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막힌 사이 中 AI 갈아탄 美 기업들…"가격 20분의 1"
미국 정부가 자국 인공지능(AI) 기업의 최신 모델 제공에 제동을 거는 사이 중국 AI가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이용료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형' 모델을 앞세워 미국 기업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은 앤스로픽이 미 정부 지시에 따라 첨단 AI '미토스5·페이블5' 제공을 중단한 사이 중국 AI로 갈아타는 미국 기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AI 모델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LM은 Z.AI(옛 지푸AI)가, 키미는 문샷AI가 개발한 모델이다. 두 모델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 작업이나 장시간이 걸리는 업무 처리에 강점이 있다. 일정 토큰 수 기준 이용료는 앤스로픽 최신 모델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GLM-5.2의 경우 높은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의 실무 능력을 측정하는 약 9000문항 규모의 테스트에서는 구글 등을 제치고 약 500개 모델 중 5위에 올랐다. 미국 AI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1월 등장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중국 AI '딥시크(DeepSeek)'에 빗대는 목소리도 많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후 AI 성능 경쟁에서는 미국 기업이 앞서가고 중국 기업이 뒤쫓는 구도가 이어져 왔다. 미국 기업들은 기술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 AI는 누구나 복제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형' 모델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AI 이용료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더 부각되고 있다. 장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작업 등을 AI에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비용과 직결되는 토큰 수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 중국 AI의 사내 활용을 밝힌 미국 기업도 적지 않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I 이용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AI 이용료가 치솟자 비용이 저렴한 중국 AI 모델 'GLM'과 '키미(Kimi)' 사용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미 정부 지시로 앤스로픽의 미토스5와 페이블5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중국 AI로의 쏠림은 한층 강해졌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중국 AI 이용량은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월 이후에는 여러 차례 미국을 웃돌기 시작했다. 6월 들어서는 중국 AI 이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6월 말 일주일간 중국 AI 이용량은 총 25조 토큰으로 5월 말보다 2배로 증가했다. 미국 AI보다 78% 많았다.
6월 기업별 점유율은 딥시크가 19%로 1위를 차지했다. Z.AI와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크게 성장한 반면 미국 구글과 오픈AI의 비중은 줄었다. 오픈라우터는 "이용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AI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으로 인해 중국 AI에 대한 미국의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국과 중국은 통상·방위 분야와 마찬가지로 차세대 패권 기술인 AI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 AI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의 증류 의혹도 문제로 지적된다. 증류는 고성능 모델의 출력 결과를 다른 AI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효율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기 쉽지만 많은 미국 기업은 허가 없는 증류를 부정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중순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조직적으로 증류를 하고 있다며 대응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보냈다. 증류가 확산하면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최첨단 AI를 계속 개발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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