 35.7%(3594건)였다.
비판이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정치 행동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에펨코리아의 한 이용자는 “헌법소원을 하고 다음 총선에서 투표를 통해 법안 철회를 관철시키겠다”는 글을 올렸다.
7·7법 긍정평가, 커뮤니티 글 1만건 중 1%뿐이었다
AI를 활용해 이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의 ‘개정 정통망법 대응 방안’을 분류해 보니 국민 청원이나 서명, 집회 등 정치 행동을 주장(351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레딧 등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겠다는 목소리의 게시물(121건)이 뒤를 이었다.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자신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기술적 대응 방안(57건)도 일부 공유되고 있었다.
한 루리웹 이용자는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의 혐오 댓글은 하나도 못 막으면서 응집력 좋은 국내 커뮤니티만 규제한다”고 비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는 단정적 표현 대신 ‘~라는 소문이 들린다’는 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매뉴얼까지 등장한 상태다.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했을 때도 온라인 이용자는 회피로를 찾았다”며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싶은 공간을 원하는데,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아닌지 규제하기 시작하면 그 제한이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게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온라인 정보가 허위조작정보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를 통해 지원하는 민간의 ‘사실확인 단체’가 판단한다.
온라인 민심이 이토록 개정 정통망법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배경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부정적 입장의 게시물 6354건 중 단순 욕설이나 감정 표출을 제외한 3096건에 대해 상세 분석을 진행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게시물에 대한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46.6%)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풍자나 정치적 비판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정적(政敵)을 봉쇄할 것이란 우려(17.5%)도 컸다. “정적 제거용,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 등을 ‘처리’할 것”이라거나 “어느 정권이든 개정법으로 맘에 안 드는 반대파를 공격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검열법으로 이미 독재에 들어섰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또 “미국이 검열 반대에 대한 공식 성명을 냈다”며 외국과의 마찰 우려(11.9%)를 제기하는 게시물, “기준이 모호한 것 같은데 경찰 실적용으로 악용될 수도”라며 처벌이 자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4.8%)을 언급한 게시물도 다수 있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조작 정보를 막는 시도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입법적으로 강제되는 방식이 되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작성한 비용추계서를 분석한 결과, 개정법으로 인한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5년간 최소 82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될 전망이다. 예정처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두는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를 ‘분쟁조정부’로 변경하고 위원수 및 업무를 확대할 경우 이 같은 예산이 들 것으로 추계된다”고 설명했다.
김남준·임성빈·김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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