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나토벽 끝내 못 넘었다…60조 캐나다 잠수함, 독일 품으로

군사동맹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벽은 높았다. 60조원 규모의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독일 TKMS(옛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가 6일(현지시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빠른 납기’와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 한국이 고배를 마신 데는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의 안보 협력에 방점을 둔 캐나다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앤메일은 이날 캐나다 정부가 CPSP 우선협상자로 독일 TKMS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CPSP는 캐나다 왕립 해군이 보유한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2030년 중반까지 최대 3000t급 신규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대체 획득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도입 뒤 30년간 추후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캐나다 해군은 추산한다.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한국은 막판까지 박빙의 경쟁을 벌였다. 캐나다도 해군의 작전 범위를 북극해와 대서양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넓히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점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결국 안전한 선택지인 독일을 택했다.
독일이 승기를 잡은 데엔 캐나다 내에서 유럽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유러피안’ 기조가 강화하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약 1500억 유로(약256조원) 규모의 유럽연합(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에 참여하기로 EU집행위원회와 합의했다. 비유럽권 세이프는 EU가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 낮은 금리로 대출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캐나다가 비유럽권 국가 중 처음으로 세이프에 참여한 건 EU를 주요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나토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잠수함 사업의 본질을 떠나 캐나다의 절충교역 제도인 ITB(산업·기술적 혜택) 정책 공략에서 독일에 밀렸다는 분석도 있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군수품이나 장비를 구매할 때 판매자에게 기술 이전, 부품 역수출, 현지 생산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 방식이다. 캐나다는 ITB를 채택하고 있으며, 국방 물자 도입 시 계약 금액의 100%를 다른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산업에 환원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이를 겨냥해 핵심 광물 수입, 북극 기지 현대화 참여 등을 내세웠다.

한국이 제시한 패키지 역시 못지않았다. 한화오션은 현지 기업과 손잡고 연간 1200만t 규모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구축에 참여하고,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합작법인을 세워 K9 자주포와 천무 등 국산 무기를 캐나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100여 개 현지 기업과 협업으로 연간 2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결국 캐나다가 독일의 손을 든 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안보 불확실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나토 동맹의 결속력을 공고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최근 ‘미국 없는 나토’ 구상도 공공연히 제기된다.
실제 한화오션은 기술력 측면에서는 유감없이 실력 발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군은 지난달 2일 3000t급 도산안창호함에 캐나다 해군 장병을 태워 태평양을 횡단하는 등 전례 없는 ‘잠수함 쇼케이스’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는 막판 총력전도 폈다. 한 소식통은 “장병이 직접 우리 도산안창호함에서 함께 타 잠항 경험을 한 캐나다 해군은 성능이 좋고 깨끗한 한국 잠수함을 선호한 것으로 안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박빙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에 이어 유럽 국가들과 막판까지 접전을 이어간 건 한국의 기술 수준이 ‘잠수함 산파’였던 독일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왔다는 걸 증명했다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수주전에서 독일을 위협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향후 K-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크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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