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은 젊어진 요즘 100세…252명이 수술대 올랐다

경북 영천시에 사는 이인식씨는 1925년 4월생이다. 만 나이로 101세인 그는 지난 5월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직장(항문에 가까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 병원 대장항문외과 최규석 교수팀이 환자의 몸 상태, 전이 여부 등을 따져 수술을 권했다. 배를 여는 개복수술보다 몸에 영향을 덜 미치고 회복이 빠른 로봇수술을 권했다. 막상 수술하려니 이씨가 긴장해서인지 심박수가 굉장히 올라갔다.
하루 늦춰 진행한 수술은 5시간여 걸렸다. 노인에게 흔한 폐렴·장폐색(막힘) 같은 합병증 없이 열흘 만에 퇴원했다. 직장암 수술 후 많은 환자가 임시 대변 주머니(체외 인공장루)를 차는데 이씨는 달지 않았다. 최 교수가 고안한 독특한 수술법 덕분이다. 최 교수는 “90세가 넘어도 대장암 환자는 거의 다 수술한다. 나이 때문에 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대변 조절이 다소 어려운 점을 제외하면 별 탈 없이 일상생활을 한다. 종전처럼 지팡이를 짚고 간단히 산책한다. 매일 딸(60)의 차를 타고 나가 2~3시간 바깥바람을 쐰다. 딸은 “아버지가 전립샘이 좀 안 좋은 것 외엔 건강한 편이다. 수술에 문제없다는 최 교수의 판단에 따랐고, 잘 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이씨처럼 힘든 수술(시술 포함)을 이겨내는 100세인이 적지 않다. 노영진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은 “심장·폐 기능에 이상이 없고 노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대다수 수술과 시술을 받아도 된다”며 “100세인에게 흔한 고혈압·당뇨병 정도의 만성병은 수술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 나이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수술(시술)을 받은 100세 이상 노인은 252명이다. 그 해 100세인(8577명)의 2.94%이다. 여성이 179명으로 남성(73명)의 2.5배이다. 여성 인구가 많은 게 영향을 미쳤다. 수술받은 100세인은 2022년 208명, 2023년 276명이다. 90대는 훨씬 많다. 2024년 1만7719명이다. 전년보다 10.5% 늘었다. 매년 증가한다.

100세인은 어떤 수술(시술)을 많이 받을까. 척추(81명), 고관절 치환술(57명) 등 근골격계 수술이 많다. 담도 수술(45명, 내시경·혈관 삽입), 백내장(28명)이 뒤를 잇는다. 심장 분야도 있다. 심박조율장치 삽입·교체·제거·교정술(15명), 심장스탠트 삽입술(6명)이다.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 환자도 한 명 있다. 이씨처럼 대장암이 6명, 위암이 1명이다. 간색전술·담낭 절제·맹장염·탈장·정맥류 결찰·전립샘 절제 등의 수술을 이겨낸 100세인도 있다.
고관절 골절은 초고령 노인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 가정학의 창시자 윤서석(103·여·서울 강남구) 박사는 2024년 10월 거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다. 뼈를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당시 101세였다. 그는 수술 일주일 후 일어서서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아들인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는 “고령이라서 망설였는데 의료진을 믿고 수술을 선택했다. 지금은 어머니가 진짜 건강하다”고 말한다. 윤 박사는 신문·책을 읽고, TV를 본다. 지팡이 없이 걷고 주 1회 차를 타고 나가서 은행·주민센터 등에 간다.
장일태 나누리병원 이사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초고령 노인의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나이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심장병 같은 위험 요인이 없으면 된다. 윤 박사도 그랬다”고 말한다. 이 병원에서 2024년 이후 90세 이상 337명이 척추 수술을, 71명이 관절 수술을 받았다. 100세인은 윤 박사를 포함해 6명이다.
나이가 문제 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90대와 100세인의 몸 상태가 종전보다 10~20년 젊어졌다. 영양 섭취가 좋아지고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병을 잘 관리하며 감염병 노출이 줄면서 노화가 늦춰졌다”고 분석한다.
의술의 눈부신 발전도 중요한 요소다. 오 교수는 “복강경·로봇수술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주변 장기를 덜 건드리는 식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규석 교수는 “보통 ‘100살 살았으면 됐지, 그냥 살다 죽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술 안 하고 살다가는 변을 못 보게 되는 등 큰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장 시술을 두 건 받은 100세인도 있다. 103세 고모씨는 2023년 숨이 가빠서 잘 걷기 힘들었다. 그해 6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혈관중재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았다. 한 달여 후 대동맥판막교체술(TAVI) 시술을 받고 5일 만에 퇴원했다. 아들 고기연(70·서울 서초구)씨는 “아버지가 기력이 좀 떨어진 것 외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다”고 말한다.
경북 예천군에 사는 이모(98·여)씨는 복부 통증으로 경북 안동시의 병원을 찾았다가 복부대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았다.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80~90%가 사망하는 급성질환이다. 이씨는 헬기로 서울 강서구 이대대동맥혈관병원으로 이송됐다. 송석원 교수팀이 나서 인조혈관 치환술을 시행해 목숨을 구했다.
노영진 교수는 “10시간 넘게 걸리는 장기이식 등을 제외하곤 심장 수술 등 웬만한 건 100세라고 못 할 게 없다”고 말한다. 오상우 교수는 “초고령 노인이 늘면서 100세인 수술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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