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이은호 교수팀, AI 반도체 난제 해결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화공생명공학과 이은호 교수 연구팀의 이동화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해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기반 소자인 전해질 트랜지스터의 기억 유지 성능을 분자 수준에서 향상시키는 새로운 전해질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복잡한 소재·소자 구조 변경이나 고난도 공정 없이, 전해질 내 이온의 구조적 특성과 유기 반도체와의 수소 결합 상호작용만을 제어함으로써 고질적인 정보 망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분자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최근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 향상은 알고리즘의 발전뿐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컴퓨터 시스템은 연산장치와 메모리가 분리된 폰노이만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 소모와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가 부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저전력으로 학습과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인공 시냅스 소자의 성능은 AI 반도체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이온 기반 소자들은 전압이 제거되면 이온이 쉽게 역확산되어 정보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실환경 AI 시스템 구현을 위한 기억 유지 특성 확보가 필수 과제였다.
연구팀은 전해질 내 음이온의 전하 분포와 구조적 비대칭성이 유기 반도체 채널과의 상호작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최초로 규명했다.
고정된 양이온 구조에서 대칭형 음이온 대신 비대칭적 구조를 가진 에틸설페이트 이온을 전해질에 도입한 결과, 유기 반도체 표면의 메틸기와 방향성이 있는 '수소 결합'을 다중으로 형성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런 분자 수준의 상호작용은 전압이 사라진 뒤에도 이온의 무분별한 이탈을 지연시키고 안정적으로 잔류하게 만들어 소자의 장기 기억 유지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 계산과 분자 내 원자 양자이론(QTAIM) 분석을 통해 수소 결합 기반의 이온 안정화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증명해 냈다.
연구팀은 이온이 유기 반도체 채널 내부에 안정적으로 포집되는 특성이 소자의 전류 조절 방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학습 과정에서 신호 강도가 정확하고 대칭적인 선형성을 갖추게 됨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 간 연결 강도가 점진적이고 정밀하게 조절되는 생물학적 학습 및 망각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모사한 특성이다. 새로 개발된 소재 기반 소자의 특성 매개변수를 반영하여 손글씨 숫자 이미지를 학습·분류하는 인공 신경망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기존 대칭형 이온 기반 소자(11.35%)를 크게 상회하는 95.17%의 높은 인식 정확도를 확보해 패턴 인식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요구되는 고효율·저전력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전하 운반체로 여겨졌던 '전해질 이온'을 독립적인 소재 설계 변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기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 연구팀은 수소 결합 기반의 이온 제어 전략이 향후 메모리 소자, 웨어러블 반도체, 하이브리드 전자 소자 등 정확한 이온 제어가 필요한 다양한 전기화학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게재됐으며, 연구 성과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15일 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또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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