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나무들의 통곡...부산의 중심에서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변정정희 2026. 7.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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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환경생태 현장르포]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 이성근 공동운영위원장 인터뷰

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기자말>

[변정정희 기자]

그것은 장례식이었다. 하얀 끈을 매단 나무들이 줄지어 통곡했다. 옅은 바람이 불 때마다 온 잎을 흔들어 대며 울었다. 붉은 끈을 매단 나무들, 페인트로 점을 찍은 나무들도 같은 운명이었다. 표시된 나무들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살고 있는 새와 곤충 같은 작은 동물들도 수풀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울었다. 이곳 황령산에서 울지 않는 존재는 단 한 종, 인간뿐인지 몰랐다.

부산 황령산에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부산'이라는 도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곳에 우뚝 서 있었던 황령산은 최근 대규모 유원지 사업 개발 앞에 놓여있다. 나무와 풀은 베이고, 흙은 파헤쳐지며, 동물들은 자리를 잃을 것이다. 황령산의 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 이성근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부산 황령산에서 만난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 이성근 공동운영위원장
ⓒ 변정정희
동네 뒷산은 마구 개발해도 되는 걸까?

지난 5월 말 한창 초록이 싱그러울 무렵, 황령산을 찾았다. 부산 밖의 이들에게는 낯선 산이다. 이름난 설악산이나 지리산, 한라산처럼 웅장한 자연을 가진 국립공원도 아니고 서울 남산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도 아니다. 해발고도 427m의 황령산은 부산진구, 연제구, 남구, 수영구에 걸친 높지 않은 도시공원이다. 근처 학교들의 교가마다 등장해 정기를 내어주는, 지역 사람들에게 친숙한 산이다. 누군가는 흔한 동네 뒷산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국립공원이 아닌 동네 뒷산은 마구 개발해도 되는 걸까?

"황령산은 원래 독립된 산이 아니에요. 백양산으로, 금정산으로 이어져 있었거든요. 이기대도 황령산의 말단부입니다. 그런데 과도한 도시화 정책에 의해서 잘린 산이 되었어요. 정상에서 보면 중간중간 시가 구역 내에 섬처럼 떠 있는 언덕들이 보여요. 그게 다 황령산에서 뻗어져 나간 지맥이 잘린 흔적이거든요. 산을 밀고 거기를 대신한 것들이 아파트예요. 쫙 포진하고 있죠."

실제로 황령산은 유구한 개발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 광산으로 개발해 광물 자원을 채굴했고, 1972년 유원지로 지정해 현재까지 관광 자원으로 개발 시도를 하고 있다. 1995년 온천 단지를 짓는다며 동남쪽 부분을 약 12만㎡ 깎아냈다. 당시 시민사회는 반발했고, 싸움 끝에 전면 백지화했다. 2000년대 다시 개발 바람이 불었다. 이번에는 실내 스키장이었다. 2007년 '스노우캐슬'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개장했지만, 운영난으로 1년 만에 폐쇄했다.

그렇게 망한 자리에 현재 부산시와 민간개발업체는 1단계 530m 길이의 케이블카와 25층 규모의 전망타워, 2단계 금련산까지 가로지르는 2.2km 길이의 케이블카, 3단계 500실 규모의 대형 호텔을 단계적으로 짓는 2조 2천억 원짜리 '황령산 유원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회의, 부산불교환경연대 등 시민사회는 2024년 1월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라는 이름아래 다시 뭉쳤다.
 황령산 일대 난개발의 흔적들. 왼쪽 황금색 건물이 개발 실패한 실내 스키장
ⓒ 변정정희
도심에 자리한 산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도시에 사는 인간에게 소중한 자연이라는 뜻이다. 숲과 가까운 아파트를 지칭하는 '숲세권'이 부동산 신조어로 쓰이며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로 도심 녹지는 귀한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휴식과 운동이 필요할 때 녹지를 찾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더위를 식힌다. 최근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연구 조사에 따르면 녹지 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지표면 온도가 약 0.23~0.25°C씩 감소한다고 한다. 나무뿌리로 흡수된 물이 잎을 통해 증발하며 대기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탄소를 흡수하는 것에 더해 도시의 열섬 현상을 막는다. 연구 자료까지 가져오지 않더라도 숲에서 상쾌해진 몸과 마음을 경험해 왔다. 황령산은 부산의 허파이다.

