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 책임 투자한다”던 국민연금, 뜯어보니 ‘코스피 순’

‘100% 책임 투자’를 내세우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가 코스피 시가총액 순을 사실상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이 매겨진 기업조차 여전히 투자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 체계가 단순히 ‘ESG 등급을 매겼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민일보가 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과 함께 분석한 국민연금 자료를 보면 이 기관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0%, 2023년 23.3%, 2024년 16.7%로 3년 연속 1위다. 2위인 SK하이닉스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6.9%로,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4.4%에서 3.7%로 바뀌어 코스피 시총 순위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 상위 20대 종목 가운데 국민연금이 ESG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비중을 낮추거나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을 100% 책임 투자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 잔액은 약 264조원, 해외는 550조원이다. 코스피 시총과 직접 견줄 수 있는 국내 주식만 봐도 국민연금 책임 투자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원인은 허술한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 체계다. 국민연금은 기업마다 ESG 점수를 매겨 등급을 부여하고 운용역이 주식을 살 때 이를 참고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 방식의 힘이 약하다는 점이다. 우선 낮은 등급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2024년 기준 국민연금에서 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 973곳 중 최하 등급인 ‘D’를 받은 것은 전체의 0.5%인 5곳뿐이다. D등급 기업에 투자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자사 운용역이 D등급 기업을 시장 평균에 해당하는 ‘벤치마크’보다 더 담지 못하게만 하고 있다. 나쁜 기업을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빼는 게 아니라 조금 덜 사고 있을 뿐이다.
위탁 운용 방식도 국민연금 책임 투자 체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절반가량을 직접 굴리지 않고 외부 자산운용사에 맡긴다. 운용사는 수익률을 기반으로 분기마다 순위를 받는다. 이 평가에서 하위권에 계속 머무르면 위탁 계약을 잃게 한다. 철저히 수익률로 평가받는 위탁 운용사가 투자 판단에 ESG를 앞세우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위탁 운용사를 뽑을 때 스튜어드십 코드(책임 투자 지침)를 도입한 곳에 가점만 조금 줄 뿐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지 점검하지는 않고 있다.
해외 대형 연기금은 문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적극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 기준 세계 1위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석탄 관련 매출이나 사업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의 주식에 아예 투자하지 않는다. 세계 5위 네덜란드 공무원연금기금(ABP)은 보유하고 있던 화석 연료 생산 기업 주식 150억 유로(약 26조2445억원)어치를 2024년 전량 처분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해외 대형 연기금은 문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요구하는데 세계 4위 국민연금은 등급만 매겨두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산 유형별로 배제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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