케이블카가 생기면 정말 '랜드마크'가 되나?

황령산 정상에서 본 부산의 밤 풍경은 아름다웠다. 시야가 흐린 날이었지만 빼곡한 아파트와 도로를 채운 자동차는 불빛을 반짝이며 도시의 밤을 수놓고 있었다. 별이 사라진 도시에 빛나는 야경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사라져서 불을 밝힌 게 아니라 불빛 때문에 별빛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셀 수 없이 많은 불빛의 개수는 산을 지운 자리에 아파트와 자동차가 들어선 흔적의 개수였다. 우리는 현혹되고 있었다.
 황령산 정상에서 바라본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는 부산 시내 전경.
ⓒ 변정정희
'먹고 살아야 한다'라는 논리로 모든 가치를 이겨내는 '개발'은 정말 경제효과가 있는 걸까? 1000억 원 넘는 돈을 들여 만든 거대한 실내 스키장은 지금 흉물이 되었다. 개장 당시 반짝였을 황금색의 폐건물을 보며 지금 누구도 빛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추진했던 온천 단지를 열었으면 달랐을까? 사계절 내내 뜨거운 온천이었다가 사계절 내내 차가운 스키장이라니! 황령산의 특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시 유행을 따라 진행한 사업들이다. 그렇다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와 전망타워, 호텔은 망한 실내 스키장을 대신해 부산의 경제를 성장시킬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랜드마크가 맨날 바뀌어요. 어느 시절에는 용두산공원이었다가, 어느 시절에는 해운대 엘시티였다가 그런 랜드마크가 어디 있어요? 허구한 날 랜드마크 타령하다가 값이 내려가고 시들해지면 또 다른 랜드마크를 추가로 만들어낼 거 아닙니까? 반짝 개장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또 다른 흉물이 될 거거든요."

전국의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개. 지자체들은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며 우후죽순 케이블카를 설치했지만, 대다수 적자 운영 중이다. 이미 너무 많은 케이블카 설치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부산은 현재 송도 해상케이블카와 금강공원 케이블카를 운영 중이다. 노후화된 금강공원 케이블카는 경제성이 낮다며 현대화 계획조차 사실상 무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령산 케이블카가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최근 부산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2만 명이다. 얼마 전 열린 케이팝 가수 BTS의 공연은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지폈다. 그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나 있는 케이블카를 타자고 부산까지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광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부산만의 고유한 생태와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황령산을 남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

법과 제도를 묻어버린 거대한 장례식장에서

황령산은 울창했다. 숲에는 곰솔과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 편백, 사람주나무, 벚나무, 참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사스레피나무, 꽝꽝나무, 광나무처럼 남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도 있었다. 한때 황폐했던 산은 자생한 나무들과 인공 조림한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고 어우러지며 자신만의 초록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다양한 나무 사이로 물까치가 날아다녔고, 쇠딱따구리는 우아한 깃털을 떨어뜨려 놓았다. 멀리서 희미하게 솔부엉이 소리가 들렸다. 팔랑거리는 나비를 비롯해 이름 모를 곤충들을 만났고, 땅을 파고 간 두더지의 흔적을 마주했다. 이틀에 걸친 짧은 산행이었지만, 경이로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24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사에 따르면 황령산에는 식물 399종, 곤충은 153종, 조류 29종 등이 살고 있다.

"이 길이 케이블카가 들어설 자리예요."

초록에 취해 잊고 있었다. 이곳이 곧 뿌리뽑히고 잘리고 다져질 자리라는 것을. 그런데 아름다운 산을 그냥 밀어도 되는 걸까? 우리나라는 개발에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 개발 사업이 유발하는 환경영향에 대해 조사, 예측, 평가해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평가에서 황령산은 식생보전등급 '4등급'을 받았다. 보전 가치가 매우 낮다는 결과였다. 이에 반발한 시민사회는 공동 재조사를 요구했다. 왜 시민들은 전문가의 평가를 믿지 못했을까? 현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주체인 사업자가 비용을 대고 용역 고용자에게 평가를 맡겨 이뤄지고 있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사업자가 점 찍어둔 땅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결과를 가지고 올까? 독립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공동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령산의 식생을 무시하는 개발 사업이 사람에게는 안전할까? 지난 1985년, 1991년, 1999년, 2000년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폭우였지만 그에 앞서 산을 깎아 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개발 업체는 케이블카가 공중으로 지나가니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육중한 케이블카를 지탱하려면 이를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야 할까? 거대한 철탑 여러 개를 세우기 위해 흙을 파헤치고 콘크리트를 쏟아내는 동안 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게다가 2단계 케이블카가 지나갈 자리에는 이미 고압 송전선이 놓여있다.

얼마쯤 산을 걸었을까? 흰 끈을 동여맨 나무를 만났다. 처음에는 등산 모임에서 걸어둔 표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이어 가지와 둥치에 흰 끈을 묶은 나무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어떤 나무는 붉은 끈을 달고 있었고, 또 어떤 나무는 페인트로 하얗고 붉은 점을 찍고 있었다. 관할 구청 공원녹지과에 확인하니 케이블카 개발 사업을 위해 업체가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흰 끈, 흰 점, 붉은 끈, 붉은 점의 나무들은 곧 용도에 맞게 잘리고 뽑힐지도 모른다. 숲은 이내 장례식장이 된 것 같았다. 그것은 상주가 매단 흰 끈이었을까? 나무들이 동시에 울어 젖었다. 머리 위로 까마귀가 날아갔다. 긴 통곡 소리였다. 붉은 끈을 뒤집어 보니 '작업로'라고 쓰여 있었다. 그 길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아직 푸르렀다. 케이블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황령산 케이블카 개발 사업을 위해 표식을 단 나무
ⓒ 변정정희
 황령산 케이블카 개발 사업을 위해 표식을 단 나무
ⓒ 변정정희
"최근에 단 거예요. 늘 와서 살피거든요. 그냥 보면 모르는데 끈을 뒤집으면 글씨가 쓰여있네요. 작업로가 된다는 소리죠. 우리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자기네 절차대로 그냥 가는 거예요. 이거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이날은 황령산 개발 사업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부산시는 케이블카 공사 구간에 있는 마하사의 전통사찰보존지를 강제수용하면서 법에 명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마하사는 사찰림 토지에 대해 두 번의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2월 12일 대법원과 지난 5월 14일 부산지방법원은 부산시가 위법했다고 판결했다.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업 진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으로 가득 찬 황령산에서 다시 만날 우리를 위해

산이 훼손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무 몇 천 그루가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우리가 디딘 땅이 거대한 무덤이 되는 일이다.

황령산 온천 개발 반대 운동부터 다대포 매립지 백지화 운동, 낙동강 하구 보전 운동, 갈맷길 노선 만들기 등 부산에서 40년 가까이 환경운동을 해온 이성근은 최근 틈날 때마다 황령산에 오른다. 식생을 공부하고, 야행성 여름 철새를 조사한다. 양미역취, 돼지풀과 같은 생태교란종을 우려 섞인 눈으로 기록하고, 잎이 붉어진 소나무들을 보며 소나무재선충 감염을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황령산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부산 도심에 우뚝 선 울창한 자연으로 남을 거라 믿는다. 어느덧 그의 환경운동도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마지막 소원은 황령산을 지켜내는 것이다.
 지난 5월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들의 ‘황령산 보전녹지 지정 촉구’ 기자회견
ⓒ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
최근 부산 시장이 바뀌었다. 한편에서는 빠르게 황령산 개발 사업을 추진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에 맞서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는 개발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해야 한다고 외친다. 자본의 눈으로 보면 도심 한복판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빈 땅처럼 보이겠지만, 자연의 눈으로 보면 도시에 사는 생명들의 일렁임으로 꽉 찬 터전이다.

우리는 부산에 다시 갈 것이다. 낭만적인 바다가 있고, 아름다운 산이 있고, 알록달록한 산복도로의 집과 골목이 있고, 특색있는 음식과 사투리가 있고, 세계적인 스타의 고향이 있고, 반짝이는 야경이 있는 그곳을 사랑하니까. 지금도 충분하지만, 부산에 또 다른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황령산이면 좋겠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유원지 황령산이 아닌 도심에서도 부산의 고유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생태보전지구 황령산이면 어떨까? 무수한 개발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빛깔을 찾은 황령산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기획 공동진행: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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